커트 (이유 소설집)

커트 (이유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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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유의 첫 소설집 『커트』. 표제작 「커트」는 악몽의 세계를 끊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 미용사 ‘나’는 “온갖 잡냄새로 시달리던 머리통”을 그야말로 한 방에 ‘커트’, 잘라내버린다. 악무한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썩은 내 나는 머리를 시원하게 잘라버림으로써, 숨통을 틔우고 다시 살아가게 한다.
저자

이유

저자이유는1969년서울에서태어났다.성균관대학교수학과를졸업하고,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다.2010년『세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장편소설『소각의여왕』이있다.

목차

낯선아내
지구에서가장추운도시
깃털
빨간눈
꿈꾸지않겠습니다
가방의목적
밤은후드를입는다
커트

해설|악몽의몽유록_양윤의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소설상수상작가의첫소설집출간!
꿈에서현실로,현실에서다시꿈으로이어지는세계


이유의첫번째소설집『커트』가출간됐다.2010년『세계일보』로등단한이후7년만의소설집이다.2015년장편소설『소각의여왕』(문학동네,2015)으로문학동네소설상을수상했으며,당시2012년이후3년만에선정된수상작으로큰주목을받았다.
『커트』에서작가는꿈을꾸고,이루고,실패하고,다시꿈을꾸는반복적인상황에판타지적요소를가미했다.“꿈이그대로현실이되어버리는황당한”세상혹은“이건진짜현실이지만,꿈이라고열심히생각하면정말꿈이”되는더황당한세상이이유의소설을통해실현된다.특히꿈이이뤄졌다는기쁨과그이후에오는또다른가능성에대한두려움이교차하면서,꿈과현실속에서갈팡질팡하는이들의고뇌를고스란히담았다.꿈이이루어진다음,우리는행복할수있을까.꿈이현실이된다면우리는감당할수있을까.

길을잃었다고생각한그곳에그가있다.아무도그를찾지못한다고해도그가길을나선순간부터그는길위에있다.이유의소설이우리에게말하는것이이것이다.악몽은그치지않을것이다.우리도쉬지않고한악몽에서다른악몽으로이행하는몽유록을쓸것이다.바로그기록이악몽의탈출기가될것이다._양윤의(문학평론가)

꿈과현실이엉망으로뒤엉킨세계
꿈이끝난뒤다시시작된악몽


간혹머리나쁜갈매기들이와서머리를박거든요.날개없는것들이섞여있기도하고요.[……]죽은채추락하는것들하고산채로추락하는것들이어떻게다른지알아요?산채로추락하는것들은눈깔이달라요.
어떻게달라요?
뭐라고설명할수는없지만그래요._「꿈꾸지않겠습니다」

이유의소설은꿈을이룬그다음의이야기다.자면서꿈을꾸면그꿈이그대로현실이되는세계(「꿈꾸지않겠습니다」),자신의꿈을좇아야츠로떠난남자(「지구에서가장추운도시」),공간이동연구를성공시킨천재(「깃털」)등,모두꿈을꾸고실제로꿈을이룬다.여기서이야기는다시시작된다.
꿈을이룬후그들에게남은것은오히려엉망이되어버린현실뿐이다.꿈에서본대로좋은기업에취직했지만,과도한업무에짓눌리는여진,먼도시로모험을떠나지만사업에완전히실패한‘그’,갈수록보잘것없어지는현실에짓눌리는조,류,박과나의이야기까지.이책은꿈너머에더욱끔찍한현실이있음을,그현실에서벗어나기위해새로운꿈을좇지만,또다른현실혹은악몽이시작되었음을보여준다.꿈이악몽이되어버렸을때,악몽이된현실을마주했을때이유소설의화자들은거대한공허와두려움앞에놓인스스로를확인한다.꿈에서악몽으로,악몽에서또다른악몽으로이어지는무한반복.“중단없이소급해가는탐색이자유한너머의무한너머의무한……처럼제한없이확장되어가는폐허”(양윤의),그속에서우리가살고있다.

반복되는세상속반복되는나의존재
수많은복사본,사라져버린진짜


공간이동은기본적으로원본이완전히분해돼사라지고난다음복사본이인터넷망을이용해다른장소에서재조립이된다는거거든.노골적으로말하면원래의내가없어져야만새로운내가탄생한다는거지.내몸에담긴모든정보가고스란히조립된다고해도이걸과연나라고부를수있겠냐는거야._「깃털」

이러한악몽의무한반복을나타내기위한형식으로,이유의소설은‘거울을마주세운다’.거울을마주놓은상태에서들여다보면같은이미지가계속반복해서만들어지는장면을누구나경험해본적이있을것이다.“마주놓은거울은거울을보는주체를대상화한이미지와그이미지의이미지와그이미지의이미지의이미지를”(양윤의)가져다놓는다.
「빨간눈」에서나는나의복제인간을주문한다.마치‘거울’을보듯,내앞에놓인너,아니나를관찰한다.이세계에서는작은칩만복사할수있다면,‘나’를무한히만들어낼수있다.분명나지만,어딘가다른‘나’를.「낯선아내」속형사는안면인식장애라는병에걸려,사람들의얼굴을구분하지못하는인물이다.“병이계속진행되면거울속에비친자신도못알아보게될거”라는의사의말처럼,그는자신의아내부터알아보지못한다.때문에그녀의특징인‘작은단발’에‘분’을칠한얼굴,즉“작은단발분통”이란기호로서그녀를기억한다.가장가까운사람은누구라도될수있는간단한기호로남는다.마주놓인거울속에서원본은이미지의이미지의이미지로복제되고,지워져간다.낯선세계에서진짜의모습은사라지고,떠돌수밖에없는그공허함이이유가그리는악몽속에자리하고있다.

악몽에서벗어나야하는우리들,
길이없어도스스로살아남아야하는자들


간신히말을하게된그는아르센에게내내묻고싶었던걸물었다.
대체어떻게날찾아낸겁니까?
아르센은왜그런걸묻는지모르겠다는듯눈을깜박였다.
당신이거기있었잖아요._「지구에서가장추운도시」

날카롭게벼려진가윗날이허공을가로지르며유연하게휘면서다가왔다.[……]잘린머리통하나가바닥을굴렀다.다름아닌내머리통이었다.
“엄마아파?”
아이가태연스레물었다.
“목이잘렸는데안아프겠어?”
말은그렇게했지만하나도아프지않았다.온갖잡냄새로시달리던머리통이몸에서분리되자막혔던숨이트였다._「커트」

첫소설집의표제작「커트」는악몽의세계를끊어내는결정적역할을수행하는작품이다.작품속미용사‘나’는“온갖잡냄새로시달리던머리통”을그야말로한방에‘커트’,잘라내버린다.악무한의세계에빠져허우적대는사람들의썩은내나는머리를시원하게잘라버림으로써,숨통을틔우고다시살아가게한다.이런상징적인행동은「지구에서가장추운도시」에서도등장한다.추운도시야츠에서꿈을모두잃은그는동상으로자신의발가락세개를잘라야했다.야츠에서벗어나면서,동시에나쁜기억을떨쳐내듯,신체의썩은일부를덜어낸것이다.악몽이반복될지라도,썩어가는부위를조금씩잘라내면서,그자리,그곳에서다시한번발자국을남기고삶을이어가도록하는것이이유가작품속화자들을다루는방식이다.“악몽은그치지않을것”이지만,우리도쉬지않고“한악몽에서다른악몽으로이행하”(양윤의)며기록을남기는것,우리가여기살아있음을계속증명하는것만이,우리모두가무한히반복되는악몽의세계를벗어나는유일한방법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