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크로노스 (윤해서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 (윤해서 소설집)

$16.00
Description
윤해서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독보적인 소재와 자신만의 끈질긴 수사로 이야기를 만들어온 소설가 윤해서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단편 「테 포케레케레」에 나오는 시간합창이라는 뜻의 ‘코러스크로노스’는 재건축이 결정되기도 전에 무너져버릴 듯한 허름한 건물 지하에 있는 방이다. 노래방도 pc방도 아닌, 목적을 알 수 없는 이곳은 어떤 곳일까. 「테 포케레케레」 외 다섯 편의 작품에도 공간과 사람, 사물과 언어의 항구적인 이동 덕분에 윤해서가 쓰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여행서사로 읽힌다.
저자

윤해서

저자윤해서는
1981년부천에서태어났다.
2010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목차

테포케레케레
오늘

최초의자살

[?다]
커서블링크cursorblink
테포케레케레

해설에스테틱,플라스틱_윤경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계는한쪽면으로인식되지않는다”

황홀한애수의기질로써내려간
카오스의소설,무한의소설!

2010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해독보적인소재와자신만의끈질긴수사로이야기를만들어온소설가윤해서의첫번째소설집『코러스크로노스』가출간되었다.단편「테포케레케레」에나오는시간합창이라는뜻의‘코러스크로노스’는재건축이결정되기도전에무너져버릴듯한허름한건물어딘가에있는공간이다.실제화장장이있기도한이곳은무엇이든다태워버릴것같은분위기를자아낸다.「테포케레케레」외다섯편의작품에도다양한공간들이등장하는덕분에윤해서가쓰는이야기의상당수는여행서사로읽힌다.여기의모든존재자들은언제나여행중으로서로에게일시적으로도착하고,떠나보낸다.그러나작별은모두작은죽음과같아서,미처눈을마주치지못한채인사없이떠나보내는일이많고,이런비애의감정이작품전반에깔려있어순간순간울컥하게만든다.“소설가의엄청난독립성이느껴지는작품이다.많은독자들에게익숙지않은시적인사유와불투명성이작가스스로도밀고나가기에부담이적지않았을텐데도,윤해서는끝끝내그일을했다”는평론가허윤진의평처럼윤해서는불가능한세계를구성하는능력을끈기로실현해낸다.윤해서의소설은작가에게도독자에게도분명모험의길이다.앞길이분명하게보이지않는지금우리의현실에서모든길이모험이아니고무엇일까.지치지않고모험을계속하는일,윤해서의소설을읽는일은아마도보이지않는길을헤쳐나가는데필요한무형의지도,길라잡이가되어줄것이다.

“코러스크로노스는가상현실을체험할수있는건물이라기보다는문장을읽는것그자체로“환락에가까운경이”를주는언어적구조물이라해야할것이다.윤해서의아키텍토닉스는삼차원공간에서구현가능한건축물이아니라오로지문학이라는언어의가상으로만가능한시공간에서문장의축조물을상상한다.자신을위반하며진위를전복하는문장들이이어지며,코러스크로노스는점점더잘게부서진다.전체의조망을불가능하게하는디테일들의향연으로마침내찬란하게파열한다.초신성처럼폭발한다.”_윤경희(문학평론가)

포스트휴먼―공통의사건,공통의상해,공통의전망

윤해서의소설은‘낯설고난해하다’는손쉬운평으로는아쉬움이남는다.적어도윤해서의소설을읽어본사람이라면그아쉬움의근거를찾기위해사유를이어나가게되기때문이다.윤해서소설이걷는숱한여행길은어떤해석으로분명해지는순간의포착이아니라,인생의흐름에내맡겨져흘러가는시간의진행이다.마치꿈속을헤매는듯하지만이것은꿈의상징계를내포하기보다는그저금욕과수련을던져버린“유기된자”로서그저“미풍에흔들리며빛이유혹하는구멍”으로홀린듯걸어가는어떤낙심과슬픔을내포한다.“고독에온전히투신하지도못하면서타인들과의공동체적삶에신경쓸수도없는,세계어디에거처하며자기를어떻게추스르고돌봐야할지관심이없는,깊은무력과울증에빠져든”(롤랑바르트)것처럼외롭고허기진존재가이새로운가상의시공간에서신인류로등장한다.하지만이러한신인류는어느순간부터어쩐지낯설지가않다.새로운환경에감각하는낯선사람은곧우리자신으로이들은모두공통의사건,공통의상해,공통의전망을공유하기때문이다.윤해서소설을한번읽는순간계속읽게되는것은이러한공유의감정이지금,우리안에있는우울에작은위로를가져다주기때문이다.

철저하게급진적인카오스의소설―무엇도가능한소설

윤해서소설에등장하는광활하고까마득한세계,관측불가능한우주너머를상정할때의감정,이것을윤경희평론가는“윤해서소설의시공간은숭고의지배아래있다”고표현한다.윤해서가끊임없이만들어내는시공간은낡은범주와낡은언어를돌파해새로운양상의허구를조형해낸다.사려니숲으로,남반구의소금사막으로알제리의수도로보라보라섬으로,서빙고역4번출구로……이렇게무한히오고가며서로다른속도와시차로현기증과망연자실과관능의쾌감을일으키는일이윤해서적유머와황홀한애수의기질로무한히펼쳐져있다.새로운시간,새로운공간을꿈꾸는이문장들은무엇도가능하게할이야기로가는희망의빛을내비춘다.마치오지않을고도를기다리는일처럼막막한일이지만,죽음을딛고사랑으로,무위를떨치고행위로가는생중사(生中死)의여정이이소설속에거침없고무한하게펼쳐져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윤해서입니다.
잘지내고계신가요?
저는조금전언강을건너출근했습니다.더러녹지않은눈들이눈에띕니다.주머니에손을넣고바닥을보며걷습니다.저는아주느리게걷고그래서언제나많은사람들이저를지나쳐갑니다.어떤사람은뒤를돌아보기도합니다.걷고는있는건지,멈춰서있는건아닌지확인하려는것처럼말입니다.나란히걷는사람을답답하게할정도로천천히걷는저는사실걷기만느린것이아니라무엇이든지느린편입니다.말도느릿느릿하고밥도천천히먹고마음도아주느리게움직입니다.거의모든순간에삶이저를앞지른다고생각합니다.

7년만에첫책을묶습니다.
코러스크로노스.
책의맨앞장에시간의신인크로노스의이름과합창을의미하는코러스,두단어를나란히두었습니다.
시간합창.
지금이순간에도많은시간의합창이들려옵니다.
코러스크로노스라는말을처음생각했을때,그때도지금처럼추운겨울이었습니다.저는여의도의한카페에앉아있었고신나게어떤건축물을지었습니다.그건축물은모든면이마름모꼴의유리와얼음으로이루어진건물로,서빙고역앞에있습니다.무엇이든태울수있는곳인데작은방마다색색의아름다운불꽃들이피어오릅니다.불꽃은재를남기지않고모든것을집어삼킵니다.이곳에서주인공은자신도,자신과함께들어왔던누군가도잊고수많은시간의합창속으로끌려들어갑니다.미지의어둠,테포케레케레속으로요.저는그건축물에이름을지어붙였습니다.코러스크로노스.코러스크로노스는그렇게시간이합창하는소설「테포케레케레」의한부분이되었습니다.
『코러스크로노스』에는두개의「테포케레케레」가있습니다.두개의코러스크로노스가합창의시작과끝에문을마주하고있습니다.처음「테포케레케레」를썼을때,미지의어둠에대해생각했습니다.시간의순서를바꾸었습니다.미지의시간속에테포케레케레를남겨두었습니다.책을묶으면서첫번째합창을불러옵니다.두개의변주곡을코러스크로노스에게돌려줍니다.다른시간대에서동시에불리는미지의합창이라생각해주시면좋겠습니다.
느리게지나온시간들을생각합니다.
여전히제귓가에울리는합창소리들.
거기,수많은,당신과제가있습니다.
언젠가한인터뷰에서이런질문을받은적이있습니다.다양한생물과언어가사멸해가는시대에,인간이라는한종(種)에게서보존되어야할가장아름다운부분은무엇인가요?
저는그때이어려운질문앞에서잠깐동안아무생각도하지못했습니다.그리고가까스로이렇게대답했습니다.
질문앞에서몇몇단어들을떠올리다아득함을느낍니다.이런기억이있어요.해가지기시작합니다.누군가피워놓은모닥불앞에술잔을든사람들이옹기종기모여앉아요.나무가타닥타닥타들어갑니다.사람들의웃음소리가섞이고잔부딪치는소리가커집니다.어둠이점점짙어지고나무는까만재가됩니다.제옆에는잘모르는사람이있어요.그는요리사입니다.가로등불빛한점없는새까만밤.모닥불은고요히잦아들고알불만남습니다.사람들은하나둘방으로돌아가죠.저는넋을놓고새빨간알불을보고있습니다.살아있는보석들같다고생각합니다.사방에는어둠과적막뿐이에요.우리어머니는알콜중독자였어.그가이야기를시작합니다.저는잘모르는사람의갑작스런이야기에,낯선언어에잔뜩긴장합니다.동생을공부시키려고요리를시작했지.그는슬픈가족사를담담하게이야기합니다.그런데이제는잘모르겠어.한참을이야기하던그가활짝웃어보입니다.눈가가젖어있습니다.저는당황합니다.어쩔줄을모르죠.사실쩔쩔매고있습니다.무슨말인가하고싶은데.그에게무슨말이라도해주고싶은데.제짧은영어는너무짧고,몇개의단어들은혀끝에서완전히달아납니다.저는아무말도할수가없습니다.한마디도할수없어서.그에게들어보라고말합니다.“안녕귀여운내친구야.멀리뱃고동이울리면네가울어주렴아무도모르게.모두가잠든밤에혼자서.모두가잠든밤에혼자서.”그가무슨내용의노래냐고묻습니다.저는또당황합니다.인생에대한이야기인거같아.가까스로대답합니다.알불은식어가고밤은점점깊어갑니다.

저는여전히이어려운질문앞에서아득함을느낍니다.
시간의합창에귀기울입니다.
멈춰선듯가만가만움직입니다.밤은점점깊어갑니다.다만,

시와소설에경계가있다면.
음악과문학에경계가있다면.
삶과죽음사이에경계가있다면.

그사이어디쯤,
그곳에서세상의모든먹먹한순간들이한순간이라도멈추기를바랍니다.

책을만들어주신분들께
읽어주시는분들께고개숙여깊이감사드립니다.

엄마,아빠,
사랑하고,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