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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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3년 중앙일보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한 임솔아의 시집『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첫 장편소설을 통해 가출 청소년들이 마주한 사회와 그들 사이의 갈등, 폭력 등을 단호한 시선으로 풀어냈던 임솔아는 이번 시집에서도 날카롭고 예민한 감각을 덤덤하게 표현해냈다.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한 발 한 발 내 안의 갈등들을 풀어가려는 시도를 담은 시들은 글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충실히 담아냈다.
저자

임솔아

저자임솔아는1987년대전출생했다.2013년중앙신인문학상에시로,2015년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소설로등단했다.장편소설『최선의삶』이있다.

목차

1부
석류/모래/아름다움/보풀/예보/벤치/기본/두꺼비와나/여우/오월/동물원/여분
/같은/악수/나를/중계천

2부
아홉살/환승/승강장/티브이/모형/계속

3부
개처럼/렌트/옆구리를긁다/케빈카터/살의를느꼈나요?/어째서/하얀/익스프레스/첫밥솥/멍/대신/동시에/뒷면/가방/비극/그래서그랬다/복성루/예의/보일러실/만진다/다음돌/별로

4부
가장남쪽/룸메이트/노래의일/빨간

출판사 서평

나를이야기하는담대한관찰의기록,
더나은나를만들어가려는시인의첫걸음

임솔아의첫번째시집『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시인은2013년중앙일보신인문학상시부문으로등단한후,2015년제4회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장편소설『최선의삶』을출간한바있다.현재시와소설을함께쓰고있다.
첫장편소설을통해가출청소년들이마주한사회와그들사이의갈등,폭력등을단호한시선으로풀어냈던임솔아는이번시집에서도날카롭고예민한감각을덤덤하게표현해냈다.『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에는불합리함과폭력으로얼룩진세상속에서차마적응하지도,타협하지도못한채놓여있는나와그내면을들여다보는시편들이다수를이룬다.이에더해세상을객관적으로인식하고나아가한발한발내안의갈등들을풀어가려는시도를담은시들은글로써메시지를전달하고자하는시인의의지를충실히담아냈다.

지옥같은별,나를둘러싼세상에
남겨진나와또다른나

이곳을떠나본자들은
지구가아름다운별이라말했다지만
이곳에서만살아본나는
지옥이여기라는걸증명하고싶다

나를여기에둔채나는
저곳으로다시빠져나가서
―「아름다움」부분

창문을열면창안에서서창문을세어보는나를볼수있다.알알이유리가빛나고있다.불을끄면창밖에서있는나와창안에서있는내가함께사라질수있다.
―「석류」부분

이시집의화자에게이세상은아름다움과는거리가멀다.다른사람들에겐“아름다운별”이지만,나에게는곧“지옥”일뿐이다.“기린에기린이없”고,“지구에지구가없”고,“사람에사람이없”는갖은모형/가짜들이가득한세계속에서나역시“사람같은모형”,사람이되사람이되지못한채로세계속에놓여있다.
이러한현실에서화자는자신과세계속의자신을분리함으로써‘나’를구성하고있는세계를인지한다.즉,나와내주위를둘러싼세계와의간극을확인하고,객관화하는과정을통해세상속자신의상황을파악하는것이다.이를위해임솔아는“창문”“액자”“사진”“티브이”등몇몇단어들을끌어들인다.창안의‘나’가창밖의‘나’를보고,바다를액자에걸고,그“바다에가라앉는나”를지켜보는등시적화자의행동은내가속한세상을재현하면서,그밖에또다른‘나’를위치시킴으로써정해진틀안의나를관찰하도록한다.이몇가지장치를활용한시쓰기는갈등과폭력이난무한세상에서의나(모형으로서의나)와그것을바라보는나를차분히분리해내고있다.“나를여기에둔채”“나는/저곳으로다시빠져나”감으로써사회의울퉁불퉁함을명확히바라보되무던한표현들로시를채우는것이다.

“나는죽었구나그랬는데
사라지고있는데
살것같다.”

종종착한사람같다는말을듣는다.

[……]

나의선의는같은말만반복한다.미래시제로점철된예보처럼되풀이해서말한다.

선의는잘차려입고기꺼이걱정하고기꺼이경고한다.미소를머금고나를감금한다.

창문을연다.안에고인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을창밖으로민다.

오늘날씨좋다.
―「예보」부분

저쥐좀봐,누구는잉어같고누구는쥐새끼같겠지.
사람들을따라갈수록나는거짓말이되어가.

[……]

바닥까지가라앉고나서야시체는다시
물위로떠오른다고한다.나는의자들과함께젖었고드디어걸어갔다.
―「중계천」부분

임솔아가세상을인식하고,그세상과자신사이의갈등을이해하고인정하는과정에는그에대한행동이뒤따른다.날씨예보처럼충분히예상할수있는이야기만되풀이해서말하던‘나’,“종종착한사람같다는말을듣”던‘나’는창문에갇혀있었던셈인데,이제그창문을열고,그안에(화자의내면에)고여있던“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을창밖으로”밀어내는것이다.사람들이착한사람이라고부르는사람이지만창문을열어들여다보면같은말만을수동적으로반복하는내가있고,결국내가아닌나를밖으로(착한사람들과함께)밀어냄으로써나는내가될수있다.세상의호의적인평가에타협하지않음으로써나는내가된다.
이같은화자의적극적인행동은시집에서다른방식으로여러번등장하는데결국하나의이야기로모아진다.얼룩진흰티셔츠에치약을묻혀얼룩을지우고(「기본」),“바다에가라앉”아부식되어버린나(「아름다움」)는“불가능을보여주는서커스단원이되고”싶고,“잉어를따라헤엄쳐가는쥐처럼숨을거스르고싶”다며,“드디어”(「중계천」)걸어간다.세상의부조리를인식하는데에서나아가다시걸어나가는화자의모습은지옥같은세상을아주작은움직임으로계속해서바꿔가겠다는어떤의지를상상케한다.특히시집의뒤표지에서“젠더,나이,신체,지위,국적,인종을이유로한모든차별과폭력에반대”한다는임솔아시인자신의강력한목소리와같이읽는다면,시집안의화자와시집밖의시인이내고있는명확한메시지를확인할수있다.개인의행동이모든것을바꾸지못하더라도,이세계속에서내안의구김을해결하고,어떻게살아갈지를결정하는과정의시작을이시집은보여주는셈이다.

■뒤표지글

핏줄이입술을뚫고밖으로나왔다.고구마순처럼자라나기시작했다.핏줄에서잎사귀같은것이생겨났다.수백개의잎사귀들이소리를지르기시작했다.

오년후에도
십년후에도
크리스마스를함께보내자는말과

눈이와,
눈이많이와,
죽여버릴거야,

같은말들이우수수피어났다.

벌레들이핏줄을타고올라와잎사귀를갉아먹었다.구멍이났고찢어졌다.새들이날아왔고새들이집을지었다.아침마다나는새소리를들을수있게되었다.가을에는잎사귀들이떨어졌다.겨울에는새들이날아갔다.나는동그랗게웅크리고앉아사라진입술에대해쓰기시작했다.

젠더,나이,신체,지위,국적,인종을이유로한모든차별과폭력에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