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생각하다

새벽에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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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욕망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 시라는 욕망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지극한 시를 소망하는 시인이야말로 실로 가난한 포용과 긍정에 드는 장본인인 까닭이다. 그에게는 순탄한 물보다 자신을 결딴낸 뒤에 오는 폭포가 ‘절창’이다. 절망을 살았기에 저절로 비장해지는 시, 삶과 시가 분간되지 않는 시인에게 시의 진실이란 허투루 살거나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그 밖의 집은 짓지 않겠다는 각오뿐이다.

저자

천양희

지은이:천양희
1942년부산에서태어나이화여대국문과를졸업했다.1965년『현대문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신이우리에게묻는다면』『사람그리운도시』『하루치의희망』『마음의수수밭』『오래된골목』『너무많은입』『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육필시집으로『벌새가사는법』,산문집으로『시의숲을거닐다』『직소포에들다』『내일을사는마음에게』『나는울지않는바람이다』등이있다.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공초문학상,박두진문학상,만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마음이깨어진다는말
맴돌다/생각이달라졌다/저녁의정거장/그때가절정이다/모를일/놓았거나놓쳤거나/다소의심쩍은결론/나는기쁘다/그말을들었다/달무리/실패의힘/새끼꼬는사람/물에게길을묻다4/마음이깨어진다는말/다음

제2부오늘쓰는편지
새벽에생각하다/그러면안될까요/오후가길었다/감정의가로등/얼마동안그리고/복권한장/무소유/오늘쓰는편지/바람의이름으로/어때/수양(修養)대군/그럴때가있다/이건우연이아니다/평생을바치다/그늘과함께한나절/뒷발의힘

제3부단두줄
단두줄/일흔살의인터뷰/50년/수평선은비선(秘線)이없다/어떤농담/마찬가지/뒷모습/아침에/잘구별되지않는일들/여운/바람습작/후회는한여름낮의꿈/무너진사람탑/정작그는/이처럼되기까지/정중하게인사하기

제4부문득
백지의공포/시의회초리/문득/누군가의시한편/시라는덫/시가나를시인이라생각할때까지/산문시에대한최근의생각/시와건축/한글비석로54길에서/시작법(詩作法)/보는법을배우다/글자를놓친하루/아직도/매미노래와시

발문|우는꽃웃는꽃서늘한꽃-김명인

출판사 서평

아무도돌보지않는깊은고독에바치는시
서늘함으로새봄을부르는삶의역설


절실한언어로특유의서정을노래하며문단과독자모두에게큰사랑을받아온시인천양희의새시집『새벽에생각하다』가출간되었다.올해로등단52년을맞은시인은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박두진문학상,만해문학상등국내주요문학상을수상하며활발하게활동해왔다.천양희는현실적절박성에서비롯한고통과외로움이라는화두를절제된시적언어로적어내며고귀한삶을향한간곡한열망을구체화해왔다.일찍이시인김사인은천양희의시에대해서‘여림’과‘낭만성’‘소녀감성’등으로해석하려는시각을경계하며그의시가“온실의화초나마네킹으로대변될수있을아름다움과는구별되는혹독함을담고”있고“그혹독함을그의시어군들이파열을일으키지않은채감당해내고있는것이야말로천양희의강인함의또다른반영”이라고평했다.일상어로담담하게적힌시편들에는시인의부끄러움과자책,양보할수없는자존심,비애와연민등이뒤섞인감정의소용돌이를엿볼수있는동시에어떤것도지나치게격발되지않고삶의한부분으로수용되는포용력과균형감을발견할수있다.한편천양희시는중기로접어들며점차삶과사람과자연을잇는깊은통찰이두드러지는동시에,시를향한굳은의지가강화되는방향으로진행되었다.이번시집에는사물들이서로겯고틀며함께서는자연의이치를발견.체화하며이동력으로절망을통과해시로나아가고자노력해온시인의힘찬여정을담은61편이묶였다.

사물의원에너지를깨우는말맛의진수

전주에간다는것이
진주에내렸다
독백을한다는것이
고백을했다
너를배반하는건
바로너다
너라는정거장에나를부린다
-「저녁의정거장」부분

위에서보듯천양희의시에서가장두드러지는외형적특징은고전적형식미다.시어를반복하고중첩하거나동음이의어및유사어를써서말맛을높인다.이시집의발문을쓴시인김명인은이러한말놀음pun이유희를넘어서“고통과갈등을여과시켜,성찰의순도를높여가려는시인의의도가비로소구체화”된결과임을지적한다.

모든시작들은나아감으로되돌릴수없고
되풀이는시작(詩作)의적이므로
문장을면면이뒤져보면
표면과내면이다른면(面)이아니란걸
정면과이면이같은세계의앞과뒤라는걸알게된다

내면에서신비롭게걸어나온말맛들!말의맛으로
쓸수없는것을위해쓴다고
반복해서말하던때가내게도있었다
혼자걸을때발걸음이
더확실해진다는것을깨달을때까지
-시작법(詩作法)」부분

위의시에서“문장을면면이뒤져보면/표면과내면이다른면(面)이아니란걸/정면과이면이같은세계의앞과뒤”임을꿰뚫은시인의시작법에서도사물의원에너지를흔드는언어충동으로서의펀의원리를엿볼수있다.“내면에서신비롭게걸어나온말맛들”로“쓸수없는것을쓴다”는시인의말처럼,안팎이겹쳐지되서로를밀쳐내는경계가뚜렷한펀의발견은시인으로하여금드러나는것이상으로감춰진실체에몰입하도록한다.

명암(明暗)과희비(喜非)의불가분성을깨닫는희수(喜壽)의시여행자

웃음과울음이같은音이란걸어둠과빛이
다른色이아니란걸알고난뒤
내音色이달라졌다

빛이란이따금어둠을지불해야쐴수있다는생각

웃음의절정이울음이란걸어둠의맨끝이
빛이란걸알고난뒤
내독창이달라졌다

웃음이란이따금울음을지불해야터질수있다는생가

어둠속에서도빛나는별처럼
나는골똘해졌네
-「생각이달라졌다」부분

초기천양희시에서한층더도드라졌던젊은날의비애가점차더유연하고포용력있는언어에감싸여삶의깨달음으로진화해온비결을위의시에서찾아볼수있지않을까.이는막막한허방을허우적거리며고통과자책으로웅크렸던나날들을견디며뼈에새기는각성을시에덧붙여온천양희시인만이다다를수있는삶에대한이해에서비롯되었을것이다.“제단에불을켜는것은사제가아니라어둠이다”(『시의숲을거닐다』,2006)라고말한바있는시인은생의긴터널을통과해가며시를향해나아가는꾸준한여행자다.희수의나이에이르러시인이도달한시적경지는그의삶이깊어진정도와다르지않을것이다.시인은이시집으로“절망하고부정하고수긍하며엎질러버리는세월일지라도피고지는꽃떨기로난만한봄은어김없이찾아”(김명인)온다는말을조심스럽고도분명하게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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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욕망을버린사람이아니라,시라는욕망에헌신하는사람이다.지극한시를소망하는시인이야말로실로가난한포용과긍정에드는장본인인까닭이다.그에게는순탄한물보다자신을결딴낸뒤에오는폭포가‘절창’이다.절망을살았기에저절로비장해지는시,삶과시가분간되지않는시인에게시의진실이란허투루살거나쓰지않겠다는결심이며,그밖의집은짓지않겠다는각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