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감각으로뜨거워지는문학적도약
새로운시대와소통하는한국문학의가능성
문학과지성사가2010년부터제정·운영해오고있는‘문지문학상(구웹진문지문학상)’이올해로7회를맞이했다.『제7회문지문학상수상작품집』(문학과지성사,2017)에는수상작박민정의「행복의과학」을포함해총9명(구병모,양선형,최은미,최은영,윤해서,김엄지,박솔뫼,백수린)의소설10편이실렸다.
문지문학상은한달에한번씩‘이달의소설’을선정,웹에(www.moonji.com)그결과를공개하고이를문지문학상의후보작으로한다.이번문지문학상은『문학과사회』의새로운세대동인이심사자로참여하면서,토론은더욱다변화되었으며다양한취향과문제의식을바탕으로동세대와호흡하는작품들을후보작으로선정했다.
*문지문학상수상작가에게는1천만원의상금이주어지며,시상식은6월2일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시상과함께치러진다.심사위원(우찬제,이광호,김형중,조연정,금정연,김신식,이경진,강동호)은예심과본심동일한구성원으로진행되며,자유로운토론을통해수상작을선정하고있다.2010년봄,[웹진문지]오픈과함께시작된‘웹진문지문학상’은2013년초문학과지성사홈페이지의블로그와웹진이통합되면서2014년제4회부터‘문지문학상’으로개칭되어그운영을이어가고있다.
시대의흐름에응답하는지금-여기의소설
수상작을포함해올해후보작에오른작품들에는사회적사건을소재로한서사가다수포함되었다.끊임없이변화하는시대적맥락을파악하고,동세대의무의식을끌어내는작품들을후보작으로선정해온문지문학상의설립취지를다시금짚어볼때,이번7회수상작품집역시새로운세대와소통하고,한국문학의달라진결을충실히담아내고있다.
제7회문지문학상을수상한박민정의작품「행복의과학」은일본의신흥종교‘행복의과학’에대한이야기다.행복의과학에빠졌던‘기노시타류’의책,그리고그책을편집하는편집자하나와그의동료수영,여기에더해‘기노시타가(家)’와하나의관계까지이야기는촘촘히엮인그물처럼계속해서여러서사를덧붙이는형태로진행된다.전세계적으로크게문제가되고있는신민족주의와소수자혐오의문제를행복의과학이라는종교와하나의이야기로풀어내면서굵직한문제의식들을중첩시켜다루고있다.그간작가가보여왔던여성혐오에대한인식을놓지않으면서현재가장정치적인사안을전면으로드러낸다.“응집이아니라분산,수렴이아니라확장,미니멀이아니라과잉의감각으로동시대의문화적정치적퇴행의복잡다단한역사를이야기하는이욕심많은소설이이시대와가장치열하게호흡하고있지않은가싶다”(문학평론가이경진).
윤해서의「우리의눈이마주친다면」은비극적재난에서살아남았지만잘살아내지못하고목숨을끊은‘오빠’와그오빠를애도하는여동생의이야기를중심으로진행된다.특히소설의핵심적인단어“잠기다”라는단어를반복적으로읽다보면,우리는오빠가경험한재난에서‘세월호사건’을떠올리게된다.작품은“우리에게당신은왜살아남았는지,또어떻게남은삶을살아낼것인지에대해”물으며,“이질문이세월호사건이후우리모두의것이되었다는자명한사실을”(문학평론가조연정)상기시킨다.전국민적트라우마로자리한사건앞에서‘애도의공동체’가어떻게만들어질수있는지에관한하나의좌표를제시하는셈이다.
소설집『쇼코의미소』(문학동네,2016)로작년한해큰주목을받은작가최은영의작품두편도실렸다.「씬짜오,씬짜오」는베트남사람인응웬아줌마가족과한국사람인‘나’의가족간에벌어지는사건을중심으로씌어진소설이다.두가족모두베트남전에서자신이사랑하는사람을잃었지만,한쪽은전쟁의가해자,다른한쪽은전쟁의피해자라는구도속에서벌어지는감정적갈등을그려냈다.「그여름」은‘이경’과‘수이’라는레즈비언커플에관한소설이다.동성애커플이겪을수있는사회적시선,결혼과같은제도적문제를놓치지않으면서동시에두여성이사랑에빠졌다헤어지는감정의변화를섬세하게그려냈다.두작품모두쉽게타자화되었던존재,늘주변부에머물던소수자,피해자들의이야기를정면으로가져오면서,동시대에벌어지고있는다양한사회적사건들을짚어내고있다.
젊은작가들의소설적탐구,
그치열한문학의창의적갱신
구병모의「지속되는호의」는아주사소한균열이큰갈등으로이어지는과정에주목한다.등장인물서영은수영장에서우연히어린남매를알게된다.굳이엮이고싶지않지만지속적으로서영과그녀의가족들의일상에이남매가출현하면서겪는서영의내적갈등에관한묘사가흥미진진하게진행된다.“선의의행위들안에도사린보이지않는타인의지옥과관계의폭력성에대한질문이한줌의감상도없이출현”(문학평론가이광호)하고있다는평처럼작은일상에의침입이불러일으키는지옥에대한구병모의문제의식이내포되어있는작품이다.
제4회문지문학상을수상한박솔뫼는그의작품「우리의사람들」로후보작에이름을올렸다.12월31일에서1월1일로넘어가는밤,온양관광호텔에서새해를맞이하는‘나’는내가갖지못한또다른가능성에대해상상한다.결혼을했을지도모를가능성,선박회사에서일할수도있던가능성에대해서.“다른세계를생각해도엄청난것대단한것을떠올리지않고같은나라의다른도시의내가살법한조건들을그럼에도현재로서는선택하지않은걸음들을간사람을가정”(p.275)함으로써작가는직선으로흘러가는시간속에여러겹의레이어를쌓아올린다.“문법은한문장안에여러세계가공존하는것을허락하지않”는다는점을생각해볼때“박솔뫼는문법의파괴자이기도한데,알다시피좋은문학은항상문법의감옥을견뎌내지않는다”(문학평론가김형중).
최은미작품「눈으로만든사람」의주인공강윤희는어린시절삼촌으로부터겪은폭력의트라우마에서벗어나지못한인물이다.과거의기억이현재삼촌의아들인‘강민서’의등장과함께더욱더강윤희를사로잡고그상황속에서겪는강윤희의복잡한심리와흔들림이섬세하게드러나있다.
양선형과김엄지,백수린의작품은작년에이어올해도문지문학상후보작에이름을올렸다.양선형의「종말기의료」는현실에뿌리내리고있는사건이뚜렷하게보이는소설은아니다.파국을맞은세계가열리고,신체적으로자유롭지못했던어떤남자가자유로워지는데에서이야기는시작된다.작가가그려내는감각은매혹적이지만낯설고,막연한것들이다.“소설이란일종의함정”이라는작가의고백처럼양선형이그려낸함정속에서전에보지못한세계의문이열릴것이다.김엄지의「예지5」는김엄지가근래발표하고있는「예지」연작소설중하나이다.A,b,c등이니셜로인물을표현하는방식과아주작은부분에까지몰두하는등장인물들의일상,회사를오가는회사원들의건조함등작가의독보적특징이라고할만한부분들이여전히살아있다.백수린의「여행의끝」은프랑스에거주하는딸을만나러간아버지‘종구’에대한이야기다.이국적인공간에주인공을떨어뜨려놓고있는힘껏그가믿고있던것들을흔들어버리는백수린의특징적인장점이고스란히드러난작품이다.“백수린은종구라는‘평범하고점잖은’한국아버지의남성성이어떻게보수적성도덕과성차별주의,인종차별주의와내밀하게연결되어있는지노골적으로보여준다”(문학평론가이경진).
[수상소감]
나를버린아버지의조국이다,누군가의결연한말을듣는데그말이시적이라는생각을했다.내가싫어하는단어가두개들어있다.아버지,조국.애초에「행복의과학」은이문장에서시작되었다.「영원의법」「신비의법」「UFO학원의비밀」,이크리피한필름을리뷰하는시네필들의좌담을몇번이고돌려들었다.결국어느겨울날,홋카이도오타루역앞에서〈幸福の科?·HappyScience〉지부를발견한다.내가7년째글쓰기수업을하러가는산본역앞에있는왕국회관을볼때의기분과별다르지않았다.그러나이러한정보들이천천히합쳐져이상한이야기하나가만들어졌다.
초고를친구들과돌려보며,‘이야기’와‘고백’중어떤뉘앙스가적합할지에대해고민했다.부끄럽게도나는일본어를읽을줄도쓸줄도말할줄도모른다.그건자랑도아니고자책도아니다.친구들은실제로‘행복실현당’이존재하지만그들이일본참의원통상선거에서의석을낸적은없다는사실,1991년압구정동에맥도날드1호점은존재했지만소설에서와같은살인사건은없었다는사실,어떤이의성기노시타(木下)는박(朴)과같은방식으로만들어졌으나또어떤이의성기노시타는그러하지않다는사실등을흥미로워했다.
그러나몇계절을지나는동안내가가장오래생각한것은‘하나’라는인물이다.나를버린아버지의조국이다,라는말이주는매혹덕분에‘현지처’의딸을상상할수있었다.
오랫동안나는내소설이라는물건이나자신의지극한취미이거나과업을넘어과연세상에필요한것일까에대해고민해왔다.글을쓰는사람이라면모두초고를완성하는단계에서이글이세상을바꿀수도있지않을까,생각할지모른다.나의고민은그보다훨씬검소한단계에서지독하게깊어졌다.어쩌면나약한인간의정념일뿐이거나그현학적취미의전시가아닐까.전부맞다.그러나이제조심스럽게그러나분명히확신한다.필요하다.내소설같은소설도세상에필요하다.
그러나이런선언에앞서필요한것은쓰는행위를지속하는자신이고,쓰는행위가물건으로가능하기까지만들어지는섬세한조건들이다.지면이겨우주어질때마다나는그것을기적같은일이라고생각했다.개인의선언이란언젠가겸연쩍게기적에굴복해야하는지도모르지만지금의확신을잊지않을것이다.
문학과지성사의여러분들께감사드린다.
2017년
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