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김덕희 소설집)

급소 (김덕희 소설집)

$13.00
Description
단 한마디의 군살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단단하고 정확한 문장, 깊고도 오래 숙고된 주밀한 서사, 예상을 뒤엎는 전복과 재전복의 전개로 단편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신예 작가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2013년 단편 〈전복〉으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4년간 꾸준히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한국 소설의 새로운 지대를 형상화해왔다는 평을 받아온 김덕희의 첫 소설집 『급소』. 세계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살 수밖에 없는 인물들, 발 디딜 곳 하나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간절히 자기 자리를 찾고자 한 여정들이 아홉 편의 소설들 속에서 주조된다.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숨쉴 수 없이 압도적인 전율을 일으키는 그 운명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역동적 성찰로서 다시금 우리의 급소를 저격해온다.
저자

김덕희

저자김덕희는1979년경북포항에서태어났다.
2013년단편「전복」으로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전복7
급소39
절차가있습니다71
낫이짖을때101
하울링135
가시자국-혈2169
코뮈니케이터203
자망(刺網)237
혈271

해설/늪지에서침을놓는법_김형중(문학평론가)297
작가의말312

출판사 서평

단한마디의군살도허용하지않는듯한단단하고정확한문장,깊고도오래숙고된주밀한서사,예상을뒤엎는전복과재전복의전개로단편소설의진수를보여주는신예작가의소설집이출간되었다.2013년단편「전복」으로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4년간꾸준히단편소설을발표하며한국소설의새로운지대를형상화해왔다는평을받아온김덕희의첫소설집『급소』(문학과지성사,2017)다.

세계의가장자리로밀려나살수밖에없는인물들,발디딜곳하나주어지지않았지만그만큼간절히자기자리를찾고자한여정들이아홉편의소설들속에서주조된다.때로는비극적이고,때로는숨쉴수없이압도적인전율을일으키는그운명들은,지금이순간을살아가는우리의것과다르지않다는역동적성찰로서다시금우리의급소를저격해온다.

지금,우리세계가안고있는가장심각한문제의‘급소’를
단단한문체와감각과시선으로둔중하게가격하다!

“생목숨을앗아가는일이도처에있었다.거기연결된보고싶지않은것과듣고싶지않은것들이무수히떠올랐고적어두지않을수없었다.”(「작가의말」에서)

우선표제작「급소」에서시작하지않을수없겠다.작가의세계관ㆍ소설관이가장응축된작품이기도하다.언제어디서어떻게들어왔는지는아무도모르는,발은수달,꼬리는쥐를닮은늪돼지들이출현해강주변습지의생태계를장악한다.그탓에강과연못에서는토종어류뿐만아니라배스와황소개구리조차개체수가가파르게줄어든다.여기에정부가포상제를도입하니인간사냥꾼들이등장하는데,늪돼지수는줄지만먹이사슬이작동한다.‘장’이라는인물(장정근)처럼살육에능한사냥꾼만이이생태계에서살아남는데,그도최상위포식자는아니다.먹이사슬의좀더위쪽에는,사냥꾼들의수확물일부를갈취하며생계를이어가는관리와경찰들이있다.작가의눈에비친이악무한의먹이사슬의세계.

흥미롭고도주목할만한것은줄거리가구성되는방식이다.이소설의열여섯살일인칭서술자(장민호)는태어날때부터아비없이지냈고,열여섯에어머니로부터밀려나아버지에게로와또다시밀려나지않기위해처절히노력하지만,결국아버지가휘두른골프채에급소를맞고,급기야존속(어머니)살해혐의로체포되기에이른다.
‘장’과서술자‘나’가부자관계라는것도,‘나’가미필적고의에의해어머니를숨지게한다음아버지를찾아온아들이라는점도,경찰이찾아온것이아버지의살인사건이아니라아들의살인사건때문이라는점도모두결말에서야놀라운반전으로밝혀진다.
그제야독자는작품앞부분에서작가가세밀한실마리들을아주정교하게매설해놓았다는사실을깨닫게되며,그동안의소설읽기체험을재반추하게된다.이책에실린아홉편의소설들이,모두이와같이빼어난전복과재전복의장치를정교하게내장하고있다는점은빼놓을수없는이책의매력이다.

어디에도서있을자리를찾지못한자들,
그들의간절하고서늘한자국이새겨진아홉편의여정

소설속인물들이설수있는땅을찾지못해낯선어딘가에서안착하려고발버둥치는것도아홉편의소설전반에서나타나는특징이다.“그에따르면우리모두는‘무언가’를,그리고‘어딘가’를잃었다”(김형중,「작품해설-늪지에서침을놓는법」).
등단작이기도한「전복」에서는고향을떠나원룸에기거하다자살하거나신경증증상을겪게되는대학생들의이야기를통해단자화된현대인의초상이새겨지며,「절차가있습니다」와「하울링」에서는직장에제대로적응하지못해끊임없이여행과일탈에대한강박적욕망에시달리는인물들이그려진다.메타픽션특유의형이상학적탐문이돋보이는,언어를가진지배계급과그렇지못한계층사이에묘한갈등이놀랍도록아름답게형상화된「낫이짖을때」에서도주인공‘수복’과그의아버지는주어진환경을이탈하려는자에게가해지는처벌을가장두려워한다.
이러한두려움,이러한불안은,애초에무언가로부터떨려나왔다는불안에서발원돼지금있는이곳에서마저떨려나가게될지모른다는불안으로한층더전도된다.묘하게도떠나왔던곳으로되돌아가는게목표가아니라현재의발디딘땅에정착하는것이문제가되는셈.항상여기아닌어딘가를꿈꾸며,동시에여기아닌어딘가로추방당할지도모른다는역설의불안에휩싸이는것은그들만의모습일까.혹은애써무시하고잊고살고싶었던우리안에숨겨진모습은아닐까.

시작과끝이꼬리를무는마법같은소설구조
정확한문장,사려깊은행간에응축된단편소설의미학!

“입구와출구가겹치며전체가엉키는구조를자주그렸다.고도의각성상태가헛일이되는이세계의꼴이그렇게보이기때문이었다.”(「작가의말」에서)

이외에도침술에대한저자의조예를기반으로환부를다스리기도하고무기가될수도있는침의이야기가펼쳐진「혈」과「가시자국?혈2」연작,강과평생을겨룬어부에게닥친충격적사건들이하드보일드한문장으로그려진「자망(刺網)」과동물의눈에비친인간상의묘사가신선하게도드라지는「코뮈니케이터」또한가볍게다뤄질수없는작품들이다.장편에서취급될법한주제와서사가이단편들안에서절제있고도빠른속도감으로읽히는신선한경험을선사할것이다.

아주자세히숙고돼바람처럼날렵하게전개되는구성,참으로아이러니한상황의‘급소’를묘파해내는눈,그눈을통과해뚜렷한개성으로직조한단편소설의정수를우리는오랜만에만난다.함부로이세계의출구를허락하지못하는작가의엄정함과진지함은오히려미덥다.출구를찾는작중인물들의탐험이입구로되돌아온듯보여도,그들이끝끝내정착지를찾지못했다해도,그것은과연헛된탐험이아니었다.김덕희는오래도록남을,이이야기들을만들어냈으므로.

*

“서프라이즈.신예작가김덕희는아마도서프라이즈의새로운‘급소’를찾은듯하다.[……]그결과놀라운사건들이주밀하게얽히고설키면서각별한인지의충격을준다.아울러지금-여기서벌어지는서늘한운명의풍경에대하여오래도록숙고하게한다.”_우찬제(문학평론가)

“하드보일드’란말의전범으로삼아도좋을만큼짧고정확한문장들이텍스트를마치무슨금속재질로이루어진서판처럼차갑고단단하게만들어놓는다.[……]그숙고된차가움에이르기까지얼마나많은것들을다스려야했을지헤아리다보면,신예작가김덕희를믿지않을도리가없다.”_김형중(문학평론가)

“마치내손안에내장이물컹하게잡히고,소름돋는피비린내가금방코끝에끼친것처럼생생하게감각화한강렬함이이소설의인상을결정짓는다.하지만조금더생각해보면,존재하지않는가상의동물을구체화한실감보다그것을둘러싼폭력의즉물성이,폭력을가하는주체의무정함,건조한실행과기계적정확성이실은더충격적이다.이러한세계가다만허구에지나지않는다고우리는단언할수있는가?”_강계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