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하다 (김혜순 시론 | 양장본 Hardcover)

여성, 시하다 (김혜순 시론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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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대의 언어에 맞서는 시, 언어로 누구보다 통렬하게 당대를 비판하고 또 앞질러온 시인 김혜순의 시론을 묶은 『여성, 시하다』. 1979년에 등단해 12권의 시집을 펴내는 내내 김혜순은 남성 중심의 지배적 상징질서를 충실히 구현해온 언어에서 자신의 몸-말을 꺼내어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로 확장시켜왔다. 분열적이고 산포되는 이미지의 연쇄, 단어와 단어가 부딪쳐 일으키는 파동, 타자와 함께 자신을 재구축하는 다성적이고 역동적인 목소리의 형태를 띤 김혜순의 시는, ‘현실이 없는 시는 없다’는 그 자명한 명제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듯, ‘언어에 새겨진 문명과 문화의 기획, 권력과 체제의 논리, 통념과 관습의 폭력성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러한 언어의 본성에 저항하며’(문학평론가 오연경) 길어낸 산물이다.
저자

김혜순

저자김혜순은1979년계간『문학과지성』을통해시단에나왔다.시집으로『또다른별에서』(1981)『아버지가세운허수아비』(1985)『어느별의지옥』(1988;2017)『우리들의음화』(1990)『나의우파니샤드,서울』(1994)『불쌍한사랑기계』(1997)『달력공장공장장님보세요』(2000)『한잔의붉은거울』(2004)『당신의첫』(2008)『슬픔치약거울크림』(2011)『피어라돼지』(2016)『죽음의자서전』(2016)과시론집『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2002),시산문집『않아는이렇게말했다』(2016)등을펴냈다.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소월시문학상,미당문학상,대산문학상,독일HKW국제문학상등을수상했다.현재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나는아직태어나지않았으므로
쓰레기와유령
귀,안으로의무한
나의지옥,나의뮤즈
시인은가라
산자의신화
여성,시하다
여성시와유령화자
복수의몸

책뒤에-한사코사이에있으려는

출판사 서평

파국의잔해를끌어안고살아남은자들의언어
지금다시우리가여성시를묻는이유

당대의언어에맞서는시/언어로누구보다통렬하게당대를비판하고또앞질러온시인김혜순의시론을묶은『여성,시하다』(2017)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1979년에등단해12권의시집을펴내는내내김혜순은남성중심의지배적상징질서를충실히구현해온언어에서자신의몸-말을꺼내어끊임없이새로운목소리로확장시켜왔다.분열적이고산포되는이미지의연쇄,단어와단어가부딪쳐일으키는파동,타자와함께자신을재구축하는다성적이고역동적인목소리의형태를띤김혜순의시는,‘현실이없는시는없다’는그자명한명제를온몸으로증명해보이듯,‘언어에새겨진문명과문화의기획,권력과체제의논리,통념과관습의폭력성을예민하게감지하고,그러한언어의본성에저항하며’(문학평론가오연경)길어낸산물이다.

하여김혜순의시론은그가독창적이고상상적인언술로갱신해온한국현대시의미학이도달한지점이면서,동시에오랫동안가부장적사회의법과문학적보편성의논리에갇혀해석되고연출되고박제되어온여자의몸,여성시에대한본질적이고도제대로된독법의필요성과그방법론을제시하고있다.일찍이여성적글쓰기의원천과욕망,사랑과숙명에대해절박하게묻고답했던『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2002)이후여전히지금여기에서‘여성이시한다는것’은과연무엇을의미하는지묻고답하며,나아가여성시인과작가의목소리가남다른발성법과언어체계와상상력을지니고있음을구체적문학적사례(강은교,고정희,김승희,김정란,최승자의시와오정희의소설등)를들며입증해내는길고짧은글10편이시론집『여성,시하다』에묶였다.

여성시인들이쓰는존재론적이고도방법론적인그시적발성의주름깊은곳에어떠한심리적인왜곡이나피해자의식,악전고투가숨어있는지따로밝혀보아야할이유가있다고생각한다.혐오나교묘한질시에대한내상을드러내는고백들너머여성시는왜가상의피륙을짜고있는지,텍스트의짜임속에비밀을감추고,수치를일구기위해어떠한방법으로위장하는지,어떻게다른시적영토를발견하고그장소를운행하는지,화자의설정과그문체의결과틀의구축이고백의내용보다더한고백인지,그리고그것이어떻게해방이되는지,심지어그장소없는장소에서어떻게탈주체화를실현하는지,혹은그자리에서공동체마저꿈꾸고있는지들여다볼필요가있다고생각한다.(「책뒤에-한사코사이에있으려는」,230쪽)

내/여성몸으로시를쓴다,나/여성은‘시한다’
-모국어를위반하며시속나의‘실존’찾기

김혜순은여성은시를쓰는것이아니라‘시하는’것이라고말한다.이는같은땅을딛고같은풍경을바라보지만남성에비해늘차별과혐오,폭력과소외의게토상태에노출되어온여성/몸에대한인식으로부터출발한다.유독한국문학에서여성시인의언어는여성이라는존재가자신의몸에씌워진배타적억압과구속을고통스럽게경험하고타인의편협한이해를요구받아왔다.여성시인의언어는여성시인스스로가자신을이방인,난민으로경험,인식하는것,혹은그에따른학습,사유가있지않고는발화될수가없다는것이다.여성은자신에게부과된정체성(남성들이발명한언어,그언어로점철된시사詩史,수사와기호들)에서벗어나기위해분열되고투명한약동의목소리로언어를‘몸하고’‘시한다’.

내몸으로시를쓴다는것은,‘시한다’는것은,내가내안에서내몸인여자를찾아헤매고,꺼내놓으려는지난한출산행위와다름이없다.나에겐신화시대부터면면히이어져온이야기와시들을통해의미를주던아버지들로부터도망쳐너를사랑하면할수록더욱더내몸속에서나오고싶어안달인여자가있다.사랑의욕망으로꿈틀거리는여자와내몸이쌍둥이처럼맞붙어다시태어나려는몸짓,그자가(自家)출산이‘몸하는’시다.(「나는아직태어나지않았으므로」,12쪽)

여성시인에게자신의육체는하나의텍스트다.여성과죽음과몸의언어는언어이전이나이후의소리들이다.모음이폐와횡격막,콩팥,항문과생식기,심장으로낼수있는소리인것처럼모음은몸의구멍들과연결되어있다.여성의텅빈몸은마른몸과섞이면서끝없이변용,생성되려고한다.다른몸을대상화하지않고섞이려한다.

여성시는언어와언어사이의틈새이며,말하면서도말해지지않는언어적모험이다.언어적주체를탈주체화시킴으로써모국어를해체하는동시에현실에대한,기억에대한,타자의혐오에대한방법적대응이며전투다.곤경의언어이고,비언어다.(「책뒤에」,231~232쪽)

쓰레기와유령,여성시와유령화자
-“내몸의과거-기억-현재-죽음을가로지르는리듬으로나는당/신의영혼을만진다”

앞선시론집『여성이글을쓴다는것은』에서김혜순은바리데기신화와여성시의물의언술,들림,영감,공간,증후,사랑,몸등에관해이야기한바있다.이어이번책에서는바리데기가겪는세번의부재에주목하여여성시인만의독특한화자를소환해낸다.
‘바리데기’는이름없는자의이름이다.‘바리’라는이름은지금이쪽우리의언어로‘쓰레기’다.바리데기는세번의버림을받는다.김혜순은이세번의부재(죽음)경험이바리데기의시적여정이자여성시인으로서의그의시가‘시하는’경험들이라고말한다.
첫번째부재의시는자신이버려짐,부재,쫓겨남에처해진존재라는사실을깨닫거나분노를표출하는시다.이런유형의시는대개독백적진술을주로하며,소녀나미성숙한화자를내세워자아를극적인무대에세운다.두번째부재의시는가정과체재,공동체내에서잠식당한자아정체성을노래한다.한결성숙해진시적화자는일상적이고현실적인문제들을시의배면에품고서,모성성을비난하거나자신의결혼,관계,노동을화제로삼곤한다.세번째부재의시는분열적이고,산포되며,공동체의주문에대해분열된자아정체성,분자화된언술을들이미는발명자들의시다.이런유형의시의화자는어떤복수(複數)성을내포한듯보이기도한다.이유형의시들은언어의운용,모국어문법에대한파괴에열중하기도하고,남성과여성으로환원되는은유체계에대한전복,다성악적파동의언술을내보이기도한다.(「쓰레기와유령」,18~19쪽)

한편,김혜순은우리나라여성시인들의시속에서각기다른유령화자의목소리를발견해낸다.여성의공간으로규정된부재,결핍,침묵,죽음,수동,어둠을스스로의몸으로끌어안음으로써그것을전복시키는언어적이행이자시간과공간의교차속에빚어지는간격으로유령적해체를규정한다.이유령적해체의문법은기존의언어로는설명할수없는다성적목소리,복수화자의목소리,화자들을품었다가다시내뿜는기괴한모성의목소리로구현된다.

여성시인에게쓰레기는어둡고수치스러운비밀이며장애물이다.쓰레기는일견가난한자,이방인,고아,난민의얼굴을하고있지만,그들이스스로쓰레기가된것이라고할수있을까?그들의얼굴은내가비참하게버려졌을때,죽음에다가갔을때,국가의무기력함으로지뢰처럼터지는재앙들앞에서목격한,마주한이웃의얼굴이며,나의국가공동체혹은가부장제의폭력앞에서내가감당한,나를둘러싸고있는,바로나자신의구멍인어둠이다.그들은바로‘바리’라는이름처럼이름없는이름을갖고있다.그부재하는이름이나를시의장소로움직이게한다.암컷이라는그어둠속에서여성인나의시는발진한다.이름없는주체,의도나행위의기원도갖지않은주체,어디에도귀속될수없는감정이나어떤내밀성만을가진몸,혹은무명의시적행위,그발견인나의시가탄생한다.여성시인에게요구되는수치,배려의감정,모성성,나이별로부과되는동일성대신에어둠속에기거함,쓰레기처럼버려진채한덩어리로존재함,거기에서상호반응하는쓰레기의무늬를그리는나의시가탄생한다.(「쓰레기와유령」,27~28쪽)

유령적해체의목소리는여성의몸에내려진천형인죽음의언어체계를자발적으로전유함으로써발생된다.죽음의기계를스스로,온몸으로작동시키면,그자리에서피묻은옥시모론의언어들이흩어져내린다.그언어는자신들의몸을해체함으로써얻어진피의,물의,젖의,그물의,백설난분분의언어다.이언어가여성화자로서의장소를확장한다.그러기에유령적해체의목소리는타자들과함께거주할공간을끊임없이탄생시키는생성의언어이며,그타자들과경계없이접촉하는언어다.(「여성시와유령화자」,191~192쪽)

이책『여성,시하다』는김혜순의시세계를이해하는데가장적실한안내서임은말할것도없거니와,오랫동안여성과여성시,여성문학을굳게가둬온체계와편견을벗고처음부터다시새롭게읽어보려는모든이에게흥미롭고의미있는공감지대를안겨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