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잘 모르겠어 (심보선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심보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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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 언어로 지은 유예의 공간!
사회학자이자 시인인 심보선의 세 번째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와 《눈앞에 없는 사람》으로 대중과 문단의 주목을 한 번에 모아온 저자가 6년 만에 묶어낸 시집이다. 평론가의 해설을 덧붙이는 대신 저자가 선별한 에세이 《당나귀문학론》을 덧붙였다. 그동안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 운동의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왔던 저자의 모습은 시집 속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곤 하는데,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소년에 대한 시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룬 《스물세번째 인간》 등에서 잘 드러나 있다.

끊이지 않는 삶의 슬픔과 고통, 어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저자는 슬픔 사이 찰나의 순간, 눈앞에 없는 것들의 존재를 포착해내고 불행한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긍정적 결말을 끌어낼 수 있는 언어를 풀어놓는다. 불행이 꼬리를 물고 따라와도 우리가 서로에게 바통을 쥐여주듯 서로에게 가닿을 수 있다면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서로가 서로의 말에 닿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불행으로만 점철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저자는 자신의 시를 통해 전하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중”에 있는 그 과정을 시적 언어로 기록하는 자, 심보선. 온전히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던 것들,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던 것들을 사회학도의 눈으로 그리고 시인의 손으로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소멸이 회생 불가능한 지점까지 가닿기 전에, 이별이 영원한 끝이 되어버리기 직전을 포착하는 심보선의 시 세계는 그 안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

심보선

저자심보선은1970년서울에서태어나1994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풍경」이당선되면서등단했다.시집으로『슬픔이없는십오초』『눈앞에없는사람』,산문집으로『그을린예술』이있다.‘21세기전망’동인이다.

목차


소리/당나귀/극장의추억/돌과어울리는사람/오늘은잘모르겠어/축복은무엇일까/독서의시간/아침의안이/카르마/예술가들/이별씬/실어증

II
축제/말년의양식/어쩌라고/형/심보르스카를추억하며/섬살이/멀리떠나는친구에게/염천교생각/느림보의등짝/나는시인이랍니다/나는이제시인이아니랍니다

III
사진들/공통의것/끝나지않았어/하라,파라,플로렌시아/좋은밤/허씨집벤의기도/메아쿨파/갈색가방이있던역/피/스물세번째인간/근육의문제/불모지에서의발견들/국가론/연극「감자와장미」를위한시놉시스/무정과다정

IV
침들의시간/오늘의야구/미래의여보/엔트로피길들이기/잃어버린10년/대유행/천도재이후/강아지이름짓는날/다시아버지를생각하며/복화술사의구술사/고통여관의마지막일지

V
마치혀가없는것처럼/브라운이브라운에게/리던던시

부록|당나귀문학론·볼프강에젤만

출판사 서평

사회학자혹은시인으로서의시작(詩作)
불행속에서희망을상상하는심보선의시세계

심보선의세번째시집『오늘은잘모르겠어』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첫시집『슬픔이없는십오초』(문학과지성사,2008)와두번째시집『눈앞에없는사람』(문학과지성사,2011)으로대중과문단의주목을한번에모아온시인이6년만에묶은새시집이다.평론가의해설을덧붙이는대신시인이선별한에세이「당나귀문학론」을덧붙였다.부록의형태로붙은이산문은『오늘은잘모르겠어』을탐닉하는심보선의독자들에게독특한재미를더해줄것이다.
사회학자이자시인인심보선은불행한현실을부정하지않으면서,동시에그안에서긍정적결말을끌어낼수있는언어를풀어놓는다.끊이지않는삶의슬픔과고통,어둠이파노라마처럼이어지는가운데심보선은슬픔사이찰나의순간,눈앞에없는것들의존재를포착해낸다.세상은고통과슬픔의연속이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아직끝나지않았기에모습을드러내지않은희망이남아있기에삶이그저슬픔으로끝나지않도록또다른가능성을제안하는셈이다.새로운희망을상상할수있는세계,심보선이시언어로지은유예의공간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

우리의삶이행복을,사랑을찾을수있도록……
가능성을꿈꾸는시인의기록

지지난밤에는사랑을나눴고
지난밤에는눈물을흘렸던것으로볼때
어제까지나는인간이확실했었으나

오늘은잘모르겠어
―「오늘은잘모르겠어」부분

허공으로남은‘당신’을떠올릴때,한번도낳아본적이없는아이에대해생각할때,장남인화자가‘형’의존재를상상할때,즉내가갖고있지않은무언가를두고화자는“나는모른다”(「축복은무엇일까」)라고말할수밖에없다.확실한것이없는세계,어제는확실했던것같은데오늘은잘모르겠는그러한불확정성의공간은유동적으로변화하며때로는부정적결말로나아가기도한다.

나는우리에게벌어진일을잊지않기위해이글을쓰고있어요.
―「예술가들」부분

심보선의시에서화자는언제나연인과이별중이고,사랑에실패하는중이고,삶은죽음을향해가는중이다.심보선은이러한상황을그러니까,이상황이‘사실’이기때문에그것을그째로받아들이는작업을1차로수행한다.사회학자인그에게이러한현실을받아들이는것은그다지어려운일이아니라는듯말이다.그런데우리가여기서주목해야할것은“중”이라는단어이다.심보선은사라지고있는“중”에있는그과정을시적언어로기록하는자이다.즉,눈앞에서사라진존재를글로기록하고,“십오초”라는짧은찰나혹은공백에놓인순간들을잡아내는중이다.온전히없던일이될수도있던것들,완전히사라져버릴수도있던것들을사회학도의눈으로그리고시인의손으로잊지않기위해기록한다.그렇기에이시집안에서헤어짐의고통도사라지는아픔도전부과정의일부이자,다른어딘가로향하는통과의식의하나로자리한다.소멸이회생불가능한지점까지가닿기전에,이별이영원한끝이되어버리기직전을포착하는심보선의시세계는그안에서다른방향으로나아갈수있는가능성의공간을그려낸다.불행이불행으로끝나지않기를,“우리가헤어질뻔해도끝내헤어지지않고결혼할수있도록”(「카르마」),심보선의시적언어가수행하는가능성의시공간은현재진행중이다.

너-나,세계가서로에게손을뻗을때
우리의세계는끝나지않고

이번시집은시「소리」로시작한다.반복적으로등장하는시구“들어라”를통해독자들은이시에수신자가있음을짐작할수있다.“들어라”,이후뒤따라오는청자는“어머니와아버지가사랑한것을모두증오했기에자신까지혐오하게된장자”“거울앞에서얼굴의얼룩을노려보는처녀”“한개의뼈만남은거대한무덤”등이다.어딘가모르게어둡고고통스러운이미지들이화자가청자로서소환하는자들이다.

내가이름이뭐냐고물어보자
그는죽은이들의이름을보여주고
그중에하나를고르라했다

내가손가락으로가리키자
그것이그의이름이라했다

같은목록에서이제내이름을찾아보라했다
그날거기서어떤변화가시작됐다
―「근육의문제」부분

알려졌다시피심보선은갈등이첨예하게대립하는사회운동의현장에자주모습을드러내왔다.이러한삶의모습은시집속에도고스란히투영되곤하는데,구의역에서스크린도어정비중사망한소년에대한시「갈색가방이있던역」,쌍용차해고노동자문제를다룬「스물세번째인간」등에서잘드러나있다.
특히심보선은단순히사건의전말을드러내는데에서그치는것이아니라마치또다른누군가를소환하는방식으로시를전개해간다.상대의이름을묻는것,즉누군가에게이름을부여함으로써자신의삶으로타인을끌어들일때그타인은자본주의안에서아스라히사라져간“죽은이들”의이름중하나로자신을호명해줄것을요청한다.즉,심보선이시집을열면서“들어라”라는시구로수많은사람들(그의삶의결로보았을때이들은대부분자본주의아래에속박당한자들일것이다)을소환할때,그리고그들이“죽은이들”로서그스스로시인의소환에응할때,우리는심보선의시세계안에서서로서로연결되는고리를발견한다.이는단순히내가너에게손을뻗는일을넘어,너가나에게닿으려는의지,동시에너와너가,더크게는나와너,그리고세계가서로에게맞닿음으로써언어라는이름아래지어진공동체가모습을드러내는것이다.심보선의시에서수신자가설정된듯한느낌들,비단“들어라”라는구체적인지시뿐아니라이야기를풀어놓는복화술사의존재(「복화술사의구술사」)혹은서간형식으로진행되는시(「브라운이브라운에게」)들은심보선이꾸려놓은언어라는공동체안에서듣는자와,말하는자사이의연결고리가시전체의분위기를장악하고있음을보여준다.

우리는모두하나의조짐,희미한움직임이다
바통을주고받는이름없는주자들이다
그바통위에는‘끝나지않았어’라는말이새겨져있다
―「끝나지않았어」부분

“끝나지않았어”라는그의의지가담긴시구처럼,불행이꼬리를물고따라와도우리가서로에게바통을쥐여주듯서로에게가닿을수있다면아주작은움직임으로서로가서로의말에닿을수있다면,우리의삶이불행으로만점철되지는않을수있다는어떤가능성은여전히존재할수있음을시인은그의시를통해전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