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밑에서 (최일남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국화 밑에서 (최일남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반평생 넘게 신문사 ‘납 냄새’를 맡아온 최일남의 소설은 하나같이, 기자이자 작가로서 삶에 대한 균형 감각과 폭넓은 독서 체험에서 온 깊은 인문적 향기, 세상살이에 대한 느긋한 여유와 겸허로 가득하다. 여기에 평생토록 말을 끼고 살아온 숙수(熟手)의 솜씨로 빚은 언어 감각과 비애와 근심을 웅숭깊은 웃음에 얹어내곤 하는 감칠맛 도는 대화가 그의 소설 읽는 맛을 더한다. 이번 책에 묶인 작품들은 더욱이 죽음이 결코 낯설지 않은 노년의 실존과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과 세상, 풍속과 세태의 못다 한 사정을 챙기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자리를 궁굴리고 에두르는 사유와 저작(詛嚼)으로”(문학평론가 정홍수) 우리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고 있다.
저자

최일남

저자최일남(崔一男,1932~)은1932년전북전주에서태어나서울대문리대국문과를졸업했다.1953년「쑥이야기」가『문예』에,1956년「파양」이『현대문학』에추천되어등단했다.
소설집『서울사람들』『타령』『춘자의사계』『손꼽아헤어보니』『너무큰나무』『홰치는소리』『누님의겨울』『히틀러나진달래』『그때말이있었네』『아주느린시간』『석류』등과장편소설『거룩한응달』『그리고흔들리는배』『숨통』『하얀손』『덧없어라,그들녘』『만년필과파피루스』등을펴냈다.그외『기쁨과우수를찾아서』『상황과희망』『바람이여풍경이여』『풍경의깊이사람의깊이』『최일남의인간기행』(『신동아』인터뷰집,전3권)등다수의산문집과칼럼집,인터뷰집등이있다.
월탄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한무숙문학상,오영수문학상,인촌상과장지연언론상등을수상했다.동아일보문화부장과논설위원,경향신문문화부장을지냈으며,현재대한민국예술원회원이다.

목차

국화밑에서
메마른입술같은
물수제비
밤에줍는이야기꽃
아침바람찬바람에
스노브스노브
말이나타령이나

64년동안의사랑과문학적열정_권성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한국어로살고생각하고말한최선의것이여기있다”

한국현대소설사의산증인,최일남
64년을지켜온사랑과문학적열정

1953년단편「쑥이야기」가『문예』에,1956년단편「파양」이『현대문학』에추천되며작품활동을시작해올해로자그마치등단64년을맞게된작가최일남(1932~)이소설집『국화밑에서』(2017)를출간했다.소설집『석류』(현대문학,2004)이후13년만에펴내는열네번째창작집으로,표제작「국화밑에서」를비롯해2006년부터2013년봄까지쓰고발표한단편7편을묶었다.

전후세대작가손창섭(1922~2010),장용학(1921~1999),오상원(1930~1985)등과소설가적여정이겹치며,등단작「쑥이야기」(1953)부터최근작「말이나타령이나」(2013)에이르기까지,60년이넘도록거의매해소설을발표해온말그대로의‘현역작가’이자‘한국현대소설사의산증인’이바로최일남이다.『최일남소설어사전』(민충환엮음)자료에따르면,그는지금껏단편소설151편,중편소설7편,장편소설6편을발표하고책으로묶어냈다.이시대의사람과풍경의깊이를넉넉한해학과유머넘치는명문장으로담아낸다수의산문집칼럼집인터뷰집역시한국현대사를오롯하게증언하고있다해도과언이아니다.

반평생넘게신문사‘납냄새’를맡아온최일남의소설은하나같이,기자이자작가로서삶에대한균형감각과폭넓은독서체험에서온깊은인문적향기,세상살이에대한느긋한여유와겸허로가득하다.여기에평생토록말을끼고살아온숙수(熟手)의솜씨로빚은언어감각과비애와근심을웅숭깊은웃음에얹어내곤하는감칠맛도는대화가그의소설읽는맛을더한다.이번책에묶인작품들은더욱이죽음이결코낯설지않은노년의실존과내면에초점을맞추고,“인간과세상,풍속과세태의못다한사정을챙기고변하는것과변하지않는것의자리를궁굴리고에두르는사유와저작(詛嚼)으로”(문학평론가정홍수)우리주변을천천히돌아보고있다.

‘일본어교육을받은마지막세대’의한사람으로“걸핏하면일제용어로도망가는세대의후덥지근한기억”(「스노브스노브」)에서자유롭지못한최일남이다.하나“일제강점기의아픈유년기소사부터노년의밤에푸는맨체스터더비의담화까지기억이긷고아우르는이야기의진경은말과문학의현재적생명과맥박으로충만하다”.(정홍수)

“진짜노년의존엄을찾아”(「메마른입술같은」)매일의생을반추하는일은,비록그것이미완에그칠지라도진실한인간됨에한발짝다가서려는애씀으로,누구랄것없이필요하고값진과정이아닐까.우리나이로미수(米壽)를두해앞두고도여전히펜을놓지않는노작가의삶과문학적열정에후배문인누구나아낌없는존경으로답하는이유가여기에있을것이다.

“최일남선생의문학에서소설의지혜와인간의기품은하나다.”_정홍수(문학평론가)
“『국화밑에서』에이르러이시대의한국소설은노년의실존과내면에대한
또하나의인상적인경지와단단한묘사를갖출수있게되었다.”_권성우(문학평론가)

노년의실존과내면에대한진솔한응시
최일남의근작들을묶은이번소설집에는인생의석양을사는사람들의시선에담기는풍진세상의희로애락이덤덤하게펼쳐진다.하루에두군데장례식장을방문하게된주인공이상주와대화를주고받는「국화밑에서」는장례를둘러싼풍속을평하고유년의기억을더듬는이야기가차지면서도시큰하다.작가에게세월에따른장례풍속의변화를체감하는일은곧자신을둘러싼실존과죽음의의미를깊게성찰하는일과다르지않다.하여장례,죽음,시체,염,입관,화장한후의뼛가루수습등에대해폭넓은독서와체험에서비롯한사유와지식을자연스럽게엮는솜씨는물론이고,망자를목도하는유가족의심리를허투루넘기지않는묘사와통찰역시날렵하기짝이없다.

그런가하면「밤에줍는이야기꽃」의화자는“생각따로몸따로늘그막쪽잠”으로이어지는새벽녘마다프리미어리그맨체스터더비나메이저리그등빠르고명쾌한승부의세계를놓지않고시청한다.더러낮동안겪는구청의컴퓨터무료강좌나좌석버스에서목격하는동년배들의“연민과인멸의냄새”가득한말과행동에그는자기모멸과비애를감추지않는다.그럴수록그는영어자막과일어청취에기대어“대엿새터울로맛보는밤의흥분낙담”을“적막강산을벗는자신의괜찮은행사”로키워간다.

“노년에들면마음이너그럽고사리분별에도밝다고들하던데믿을것이못된다.[……]노회는소년의클릭한방만못하고,경륜은글로벌스탠더드에치여별무소용이다.나이와함께상승하고속살이찌기마련이던권위는뒤를받치는콘텐츠가부실하고앙상한만큼하강곡선을긋기바쁘다.”(「밤에줍는이야기꽃」)

“노인은대체로나이가비슷한타인에게냉랭하기쉽다.낯선아이와도금세어울려장난을꾸미는떡잎들과다른점에서늙으면아이된다는옛말이의심스럽다.마주본얼굴에서지치고건조한세월을읽는것이싫어서라고단정할것없다.사는켯속에전봇대같이뻗선이치를세우기좋아하는이들은그렇게정리하기도하지만해석이너무단조롭다.”(「밤에줍는이야기꽃」)

한편「물수제비」는혼자가된노년의처연한심경을담은작품으로,마치“헤어지는연습이었던셈”으로병석에눕기전아내와교환한숱한대화를회상속에추리는퇴직교장이등장한다.혀짧은소리의초등학교2학년짜리손주를아들내외없이보름남짓돌보게된「아침바람찬바람에」의화자는,조손(祖孫)사이의엄청난시대적변천과괴리에당혹해한다.그럼에도빠르고간편한오늘의혜택을애써부인하지않고“밀어낼것밀어내고당길것당겨데리고사는”노년의그답게,손주의눈높이에서비밀놀이라도하듯자신의유년을함께되짚어보기도한다.

“연만할수록역경을지혜롭게헤치고,대소사에너그럽고원만해진다는것도모두헛소리인가봐.책에나씌어있는말인가봐요.”(「물수제비」)

“아내가다된서방의외통고집과간댕간댕션찮은힘의뿌리를왜몰라.서방은서방대로쭈그렁이노파가사라지고없는날들의준비가전혀없어두려움에한참떨고있었다.때문에하나마나한농담성화제의뒤끝이필경개운찮았다.전립선비대증에걸린환자의,노상무지근한잔뇨(殘尿)처럼.”(「물수제비」)

“나이가멱에찰수록저자신을가늠잡기힘듭니다.”(「스노브스노브」)

“못할것도없지……나이먹은유세,옹고집,무관심으로위장한샘,괘씸죄남발……에이그만둘라네.생각이막혀서가아니야.얼마든지끌어댈수있되누워서침뱉는노릇이막상떠름하구먼.”(「스노브스노브」)

고색창연한언어감각과촌철살인의대화로빚어낸소설미학
최일남소설을말할때빼놓을수없는것중하나가그의절묘한언어감각이다.
‘칙살스럽다’(하는짓이나말따위가잘고더러운데가있다),‘헤실바실하다’(일이시원스럽지못하고흐지부지하게되다),‘호도깝스럽다’(명확하게결말을내지않고일시적으로감추거나흐지부지덮어버리다),‘들이당짝’(들이대고다짜고짜로),‘어지빠르다’(정도가넘고처져서어느한쪽에도맞지아니하다),‘시망스럽다’(몹시짓궂게심한데가있다)등그의소설속숱한순우리말과토착어는자연스럽게문장문장으로갈마들고타래처럼인물간대화로이어지며최일남소설의큰특징과매력을이룬다.

“하늘아래새로운것이없다는문물의내력에비추면새삼놀랄게못된다이걸세.말인들다를까.생성,소멸의계기와유효기간이각각다른사람의입말을누가무슨수로내치고들이나.우리연배는돈주고배운공력이아깝고그말과허물없이지낸정의(情誼)가하도깊어쓰레기통에버렸던놈까지다시줍는경우마저있잖은가.깨끗이씻어새말에곁들이면섞어찌개같은맛이한층구수하고.”(「국화밑에서」)

“판이아무리변했기로기왕에존재했던구시대딜레탕트들의속멋을업신여기면곤란하다.나는못한다.마음이그쪽에더간다.함께견딘풍진세월이더불어각별한탓이다.”(「메마른입술같은」)

이는일제강점기일본어사용을강요받았던유년의“지악스러운”(「말이나타령이나」)체험과상처가,일본어의자장에서자유롭지못한스스로를인정하여그시절일본어에대한기억을“비망록(備忘錄)을적듯이”(‘작가의말’)써낸한편으로,모국어에대한관심과애정으로이어진예일것이다.
이번소설집의맨마지막에실린「말이나타령이나」는그런의미에서각별한주의를기울여읽어봄직하다.천방지축어린나이에일제의식민지지배가완성단계에이른시기를살았던최일남이다.학교와일상가리지않고일본어로말하고밤낮으로도열하여동요대신일본군가를암송해야했고,그렇지않으면서로가서로를고자질하며“오나가나낯설고뜨악한말에치여”살아야만했던그시절의기억은흐려지는듯하다,“홍안의한때를히히거렸던초등학교시절”의친구를다시만났을때,동창들의흔한회포의끝이어김없이‘교가합창’으로흐르거나,“저절로써금써금한왜말찌꺼기가나오는”걸뿌리칠수없었다고도고백한다.

“한세월저쪽의노래는누군가의일상에단독으로나타나는법이없다.지난당대의온갖환경과현실을동반한다는점에서입체적이다.”
“과거가왜나빠.말놀이가왜나빠.자네가놀이라는표현을써서그렇지.이둘이곧사람의본색아닌가.”
“말도그래.겉으로는사람이말을만드는것같아도궁극적으로는언어가사람의생각을바꾸고새로운의식을심어준다구.”(「말이나타령이나」)

그의언어감각이비단고색창연한토착어에만국한되는것은아니다.평생을말에민감해온그답게,현대적인문화적추세나사회변화를반영하는“불쑥불쑥기어나오는신조어”(「스노브스노브」)에도깊은관심을기울이는모습이수시로눈에띈다.이는‘인문학적성찬’이라불릴만큼장르를넘나드는폭넓은독서와문화체험을내내마다하지않는작가의모습과겹친다.예서비롯된풍부한지식과정보역시“용왕매진말발로농을다투는”(「메마른입술같은」)인물간촌철살인의대화에스며들어“삶의깊은속내를송곳으로찌르고풍자로에둘러일일이웃기는맛”(「메마른입술같은」)은물론이려니와,어지간한역사서나철학서이상으로인간의본질과사회의이면을예리하게묘파해내기도한다.

“언문일치가나쁘지는않되글각각말각각의내력은어쩔수없다네.터진입으로마구주워섬긴언어의파편을무수한붓방아질끝에다소곳이내미는글과어떻게비교해.게다가이사람아.넓은의미에서비유는글쓰기의알파요오메가라구.잘빠진비유하나열문장부럽지않은이치가여기있다네.”(「메마른입술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