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우르르 꿀꿀 (장수진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 (장수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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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장수진의 첫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 5년간 쓰고 다듬어온 예순아홉 편의 시를 총 6부에 걸쳐 묶어낸 시인은, 다소 긴 기간에 대해 “첫 습작, 첫 투고로 등단하여 만족스런 작품을 쌓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설명한다. 엄격한 자세로 시적 모색과 예술적 궁구를 꾸준히 하며 “몸속에서 혀가 끓어 넘”(「호모 바닐라로 가는 씬」)치는 치열한 시절을 보내온 시인답다.
저자

장수진

저자장수진은1981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연극과를졸업했다.2012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이란청년」외3편을발표하며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

I
친애하는비애/교생선생님/달로/극야(極夜)/백색숲의골초들/개비의기도/껌종이를줍는것은불가능한신의오후/거기에인조포도송이를달고다니는사내/간질녀에대하여/콰이/사랑,셋

II
개죽음의전사들/은주의외출/두부시네도키/욕실의문명/달고더운귀/지독한우울이내게로온다네/실종/엄마는히치콕/아몬드광고/개에게서소년에게/부부/두시의신비로운능력

III
폭우혹은사랑/개그맨/서울의혜영이들/자양3동미네소타/봉지언니의스피드/자본주의빨갱이는오토바이를탄다/어느날여탕에서문득/여자햄릿/여름의도큐멘타/장성익선배/폭염속에서/당신은운것같아/2016년여름,연우소극장

IV
고독의공/루아르강의이방인들/식탁위의파시/너구리후/호모바닐라로가는씬/마지막당근수프/우리가몰랐던사람/제니의귓불/공포의타인/사슴속에서/이별의말로/걸어도걸어도침실

V
인서트/마담의뿔/한사내/신경증자들의대화/돌이킬수없는/힌트는마녀/오달러여인/석관동을지나/6백년전의기도/쥐의혁신/사라지는장미정원

VI
제인의미래/질문들/타인의잠/고희동/쉬즈곤/운수좋은날/펑키할멈의후손/독백/예술가들/폐쇄병동B구역

출판사 서평

거친리듬으로쏟아지는말의폭포
지독하게현실적인그로테스크의극장

사랑은천둥속의돼지로다
사랑은우르르꿀꿀
-「힌트는마녀」에서

2012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문단에등장한장수진의첫시집『사랑은우르르꿀꿀』이출간되었다.등단당시시인은“자기내면에도사린퇴폐와파멸의징후를거침없이발산하며”“한국시에또다른‘마녀’의출현을예고”했다.또한“그의시에내재된요설의형식과거친리듬은시대를조롱하며비극적웃음과울음을동시에토해내는자의목소리를연상시키며,그러한목소리가갖기마련인강한마력으로독자를자기세계로이끄는형용키어려운매력을뿜어내고있다”(문학평론가이광호·강계숙)라는평을받았다.5년간쓰고다듬어온예순아홉편의시를총6부에걸쳐묶어낸시인은,다소긴기간에대해“첫습작,첫투고로등단하여만족스런작품을쌓는데시간이걸렸을뿐”이라고담담하게설명한다.엄격한자세로시적모색과예술적궁구를꾸준히하며“몸속에서혀가끓어넘”(「호모바닐라로가는씬」)치는치열한시절을보내온시인답다.

다양한예술적경험들로생의이면을들여다본여정
서울예술대학연극과에서공부하며,2004년부터연극을시작하여2006년부터약5년간박근형연출이이끈극단〈골목길〉의단원이기도했던그는연기분야에서도탄탄한경력을쌓아온배우이다.이번시집을탈고하며이책이“연극이내게준마지막예언”같았다고소회를밝히기도했던시인은,장면속인물들이갈등하며이야기를끌어가는과정을다양한시적실험으로가로지르며삶의다양한모순점들을펼쳐보인다.장수진은스스로독특한형식을구축해가다가가차없이허물어버리고,비명을지르는동시에내파되며,구어와문어의틈새를파고든다.미학적일탈자체에무게를두기보다는인간군상의삶이가진여러면면에다가가고자시도한끝에완성도높은시를내놓는다.이로써장수진은자신만의독특한장면으로독자들을이끌어내는강력한마력을발휘한다.

아이로니컬한서사들이불러내는진실
이시집에는생의아이러니를보여주는많은이야기와대화들이도드라진다.동네스탠드바의화재로인생의시시함을깨달은소녀(「자양3동미네소타」),골방에틀어박힌할머니를인도하는자타살협동조합(「봉지언니의스피드」),맥줏집에서노가리를찢으며혁명을강조하는선배(「장성익선배」),중년에이르러삶에지쳐버린(만화영화「둘리」의)희동이(「고희동」),폭염속에쉰김밥을먹으며광주민중항쟁을재연하는아르바이트배우들(「폭염속에서」)등.이렇게전시된모순들은간단히비웃어지지않고저마다짊어진삶의근원적슬픔과공포로집약된다.

얼굴안에서빙글빙글돌아가는얼굴
빠른크로키로태어나목이비스듬히꺾인나는
바람에뺨을날리고
눈을툭떨구는
서쪽바보외
엉터리몇명

노동은악몽과함께시작된다
모든이의공포를다매입한투기꾼처럼
공포로공포를불리고
공포로바다를메워공포의도시를만든다
헉헉거리는주인공처럼
죽어도살고살아도죽고
도망쳐도안되고
주렁주렁나무에매달린머리통들이
제철죽음의싱그러운즙을떨구며
여보여보나를부르고
-「공포의타인」부분

우스꽝스럽고기괴하게묘사되어조금은위악적으로까지느껴지는이러한장면들은마치온갖‘바보엉터리’들이서로허덕이며사투를벌이는부조리극처럼다가온다.「6백년전의기도」에서“오후의공원에서/미지근한빵을먹으면이내분명해지는것//살아있다는화사한공포”라고밝혔듯,장수진시는삶에매몰되어우리가보지못했던세계의비극을한순간선명하게만드는힘이있다.

예술을현실에서있게하려는의지
호프집에서아르바이트를하고돌아온내가
무의미한설거지에지쳐
잘가요,또오지말아요
가난한내가가난한자를천대하는마음으로
정말죽고싶어
술과안주와흘러간가요속에서,돈몇푼오가는생을깔보며
나는말했지
노동이끝나고책을보는건불가능해
전태일은정말위대하지않아?
-「당신은운것같아」부분

장수진의시를언뜻전형적인그로테스크스타일로볼수도있지만,읽을수록이기괴함이현실적이고‘리얼’하게느껴진다는점은특징적이다.그의시는신체와감각에집중되어있으며,예민한눈으로시대를바라본다.예술을‘숭고하고신비한것’으로신화화하기보다는,시적언어를통해무엇을보여줄것인가에대해고민한흔적들이드러난다.

시는내게전적으로몸의영역이다.그것은몸의고단함이고,벌컥벌컥뛰는심장의운동이다.시는쓰는것이다.임하는것이아니다.‘쓰다’라는말에는많은동사가포함되어있다.보고듣고생각하고,만지고긁고굴리고걷고뛰고살고죽고.영감역시,감각의훈련에의해비로소가닿을수있을것이다.그러나애석하게도그모든시간들은보상받지못한다.시에있어노동은정확하게계량될수없으며,경제적가치로환산되지못한다.그것은축복이자저주이다.결국시란,몸으로밀고나아가는생그자체이기때문에.그러므로시에값을매긴다는것의불가능성은곧생의숭고함과맞닿아있다.(장수진,「숭고의값」,『문학과사회하이픈』2017년여름호)

생에밀착한언어로,오늘도꾸준히자신만의상상적공간에현실을부려놓고시로받아적을시인장수진은예술가로서자기삶의소명을당차게살아내고있다.이시집은그온갖분투의기록일뿐만아니라,앞으로시인이꿈꾸는세계를만들어나갈동력으로서존재할것이며,이제읽는이에게거침없이다가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