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눈빛 (박솔뫼 소설집)

겨울의 눈빛 (박솔뫼 소설집)

$13.00
Description
무언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제4회 문지문학상, 제2회 김승옥문학상 수상작가 박솔뫼의 두 번째 소설집 『겨울의 눈빛』. 지금 이 자리에 멈춰 섰을 때 반복적으로 말을 거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의지를 다지며 써내려간 9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4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표제작 《겨울의 눈빛》을 포함한 작품들에서 저자는 부산의 극장, 광주의 공사장, 극장의 조명실 등을 떠돌며 화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의도적으로 매끈하게 정돈하지 않은 듯한 문장들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마치 독자의 귀에 이야기를 들려주듯 리듬감 있는 문체로 진행되는 작품들에서 저자는 파괴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한 장면들을 끌어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체 무엇인지 함께 볼 것을 독자에게 권유한다. 폐허가 된 공간을 서술하는 박솔뫼 특유의 서늘한 문장들은 때로 종말에 가까운 무언가를 상상케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반복할 것이며 그렇게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라는 끈질긴 증언에의 의지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그려보게 하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계속 무언가를 보고 있다. 그들이 보는 것은 고리 원전 사고로 폐허가 된 부산, 민주화 투쟁의 흔적이 남은 광주, 혹은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망가진 후쿠시마 등이다. 실제로 경험한 사건은 아니기에 화자는 다큐멘터리, 연극, 이야기 등의 매개체를 통해 본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이 너무 먼 과거로도 미래로도 가지 않고 나날이 반복되는 지금의 자리에 멈춰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들에 집중하는 일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수상내역
- 제4회 문지문학상 수상
저자

박솔뫼

저자박솔뫼는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를펴냈다.문지문학상,김승옥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어두운밤을향해흔들흔들7
우리는매일오후에31
정창희에게55
겨울의눈빛81
부산에가면만나게될거야111
너무의극장133
주사위주사위주사위157
수영장181
폐서회의친구들207

작가노트9월도쿄에서234

출판사 서평

눈앞의폐허를증언하는글쓰기
냉담한문체로씌어진미래에대한상상력


박솔뫼의두번째소설집『겨울의눈빛』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작가박솔뫼는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네권의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을출간했다.이번소설집의표제작「겨울의눈빛」으로제4회문지문학상을,첫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자음과모음,2014)로제2회김승옥문학상을수상했다.
9편의수록작을통해작가는부산의극장,광주의공사장,극장의조명실등을떠돌며화자가서있는자리에서벌어지는일들을목격하고증언하는일을반복적으로수행한다.파괴적이기도하고,비현실적이기도한장면들을끌어와지금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일이대체무엇인지함께볼것을독자에게권유한다.박솔뫼의작품들은의도적으로매끈하게정돈하지않은듯한문장들이자연스레이어졌다끊어졌다를반복하면서,마치독자의귀에이야기를들려주듯리듬감있는문체로진행된다.더불어폐허가된공간을서술하는박솔뫼특유의서늘한문장들은때로종말에가까운무언가를상상케하지만그럼에도“모든것을반복할것이며그렇게오래도록살아남을것”이라는끈질긴증언에의의지를통해미래에대한상상력을그려보게한다.

폐색된현장에남은화자의시선
“나는나는내가정말로보고싶은것은……”…


영화를본사람은열명남짓이었고감독과의대화에참여한사람은다합해야다섯명정도였다.그도그럴것이그영화는고리핵발전소사건이후쏟아져나온고리영화중하나라는정도의느낌이었던것이다.[……]고리핵발전소사건이후로그런영화는규모를가리지않고수십개쯤쏟아져나왔고당연하다는듯각종해외영화제에초대되고몇은상을받기도했지만글쎄,_「겨울의눈빛」에서

이소설집에서주인공은계속무언가를‘본다’.부산에서부산타워를보고(「어두운밤을향해흔들흔들」),극장에서영화를보고(「겨울의눈빛」),공연중인연극을본다(「너무의극장」).그들이보는것은고리원전사고로폐허가된부산,민주화투쟁의흔적이남은광주,혹은원자력발전소사고로망가진후쿠시마등이다.실제로경험한사건은아니기에화자는다큐멘터리,연극,이야기등의매개체를통해본다.
그런데무언가를보려는노력은어쩐지잘되지않는다.이책의표제작「겨울의눈빛」은고리원전사고가일어난가상의시공간을배경으로한다.폐허가된미래를살아가는화자는한극장에서그사고와관련한다큐멘터리를관람한다.리얼리티를과감하게파헤치는형식임에도불구하고,‘나’는“특별한매력”을느끼지못한다.원전사고이후개가악몽을꾸기시작했다는다큐멘터리내용에화자는“이건뭔가좀뻔하잖아”싶을뿐이다.나쁜일이벌어졌고,때문에개가악몽을꾸기라도해야한다는것처럼.사건을재현하려는다큐멘터리의시도는실패하고마는셈이다.「주사위주사위주사위」에서도비슷한서사가등장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공사에대한이야기를시작으로,화자는아시아문화전당이지어지기위해서는5·18당시의흔적이남은구도청일부를철거해야한다는사실을지속적으로떠올린다.도시광주에서박솔뫼는현존하는현장을지우고세련된상징으로덧칠하는광경을묵묵히바라본다.폐허가된공간을풀어내려는나름의시도들은어리둥절한결과를가져오고,우리는도리어정말그공간에서무슨일이일어났는지알수없게될뿐이다.

너에게들려줄게
내눈앞의너에대해,아직사라지지않은우리에대해


움직이던손이잠시멈추었고객석에서는D열에앉아있던다른관객이올라와트로피같아보이는물건으로붉은옷을입은배우의머리를내리쳤다.붉은옷의배우는방금전내가지른것보다큰소리를그러나엄청나게큰소리는아닌소리를질렀다.D열의관객은다시내리쳤다.내리치고내리쳤다.내리치는것을반복했다.남자는다시한번내목을깨물었다.나는뒤로돌아남자의얼굴을쳤다.
_「너무의극장」에서

폐허가된장소를제대로바라보기위해작가는되려현실과거리가먼연출방식을택한다.「너무의극장」에서조명오퍼레이터인‘나’는셰익스피어의연극「겨울이야기」를상연하는극장에서일하는중이다.특별히긴장할것은없고주어진대본대로조명을쏘기만하면되는데,눈앞에서펼쳐지는연극의이야기가어쩐지다소기괴하다.분명「겨울이야기」라고했는데,「겨울이야기」라고할만한내용도,대사도,연기도없다.관객인줄알았던사람들이무대위로올라가무자비하게배우를내려치는폭력이난무한곳,그장소에서‘나’는“방금이건뭔가요?”라고묻는다.“이럴수있는거야?”“이런게연극이야?”라고묻는다.「겨울이야기」가공연될것이라기대되었던장소에서그와전혀무관한일이벌어지고,머릿속이각종물음으로복잡한가운데‘나’의의식은오히려또렷해지고,나는이모든걸설명하겠다는의지를다진다.“우리가할일에관해”,지금부터말을시작하겠다는의지를.작가는현실을재현하는고리를끊고가상의공간을구성함으로써다시한번지금눈앞의폐허를,목도해야할사건을주목하게끔만든다.“강력한힘이나매력을갖기위해서,그재현은우리가살아가는현실의실감을파괴하기에이르러야한다는듯이.우리가매일매일살고있는이세계가꿈이거나환각이거나아니면장난처럼여겨지게하는인식론적충격을,절대적단절감을주어야한다는듯이”(김홍중·서울대사회학과교수).

검거나회색의부산타워가흰종이줄노트신문귀퉁이영수증조각에서크고작은크기로나타났다가겹쳐졌다가사라졌다.그리고다시나타났다.부산타워커다란부산타워건물들사이에서멀리보이는부산타워점처럼작은부산타워바다너머부산타워수십수백개의부산타워가겹쳐졌다반복되었고넘겨졌다나타났다.나타났다겹쳐졌고페이지를넘겨도다시반복되었다._「어두운밤을향해흔들흔들」에서

부산에방문한‘나’는왜인지자꾸만부산타워를“그려대는반복적으로그리고또그려대는사람들”을마주한다.‘나’의눈앞에서부산타워수십수백개가겹쳐졌다사라졌다를반복한다.“그저어떤자리에멈춰버리는것,멈춰버리는공간을겹쳤을때나는그것이어떤형태로나에게다가오는지에대한생각들을줄곧하고있다”(「9월도쿄에서」)는작가의말처럼박솔뫼는이소설집에서지금이자리에멈춰섰을때반복적으로나에게말을거는것들을자세히들여다보고기억하고,기록하려는의지를다진다.너무먼과거로도미래로도가지않고나날이반복되는지금의자리에멈춰내게말을거는것들에집중하는일,그것이야말로작가박솔뫼가정말로보고싶은것이아닐까.

■작가노트

그러니까나는이전에5·18에관한소설을쓴적이있는데실제내가그소설에서묻고싶었던것은,이라고해야할지해보고싶었던것은많은글에서당연히이루어지는혹은이루어지지않을수없는대단원의막,의의와지켜야할가치에가기전의공간,그공간에서서그공간에멈춰있는상태로눈에보이는것을제대로보는것같은것이었다.여전히나는공간과기억을그것이어떤식으로흘러가멈추는지멈추지않는지에대해늘쓰고싶다.역사라는것을내안에서다른식으로그것이어딘가에멈춰있더라도공원에앉아그냥우는것이라도그것이결국의미화될수밖에없고의미화되어야만하는것일지라도거기에앉아있는상태같은것을어떤식으로든계속쓰고싶었다.그런의문이조금구체화된것은도미야마이치로와의대담에서이진경이발표했던글을보고나서였다.그는5.18당시시위를이끌었던사람들의증언을언급했는데그증언의내용이‘길을가다사람들을만나기뻤고빵을주니빵을먹어서좋았다’는의외의내용이었다.그의외의내용에대해이진경은연대의가능성에대해이야기를하며글을결론지었다.나역시그런식의글외에는다른식의어떤것을쓸수있을것같지는않았다.그리고실제로그런증언을곱씹어보고그증언이가닿는곳을생각해본다면그것은홀로거리에있던자가나와같은사람을만나는데서느낄수있는우정과연대일것이며5월의광주에는그것이흐르고있었을것이다.이전에나는어머니에게5.18당시의이야기를물었던적이있는데어머니는이런저런이야기를하시다가사람들은길가에우르르나가서구경을많이했다고했다,사람들을쫓아다니며무슨일이있나구경을하러나갔다고했다.빵을주니빵을먹어서좋았고길에사람들이한번에우르르다니니무슨일이있나구경을다니고그런이야기에는그말자체를둘러싼여러가지것들이있을것이다.그런데그때나는아니여전히나는빵을주니빵을먹어서좋았다에서멈춰그자리에앉아서더나아가지않고가만히있겠다는생각을했다.그자리에서무엇이보이는지볼것이라고생각했다.그저어떤자리에멈춰버리는것,멈춰버리는공간을겹쳤을때나는그것이어떤형태로나에게다가오는지에대한생각들을줄곧하고있다.또한당분간하게될고민이그것이라고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