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장편소설)

해적판을 타고 (윤고은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우리는 단지 마당을 빌려준 것뿐이었다”
마당에 감춰진 수상한 이야기들, 이곳의 출구는 어디인가.
윤고은의 세번째 장편소설 『해적판을 타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을 출간했다. 작가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 사회문제를 환기시키는 힘에 더해 위트 있는 문장력과 재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며 문단과 독자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YES24 블로그를 통해 2017년 1월부터 총 3개월간 독자들과의 호흡 속에서 인기리에 연재를 마친 바 있다.

『해적판을 타고』는 한 가족의 마당에 유해 폐기물이 묻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결할 수 없는 미로에 갇힌 듯 점점 마당 밖의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가는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함과 동시에, “이게 저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거 아니에요?”라며 의문을 던진다. 더불어 어른들의 삶과 대비되는 ‘중2’ 채유나와 뒤뒤의 이야기가 작품의 다른 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 묘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내 발아래 묻힌 유해 폐기물,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유나와 그의 가족은 폐기물의 악몽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저자

윤고은

저자윤고은은1980년서울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03년대산대학문학상을받으며문단에나왔다.소설집『1인용식탁』『알로하』『늙은차와히치하이커』,장편소설『무중력증후군』『밤의여행자들』이있다.한겨레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해적판을타고-7
작가의말-225

출판사 서평

유해폐기물을발밑에묻은한가족
무책임한말들과흉흉한소문에갇힌사람들

잔꽃초등학교5학년채유나의가족은마당에서채소를기르고,채송화를심고가꾸며사는사람들이다.그런데어느날‘센터’라고불리는아빠의회사에서사람들이비닐자루들을싣고와,이들의집마당에자루들을파묻는다.그것이무엇인지,왜우리집마당에묻는것인지수많은의문이있었지만,불길한징조와불안한예감만을남긴채폐기물들과의동거가시작된다.

어차피인간의나이란한자리,두자리,그리고드물지만세자리숫자,그세종류중하나일테고,벌써내나이는두자리로진입한지오래였다.어른이되어하는일이란게기껏다른사람집에잿빛자루를묻거나받는것이아닌가생각하면,전조증상만으로충분히얼룩져본편은시작할지면도없는듯한기분이었다.(p.97)

유나의엄마는잡지촬영등을준비하며마당에아무일이없다는듯행동하려하지만,오히려동네에는집마당에대한불길한소문만이무성해질뿐이다.마당아래자루를가져가겠다던아빠의회사에서는별다른조치도취하지않은채말로만약속을반복한다.미성년인유나에게아직시작되지않은본편,즉어른들의삶은남의집에수상한폐기물이나묻는것,불안한와중에도자신의마당을빌려주는것정도의,기껏그정도의이야기에불과하다.우리집마당에서불길한일이벌어지고있지만,책임지는어른은없는세계,말만무성할뿐행동이라고는없는어른들의세계가이제막두자리수의나이에들어선유나의삶까지물들인다.
가까운곳에유해폐기물이묻혀있다는이작품의기본설정은과연환상일까?현실과환상의경계를지우며현실사회의단면을폭로해왔던윤고은의전작들을떠올려봤을때우리가족의일을모른척하는주변사람들의행동은상상일까?우리가알고있는몇몇사건들만간단히꼽아봐도이러한상황은이미소설적상상이아닌현실이다.재난에가까운현실에대한공포와불안에서『해적판을타고』는시작된다.

아직결말이나지않은이야기
위안을주고받는존재,희망을상상하는사람들

유나의집에자루를묻으러왔던아빠의회사동료,일명‘루’는유나에게『어린왕자』해적판을선물한다.정식으로유통되기전에출판된책이기에때로책의내용은정식판본과다를수도있다고‘루’는설명한다.특히‘루’가선물한해적판은마지막결말이빠져서결말조차알수없다.

해적판이란말을처음들어봤기때문에그게해적이등장하는소설인가했는데,해적판이란건정식루트가아니라어둠의경로로출판된책들을가리키는말이었다.
[……]루는이해적판『어린왕자』를중학교때읽는바람에,나중에정식판본으로『어린왕자』를읽었을때오히려시시했다고말했다.
“왜요?이야기가달라요?”
“결말이살짝.”(p.94)

성년의삶이무언가를정식으로자유롭게결정하고행동할수있는인생의본편,정식판본에가까운삶이라면,미성년시절은본편으로,정식판본으로다가가는준비단계라말할수있다.즉,결말이어떻게날지누구도모르는해적판인것이다.
그리고열다섯살,중학교2학년이된채유나의삶에는동갑내기‘뒤뒤’가등장한다.유나에게뒤뒤는“진짜나쁜놈들이뒤,뒤에”있는시기에만나게된“뒤,뒤에좋은사람”(p.176)이다.본편으로가기전얼룩져버린유나의삶에등장한‘좋은사람’인것이다.둘다아직어른은아니지만자신들만의이야기를가질수있는나이로,이둘의이야기는‘마당에묻힌폐기물’과아빠의회사사람들로대변되는어른들의세계와맞닿는또다른한축을형성한다.
세상사람들모두가유나의가족일을모른척할때바로뒤에서유나의위로가되어주는사람이바로뒤뒤이다.뒤뒤는해결되지않는가족의문제로인해고립감과답답함으로점철되었던유나의삶에위안이되는존재로서,그와유나가함께등장하는장면들은마치청춘드라마를보는듯낭만적이고아름다운이미지를만들어낸다.결론을알수없는해적판『어린왕자』처럼두사람의에피소드들은어른들의세계와는다른자신들만의결론을새롭게만들어낼수있음을보여준다.

“어떤사람들에겐그해적판이고스란히원본이되기도하는것이다.나와뒤뒤에게그랬다.”(p.203)

결말이뜯긴해적판은그해적판을손에쥔사람이그리고싶은대로결론지어질수있다.유나와뒤뒤혹은유나의가족들에게남겨진결말이무엇인지알수없지만이해적판처럼우리는아직씌어지지않은이들의이야기를희망적으로상상해볼수있다.윤고은의『해적판을타고』가보여주는환상적세계는불안,재난에가까운삶이아니라,재난이현실이되었을때그안에서새로운희망과치유를발견하는사람들,그가능성을찾아가는여정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