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후기

코뮤니스트 후기

$13.00
Description
보리스 그로이스의 지적 도발

“공산주의 혁명은 돈의 매개로부터 언어의 매개로
사회를 번역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실천의 차원에서 행해진 언어로의 전회다.”
철학자이자 예술비평가 보리스 그로이스의 ‘소비에트 공산주의’에 대한 도발적인 해석을 담은 『코뮤니스트 후기』가 출간되었다. 그로이스는 중요성과 명성에 비해 그간 한국에서 소개가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아방가르드와 현대성”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첫 저서 『스탈린의 종합예술』 이후로는, 그의 논문이 포함된 몇 권의 책들이 소개되었을 뿐 그로이스 철학의 전모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한국에서 그는 오히려 동시대 예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작업하는 전문 큐레이터로 더 알려졌는데, 때문에 그가 이번 책에서 ‘공산주의’를 본격적인 고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다. 사실 정치와 미학의 교차 문제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전문가로 그로이스를 알아온 사람에게조차 이 책은 놀라움을 안긴다. 마르크스가 월스트리트에서 사랑받는 반면정작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혁명을 기념조차 하지 않게 된 오늘날의 상황에서, ‘코뮤니스트 후기’이라니 그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그로이스는 철학과 언어가 지배했던 스탈린주의적 사회야말로 공산주의적 세계였다고 단언하며, 결코 사면될 수 없는 사악한 음모적 정치가로 여겨져온 스탈린을 진정한 공산주의 철학자로 구원해낸다. 그 누구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 주장을 펼치며 우리의 상식과 합의를 깨뜨리는 그로이스의 기상천외한 이 책은, 오늘날 거의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는 유토피아로서의 공산주의를 사고하는 데 중요한 지침을 마련해준다.
저자

보리스그로이스

저자보리스그로이스BorisGroys는철학자이자예술비평가.1947년동독의동베를린에서태어나1965년구소련의레닌그라드대학에서철학과수학을공부한후소련에정착한다.1976년부터모스크바대학구조응용언어학연구소에서근무하면서훗날‘모스크바개념주의’라는명칭으로알려지게될비공식예술가그룹과교류한다.1981년서독으로이주하면서이른바‘서방생활’을시작하는데,그와중에미국의여러대학에서방문연구를한다.1992년에뮌헨대학에서박사학위를취득한후1994년부터카를스루에조형예술대학에서미디어철학및예술이론전공교수로재직하다가,2009년부터뉴욕으로이주했다.현재뉴욕대학러시아및슬라브연구글로벌석좌교수이다.
러시아아방가르드의미학적기획과스탈린의정치적기획사이의내적연관성을통찰한첫저서『스탈린의종합예술GesamtkunstwerkStalin』(1988,한국어판:『아방가르드와현대성』)을통해동시대가장논쟁적인사상가로떠올랐다.그후로도『아트파워ArtPower』『형식이된역사:모스크바개념주의HistoryBecomesForm:MoscowConceptualism』『흐름속에서IntheFlow』등현대예술및매체에관한흥미로운이론적성찰들을잇달아내놓았다.
그로이스는2011년제54회베니스비엔날레에서러시아관의책임큐레이터로활약하는등동시대예술현장에서활발하게작업하는전문큐레이터이기도하다.2012년에는「역사이후:사진작가로서의알렉상드로코제브」라는전시프로젝트로광주비엔날레에참여하기도했다.

목차

서문

제1장사회의언어화
제2장역설이지배할때
제3장밖에서본공산주의
제4장철학의왕국:메타노이아의관리

옮긴이의글
추천의글_서동진

출판사 서평

소비에트공산주의의재발명
:언어만으로작동하는철인들의왕국
이책이다루는중심대상은소비에트다.‘이념으로서의공산주의’나그것의결정적국면으로서의‘러시아혁명’이아니라,스탈린의이름으로기억되는소비에트공산주의를다룬다는것에주목할필요가있다.그로이스에따르면,공산주의이념을살려내기위해스탈린을거부하는일,진짜사회주의는아직도래하지않았다면서이전의모든시도들이진정한공산주의가아니었다고말하는것은문제가있다.그는소비에트에서언어에걸려있는특별한하중에집중하는데,“공산주의혁명은돈의매개로부터언어의매개로사회를번역하는것이다”라는단언이보여주듯이,그로이스가그려내는소비에트는결국‘언어의왕국’이다.경제는돈을매개로기능하고정치는언어를매개로기능한다.공산주의기획이란정치가자유롭고자율적으로작동할수있도록돈을매개로한경제를언어를매개로한정치에종속시키는것이다.소비에트에서언어가지니는절대적인위상은우리의상식을넘어선다.언어를통해권력을비판할수있을뿐만아니라권력의정당성자체가언어를매개로구축되어있다.다시말해소비에트사회는“권력과권력을향한비판이동일한매개를통해작동하는사회”였다.공산주의지도부는자신들이만일언어에대한통제권을잃게된다면모든걸잃게되리라는점을잘알고있었다.반면에자본주의에대한비판과자본주의자체는다른매개를통해작동한다.따라서비판이의미있으려면우선사회가바뀌어야만,즉언어화되어야만한다.그로이스는“비판적의식의소유자들이어째서본능적으로공산주의에이끌렸는지가이로써설명된다”고말한다.
그로이스는여기서더나아가‘언어철학자’로서스탈린의지위를격상시킨다.그는1950년대에스탈린이언어학논쟁에개입했던‘사건’을소개하는데,스탈린은논설을통해‘언어는상부구조의일종이며그본질은계급관계에의해결정된다’는마르주의의언어관을전면부정하면서,언어는모든구성원들의공통의의사소통수단이라고선언한다.그로이스가보기에이러한스탈린의언어관은‘사회의총체적인언어화’라는소비에트식존재론에부합하는것이다.또한스탈린은기이하게도‘언어가토대도아니고상부구조도아니면서,동시에토대와상부구조가아닌어떤것도아니’라고모순적인태도로언어를규정하는데,이렇듯서로모순되는명제들의동시적인타당성을인정하는논리는총체성totality의논리의다른이름이라고할수있다.소비에트라는언어왕국은모순과역설,무엇보다총체성의논리가지배하는곳으로,모순으로부터자유로운형식논리의법칙이지배하는자본주의의와구별된다.그로이스가말하는역설과총체성의논리는이른바‘보편주의’의문제와도자연스럽게연결된다.파시즘담론이특정인종이나국가가다른인종이나국가보다우위에있다는주장을공공연하게펼쳤다는면에서‘충분히전체(주의)적’이지못한반면에,공산주의담론은‘전체whole를자신의대상으로채택’했다는것이다.

공산주의유토피아를위한또다른가설
후반부에서그로이스는이책을통틀어가장파격적일주장을펼친다.소비에트연방의해체는공산당지도부가스스로의자유의지에따라공산주의를철폐한결과라고봐야하며,이결정이공산주의의실현을완전하고최종적인것으로만들어주었다는것이다.이기막힌주장을어떻게받아들이든,그로이스로하여금소비에트의종결이라는사건을새롭게‘발견’하도록이끈것이어떻게해도종결될것같지않은자본주의의현실이라는사실을우리는기억해야한다.이책곳곳에서비판하고있듯이,그로이스는전체를바꾸지는않고무한한점근선을그리는타협적인대화를통해다른세계로나아가려는서구의좌파는자본주의에대한비판자일뿐혁명적주체는될수없다고말한다.그는개종이나전향이라는말로번역할수있을‘메타노이아metanoia’라는개념을통해중단과종결이라는결단을요청한다.“이전과똑같이하기를그만두는것,지나간길을따르기를그만두는것,악무한의쳇바퀴굴리기를그만두는것.”이것이야말로혁명적주체의고유한자질이다.

그로이스,사고금지를위반하는지식인
이책의원제는“DaskommunistischePostskriptum(영문판은CommunistPostscript)”으로,제목에서170년전에마르크스와엥겔스가발표한『공산당선언CommunistManifesto』을떠올릴수있을것이다.선언이라는말에깃든‘시작’의의지는후기後記라는말에담긴‘종결’의뉘앙스와대구를이룬다.하지만만일이책이마르크스에의해시작된공산주의의최종적종결에‘덧붙이는말’이라면,그후기의의도는분명이중적이라말해야할것이다.왜냐하면이책은“역사적으로유일했으며분명완결되어버린현상인소비에트공산주의”를“또다시반복될수있는가능성을동시에개시하는,그런완결”의관점에서다루고있기때문이다.그로이스가보기에언어의권력,즉철학의왕국을확립하려는새로운시도는충분히있을법한것이고,나아가불가피한것이기도하다.
그로이스는이책에서소비에트체제에대해기상천외한주장들을펼치는데,이는인생의절반씩을공산주의와자본주의체제에서살았던그의독특한이력과도무관하지않을것이다.그는어찌보면터무니없게들리는주장들을,놀라울정도로생생한‘지금여기’의자본주의적현실감각의바탕위에서구축해낸다.이작고놀라운책이건네는말이다른세계의가능성을여전히꿈꾸는사람들에게가닿을수있기를기대한다.

“그로이스의무시무시한사고실험을지지하는가의여부와관계없이우리는기꺼이한가지는인정할수있을것이다.그는오늘날만연한사고금지Denkverbot를위반하는지식인이라는것이다.그는공산주의를향한노스탤지어혹은기대어디에나스며있는스탈린주의없는공산주의를조롱한다.절대적악에가까운것으로치부된스탈린주의를구원하려는그의악마적인시도를손쉽게품평해서는곤란하다.거의불가능한것처럼보이는사고를감행함으로써그는유토피아로서의공산주의가무엇인지가늠할수있는수고를마다않는다.”_서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