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살이꽃 (최두석 시집)

숨살이꽃 (최두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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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작은 존재들과 공생하고 공명하는 일상
성찰의 시인 최두석이 그리는 생명 가득한 세계

오장환문학상?불교문예작품상 수상자이자 반성과 성찰의 시인, 최두석의 일곱번째 시집 『숨살이꽃』(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쓰고 고쳐온 66편의 시가 한데 묶였다. 시인은 교과서 수록작으로도 잘 알려진 「성에꽃」 등 그의 초기작에서 격정의 상처를 격발시키기보다 내파되도록 하며 그 참혹함을 더욱 절절하게 드러냈고, 근작들에서는 시선을 더 넓은 세계로 옮겨 와 작고 사소한 존재들마다 가진 존엄의 무게에 집중하며 자연과 인간 사회를 아우르는 세계의 조화를 강조해왔다. “자연과 사물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그것을 삶의 구체적 경험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상상력은 한국 현대시의 든든한 보람”이며, “그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는 생명의 억압에 대한 미학적 항의야말로 우리 시대 시정신의 요체”라 했던 오장환문학상 심사평에서처럼, 최두석은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생명의 꽃을 향해 꾸준히 우직하게 걸어왔다. 그리하여 이번 시집 제목 “숨살이꽃”에서처럼 그는 피와 살, 숨이 돌아오는 충만한 세계를 그만의 낙천성과 유머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저자

최두석

시인최두석은1955년전남담양에서태어나서울대국어교육과와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1980년『심상』에「김통정」등을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대꽃』『임진강』『성에꽃』『사람들사이에꽃이필때』『꽃에게길을묻는다』『투구꽃』이,평론집으로『리얼리즘의시정신』『시와리얼리즘』등이있다.2007년불교문예작품상,2010년오장환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도라지꽃/곶감과까치밥/경주남산할매부처/술배소리/가천암수바위/우포늪가물치/오수보신탕/제주몸국/섬나무딸기/두메부추/자두나무/마늘/고들빼기/일지암유천/밤나무/도토리를심으리랏다

제2부
솔나리/솜다리/숨은눈/탱자꽃/숨살이꽃/살살이꽃/천마산돌핀샘/팬지와제비꽃/아라홍련/금괭이눈/눈빛승마/야고를찾아서/능소화와향나무/함박꽃/개별꽃/짚신나물

제3부
샘통/곶자왈숨골/물맛/학소대/장어/바위늪구비/앉은부채/천지연폭포/새만금/숨비에서물숨까지/촛불과희망/피나물/손돌바람/도산서원금송/수승대/쥐똥나무/용문사은행나무

제4부
산수유/둥구나무/시인/어떤시인/무량사/윤동주/바람꽃/매미/뻐꾸기/애호랑나비/복숭아벌레/비애에게/곰소염전에서/거북이야기/태백산주목/엉또폭포/단풍나무에기대어

해설최두석의사무사思無邪?김종훈

출판사 서평

먹고사는일생의숙명,그소중함에대한고백

멸치야갈치야날살려라
너는죽고나는살자
에야술배야
가거도어부들의고기잡는소리를
밥상머리에서환청으로듣곤한다

[……]

그토록쓸데없는생각이많아
소화가되겠느냐핀잔하는이있겠지만
나는오히려그이에게권하고싶다
술배소리음미하며한끼먹어보라고
그래야음식마다맛이새롭고
먹고사는일이더욱생생하게소중해지므로
-「술배소리」부분

뒤표지글과도맞닿는이시는,인간으로태어나일생동안자연에서부터얻는‘숨’(생명)에대해이야기한다.시인은이뱃소리에등장하는‘멸치’‘갈치’뿐만아니라시집제1부에서다루는많은음식들―‘가물치’‘모자반국’‘자두’‘마늘’‘고들빼기’등―을통해,숨쉬는모든존재의숙명인‘먹다’라는행위에집중하여우리모두가이세계속에서서로에게유관한상태에있다는사실을새삼자각하도록한다.그리하여이‘먹는’순간에“다시올수없고언제마지막이될지모르는나날의삶을더욱더절실하게살아야겠다고다짐하곤한다”(뒤표지글)는솔직한고백으로생의무게를,매순간의소중함을실감하게한다.


설화적소재들로명징해지는의미

숨구멍이막힌씨는썩는다네
말에숨구멍만드는이가시인이라면
곳곳에은밀하게숨구멍이있는시라야
오랜세월움틀날기다리는
씨가되리라생각하네.
-「아라홍련」부분

늙은무녀의목쉰노래로
귓가에맴돌며피는꽃
상처에문지르면살이돋아살살이꽃
가슴에문지르면숨이트여숨살이꽃
-「숨살이꽃」부분

7백년동안땅속에묻혀있던연꽃씨앗에서발아한‘아라홍련’,바리데기설화속상상의꽃‘숨살이꽃’등최두석은시의소재들,특히‘꽃’에설화와역사를기입하며그의미망을넓힌다.시인은전작들에서도흥부전,심청전,장화홍련전,아기장수설화등꾸준히고전이나설화를변주하여자신만의스타일로재구성해온바있다.하지만이런설화적소재들이그의초기작에서는역사에서지워진채살아가는상처입은민중들로주로현현되었다면,이번시집에서는강한생명력을상징하고그의미를증폭시키는기능을맡는다.이로써오늘여기를살아가는시인의정신이무엇을지향하고있는지점점더선명해진다.


조화로운세계,우정의공동체를향하여

몇해전군산비웅도에서줄다리기를하였다
줄의한쪽은꽃게수만마리가
바닷물에달을굴리다말고나타나
집게발로잡고힘을쓰고
다른쪽은포클레인이줄을감아걸고잡아당겼다
꽃게편이졌고새만금제방을막게되었다

몇해전에부안해창갯벌에서줄다리기를하였다
줄의한쪽은낙지수만마리가
바닷물에달을굴리다말고나타나
뻘밭에몸을박고힘을쓰고
다른쪽은포클레인이줄을감아걸고잡아당겼다
낙지편이졌고새만금제방을막게되었다

새만금제방위로난미끈한도로위로
자전거타고파도소리가르며
씽씽속도를즐기는이여
당신은그때어느편을들고얼마나힘을썼나
아니면그냥구경꾼이거나방관자였나.
-「새만금」전문

인간이더많은땅을,재화를,이익을위해꽃게와낙지의집터를허물어버릴때우리는무엇을했는지되묻는「새만금」은그간문명이자연에게가하는폭력을통렬하게비판해온최두석의시정신이잘드러나는시편중하나다.만물로생동해야할세상에서마치자신들만이주인인듯모든것을무너뜨리고새로지어대기바쁜인간의초상을들여다보며우리스스로에게부끄러움을느끼게한다.그렇다면시인이가고자하는‘조화로운공동체의세계’는어떠한모습인가.「복숭아벌레」에서는그힌트를엿볼수있다.

복숭아를베어무니또벌레가나오고
예닐곱개의복숭아를시험해보아도다
벌레가들어속살을파먹고있다

[……]

벌레에게는복숭아가전부이지만
나에게는여러먹거리중의하나
하지만벌레나나나
태고로부터전해지는
복숭아를탐하는맛망울을함께지니고있다는
상념이불쑥떠올라지워지지않는다.
-「복숭아벌레」부분

열매를못먹게하는성가신방해꾼으로생각되기마련인벌레가‘맛망울을함께지닌’동료로바뀌는순간.나에게는여러먹거리중하나이지만,벌레에게는이복숭아한알이집이자생의전부라는깨달음.낮은숨소리에귀기울여야겨우지각되는이런작은존재들까지도이세계의구성원이자저마다의삶을가진무거운존재들이며,우리스스로겸허하게그들과어우러져살아가야한다는전언은유기적으로구성된이세계의근본이치를관통한다.이시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김종훈은시인최두석을“이시대의사무사(思無邪)”라고칭하며,앞으로펼쳐질그의행보를이렇게예상한다.“‘사무사’의길은완망한경사로길게이어질것이며,그길은어느새‘만물보(萬物譜)’의장관을이룰것이다.”

■추천의말

최두석은전형적인시인보다는시인-채록자에가깝다.내면의감정만큼체험의역사도중요하다는듯그는직접발품을팔아현실의반경을넓히고그곳에서만난이야기와노래를시로구현해왔다.최두석시의발원지를탐사할수있다면거기에는넘실대는개인의감정에앞서둘레세계에대한존중이있을것이다.개별대상의고유한특성을존중하고기억을복원하고설화의시간을잇대놓으며그의시세계는조용히확장한다.그러므로앞으로펼쳐질최두석의행보에대해서는다음과같이이야기할수밖에없다.‘사무사思無邪’의길은완만한경사로길게이어질것이며,그길은어느새‘만물보萬物譜’의장관을이룰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