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황혜경 시집)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황혜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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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혜경의 두번째 시집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시인은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당시부터 “2000년대 등장한 젊은 시인들의 단점과 아쉬움을 한 단계 극복하면서 그만의 정수(精髓)”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으며 독자적인 문법을 구축해왔다. 첫 시집에서 자발적으로 격리된 일인칭시점과 그것을 서서히 흩뜨리는 방식으로 성장과 소통의 기미를 보였던 황혜경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극적으로 내향적이면서 동시에 외향적인 발화를 드러낸다. 시인 특유의 수동성을 벗어던지기보다는 그것을 위태롭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끊임없이 과거를 향해 다가서는 방식으로써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

황혜경

시인황혜경은1973년인천에서태어났다.2010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모호한가방」외4편을발표하며문단에나왔다.시집『느낌氏가오고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IShining과dark사이에
따로만든응접실/동사動詞를그리라고하는이웃집아이/생각보다큰토끼/수월한창백/Shining과dark사이에/에계/기氣가죽은아이/곧사라질서랍/어려운예감/싫/도트Dot/빗속의사람/H의불안/나의철제책상에앉은것은누구인가/팽팽한공포/거울/핵심/미로8

II맹盟
서로/맴돈다/상극相剋/끼리끼리/말단末端/소녀를버리는효과적소년/맹盟/베란다B/목도目睹/두루두루/누군가/다음의바탕/깨끗한총각/다루어지는수태受胎

III구구함과연연함을이기려는두번째욕조
갱생更生/제라늄처럼/버려질나는아름답다/기원祈願의형태/주장하는사람보다는/돌보는부류/배경음악/궤도軌道/의지의광경/구구함과연연함을이기려는두번째욕조/Bornagain/그나무의형용사/지워지는인칭/명징明澄/휴지休止와하다/A2블록에서는/꽃과춤

IV지금블라인드
되새김/읍소泣訴/반성/파산破産/배제하다/이해되지못할것이라는걸알고는있다/혐의/비켜서다/이후의서술敍述/검은외투를하나갖는일/말못할겹겹의흉부에대해말을하려할때/지금블라인드/예령豫鈴/나는적극적으로과거가된다

해설
쓰다,또는망각이후에오는언어?박혜경

출판사 서평

내면의침잠으로발현되는시어
위태롭게적극적인수동성의세계

황혜경의두번째시집『나는적극적으로과거가된다』(문학과지성사,2018)가출간되었다.첫시집『느낌氏가오고있다』(문학과지성사,2013)이후5년간쓰고고친63편의시가고스란히담겼다.시인은2010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등단한당시부터“2000년대등장한젊은시인들의단점과아쉬움을한단계극복하면서그만의정수(精髓)”를보여주었다는평을받으며독자적인문법을구축해왔다.첫시집에서자발적으로격리된일인칭시점과그것을서서히흩뜨리는방식으로성장과소통의기미를보였던황혜경은이번시집에서좀더극적으로내향적이면서동시에외향적인발화를드러낸다.시인특유의수동성을벗어던지기보다는그것을위태롭지만적극적으로수용함으로써,끊임없이과거를향해다가서는방식으로써오히려자신만의길을개척해나가기시작한것이다.


미끄러지고비껴나며동류를찾아나서는독백

“나는언제나늦되는아이였다”라는등단소감처럼황혜경은현시대의급속한변화와미래지향적인삶보다늘지나간시간을되짚어보고그낱낱의의미를헤아리는데공들여왔다.이과정에서시인은현실과자아의괴리를목도하곤했는데,이번시집에서는바로그세상의냉정한흐름과자신이지닌고유한리듬간의어긋남을토로하고있다.

매미가울더니귀뚜라미가울고
눈이내리니또꽃이필것이다
절기는예감하는나보다명확하다
―「어려운예감」부분

명징한사실성의세계는황혜경이끊임없이실패를겪는언어의세계를의미한다.여기서언어란그자체로실체성을갖지못하고다만의미를발생시키는지시체로서소통의한계성을지닌다.그러므로황혜경이마주한언어의세계에서나는너와필연적으로불화를일으킨다.

거울앞에서너는무슨생각을하니?처음에나는나를생각하다가너를생각해너는?나는내얼굴을바라보다가나에게깃든너를바라봐
―「베란다B」부분

지금의너는나의상처가섞인혼용어로존재한다고쓰는그녀를훔쳐보았고그것이너를너로사랑하지못하는너의슬픔이라고읽었다나의슬픔에도대입해보았고
―「이후의서술敍述」부분

시인에게너의슬픔은곧나의슬픔이된다.‘나의상처가섞인혼용어’인너에게는나역시‘너의상처가섞인혼용어’일뿐이므로,우리는서로에게해독불가의언어로남기때문이다.그러나시인은필연적고립감에좌절하지않는다.황혜경은“주인인줄알고살았던나의생生에/객客으로초대받는느낌이었다고”고백하면서도“나를믿어주는사람들로부터체온을나눠받”(「버려질나는아름답다」)고있음을잊지않는다.“고개를숙이고동류同類의감정을더듬어가며끼리끼리의우리를”찾아나선다.여기서동류의감정이란마치“혈맹”처럼우리를우리로서묶어주는감각일것이며내가너의손에,네가나의손에쥐여줄수있는유일한“definitely”(「끼리끼리」)일것이다.그러므로황혜경의시들은언뜻내부만을향하는,소통을거부하는독백처럼보이기쉽지만실은바깥을향한열렬한손짓이며공존을향한고독한옹호라할수있다.


과거에깃든본질을향해부단히다가서는의지

너의언어가나의언어와다르다는것을알게된후
너를바라본다너의눈초리와비슷하게
네가알고있는것을보는것처럼의심의눈초리를지우고

두눈을뜨고도분별하지못하던것들이보이는때가오고있다
눈여겨보려고한다
―「목도目睹」부분

“나는적극적으로과거가된다”라는제목은단순히과거로의회귀만을의미하지않는다.시집곳곳에서화자인‘나’는지나간삶을현재로불러와적극적으로끌어안으려는태도,실패를견디며새로운가능성을타진하기위해부단히읽고쓰는존재의행동양식을고수한다.‘나’의언어가‘너’의언어와다르더라도기어이본질과마주하고야말겠다는안간힘을포기하지않는것이다.이안간힘은황혜경에게‘쓰기’로환원된다.쓰는행위로물러서듯나아가며,수동적이지만분명하게활보하기를멈추지않는것이다.이번시집은바로적극적으로과거가되는황혜경의행보가무한한시의전진에도달한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