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발자국 (조은 시집)

옆 발자국 (조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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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둠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빛의 진면모
경계에서 모순을 살아내는 벼랑의 글쓰기

아직도
작두날 같은 경계에 있다
- [빛에 닿은 어둠처럼] 부분

올해로 시력 35년을 맞는 시인 조은의 다섯번째 시집 『옆 발자국』(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섬세한 시선으로 내면에서부터 길어 올린 생의 빼곡한 비밀들을 들여다보는 시편들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산문과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로도 독자들에게 친숙한 조은은 매번 긴 호흡을 들여 신중하지만 꾸준하게 시집을 묶어왔다. 부재의 형식으로 현존을 그리는 죽음과 생의 포개짐(『무덤을 맴도는 이유』), 어둠과 빛이라는 상반된 세계의 기묘한 조화(『따뜻한 흙』), 죽음의 예감과 삶의 간절한 의지가 서로에게 등을 맞댄 아이러니(『생의 빛살』) 등 그간의 조은 시집을 설명하는 말은 공통적으로 ‘모순’이다. 어둠과 빛, 생과 죽음의 경계에 집중해온 시인에 대해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다음과 같이 평한다.

조은은 모순의 경계를 살면서도 경계를 위반하거나 초월하는 모순을 감행하지 않고, 위험한 벼랑에서 뛰어내리거나 미끄러지지도 않는다. 그는 가능한 한 모순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디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의 출구를 찾으려고 할 뿐이다. [……] 벼랑과 경계의 글쓰기는 그 어떤 관성이나 타성 혹은 무의미한 반복을 벗어난 시, 삶의 끝이 죽음과 맞물려 있다고 의식하면서도 결국은 죽음이 아닌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혹은 발자국의 시 쓰기이다. - 해설 [벼랑과 경계의 시]에서

『옆 발자국』에서 조은은 그간의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온 ‘생의 아이러니’ ‘존재의 고통’을 자신의 주변부에서 또한 발견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이 결국 지나온 시간 속 기억과 앞으로 다가올 죽음이 맞닿는 자리에 있다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들여다보며 삶을 더 깊게 이해해가는 여정을 담았다.
저자

조은

시인조은은1960년경북안동출생으로,1988년『세계의문학』에시[땅은주검을호락호락받아주지않는다]등을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땅은주검을호락호락받아주지않는다』(1991;개정판2007),『무덤을맴도는이유』(1996),『따뜻한흙』(2003),『생의빛살』(2010)등이있다.제4회전숙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발자국/봄날의눈사람/쿵/느끼든,못느끼든/어둠의질감/어떤만남,어떤이별/눈물/얼룩/밝아올때까지/흐린날의귀가/발자국옆발자국/적운/올때와갈때/나란히/능력/겨울아침/물길/그날의길/눈보라/한시간지나도록/자신만의옷/그날하루/옆자리/독毒/반다발/어느새벽처음으로/비밀을나눈뒤/그날밤우리가/발자국위로걷기/내가나를속였다/그전에/길을바꾼꽃/유쾌한반전/나무가없었다면,내가없었다면/도원을찾아가다/겨울산속/오감을지닌/태동/꽃의기억/모서리빛/문앞에서/절망같은희망/물살/두그림자/금빛어둠/새순처럼/봄/꽃의눈물/친구엄마/한가족/입속돌멩이/어둠의자락/이별을피했다/어떤감촉/환한나무꼭대기/푸른연못/봄탄성/구름위의길/도심속마애불/오래남는의미/너무늦었다/빛에닿은어둠처럼

해설벼랑과경계의시ㆍ오생근

출판사 서평

연약하고고통받는생명들간의일체감

친구가내집에다
어둠을벗어두고갔다
[……]
사는게지옥이었다던
그녀의어둠이내눈앞에서
뒤척인다몸을일으킨다
긴팔을활짝편다
어둠이두팔로나를안는다
나는몸에닿는어둠의
갈비뼈를느낀다
어둠의심장은늑골아래에서
내몸이오그라들도록
힘차게뛴다

나는어둠과자웅동체처럼붙어
어딘가를걷는친구의
발소리를듣는다
-[흐린날의귀가]부분

누가막놓고간물그릇에서
털장갑같은김이오른다
작은플라스틱그릇엔
하트별보름달모양의사료

거기서작은발자국은
맞은편에서온사람의발자국과만난다
둘은나란히간다
-[발자국옆발자국]부분

초기작에대해“사물을내면에넣어헹구어다시꺼내놓는시인의언어는”“개체의아픔과세계의아픔을하나의감각으로연결”시키는“통감각의세계”(시인채호기)라는평을받기도했던조은은이번시집에서시인특유의공감능력을주변세계로확장해나간다.[흐린날의귀가]에서삶이고통스러웠던친구와의만남이고스란히시인의집에‘어둠’으로남아있다고표현되는것도하나의예로들수있다.시인은그어둠의갈비뼈를느끼며,어둠과‘자웅동체’처럼붙어어둠의심장이뛰는소리를듣는다.이러한조은의공감능력은친구나이웃으로만한정되지않고주변을돌아다니는길고양이나작은벌레에게도가닿는다.[발자국옆발자국]에서김이오르는추운겨울날길고양이의물과밥을챙겨주는사람의발자국과고양이의작은발자국이만나‘나란히가는’자국을바라보는애틋한시선도,[독毒]에서자꾸만마당에서뒤집혀버둥거리는곤충을다시뒤집어주는손길도연약한생들에보내는시인의지극한관심을알게한다.


지나온발자국을돌아보고반성하는엄격한삶의자세

영혼을외면했던
오늘내발자국이
불에달군쇳덩이처럼
위험해보인다
-[발자국]전문

아무일없었다는듯
다시그자리로
돌아갈수있다

돌아가다시
스며들수있다

그러나
발자국을제자리로
되돌릴수는없다

벼랑끝길들
굴처럼막혀있다

무수한발자국들이
등짝을후려친다
-[눈보라]전문

조은에게죽음이생을들여다보게하는통로였다면,기억은과거를반성하게하는매개였다.이번시집의제목은“옆발자국”이지만시인은단지자기주변에존재하는작은발자국들의측은함에대해서만이야기하지않는다.시인은자기스스로지나온,뒤에남겨진무수한발자국들을하나하나곱씹으며스스로를되돌아보고성찰하는삶으로나아간다.이발자국들은‘뜨겁게달궈진쇳덩이’처럼혹은‘등짝을후려치는매서운채찍’처럼시인을질책하고좌절하게도한다.하지만조은시의힘은자책에겨워걸음을멈추는것이아닌“무거운삶의/뿌리까지/암흑까지/들어올리려고”“뒤꿈치를들고걸어”([금빛어둠])가는의지에있다.이렇게어둠과모순을온몸으로살아내면서,꾸준히빛을향해나아가는‘경계의글쓰기’가바로조은의시다.『옆발자국』은난해하거나관념적이지않으면서도시인의소소한일상의기억과감정속에녹아있는철학의깊이를실감하게하는또하나의세계이다.

■뒤표지글

잃어버리면절대로돌아오지않는것들이있다.
사람을빈자루로만드는것들이있다.

그걸알고초조해하는자신을
바라보는자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