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전아리 소설집)

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전아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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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관심한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
전아리의 세 번째 소설집 『옆집 아이는 울지 않는다』. 차라리 지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잔인하고 강렬한 서사를 중심으로 궁지에 몰린 이들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한편, 고양이를 무는 쥐처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격을 가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8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삶의 모서리, 그 긴장과 고통으로 범벅되어 끝없이 코너로 내몰려 펑펑 울어도 이상할 것 없는 절벽 앞 같은 상황에서도 좌절로만 끝내지 않는 강한 마음가짐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스스로의 삶과 사회의 병폐를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

전아리

1986년서울에서태어났다.연세대학교철학과에서공부하며,2008년제3회디지털작가상수상으로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즐거운장난』『주인님,나의주인님』,장편소설『시계탑』『직녀의일기장』『구슬똥을누는사나이』『팬이야』『김종욱찾기』『앤』『한달간의사랑』『헬로,미스터찹』『간호사J의다이어리』『미인도』『어쩌다이런가족』『달이뜨면네가보인다』등이있다.

목차


공이울리면
잉어
당신과당신의당신
전원일기
던전
닭장앞의오후
겨울나들이

해설|사회적문제를설화화하는일의의미_정과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다시한번,하지만이젠정말끝이기를……
코너에몰린자들이내뻗는절박한펀치한방!

전아리의세번째소설집『옆집아이는울지않는다』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각종청소년문학상수상으로화려하게등장한이래작가는수많은단행본을출간하며,그의문학적역량을꾸준히증명해왔다.얌전한줄만알았던금수저언니의일탈(『어쩌다이런가족』),여대생과시간강사의파격적멜로(『달이뜨면네가보인다』)등소재의한계없이능수능란하게이야기를이끌어온전아리.작가는이저력을바탕으로『주인님,나의주인님』(은행나무,2012)이후6년만에소설집을펴냈다.
이책은차라리지옥이라고불러도좋을정도로잔인하고강렬한서사를중심으로궁지에몰린이들의감정을극단으로몰고가는한편,고양이를무는쥐처럼할수있는최대한의반격을가하는인물들의이야기8편이실렸다.펑펑울어도이상할것없는절벽앞같은상황에서도좌절로만끝내지않는강한마음가짐을가진등장인물들의모습은우리스스로의삶과사회의병폐를되돌아보게한다.세상이아무리힘들고어려워도전아리작품속“옆집아이는울지않는다”.

물러날곳없는절벽앞에놓인인생
아직끝나지않은고통을끝내기위한결단들

땅꾼은숨이넘어갈정도로코를골아대고있었다.소년은담벼락에기대어있는작대기를집어들었다.그옆으로낙타의눈을닮은커다란독을열고망태기를하나건져냈다.잿빛무늬뱀이망태기속에서꿈틀거렸다.소년은안방문을열고망태기를던져넣었다.꽉조여있는주둥이의끈안에작대기를걸고,힘주어서끈을느슨하게풀었다.독사가방바닥으로기어나오기무섭게소년은망태기를거두어들이고방문을닫았다.(「뱀」,p.29)

그로부터며칠뒤.
신문에는유괴되었던소년이유괴범을살해하고가까스로탈출하였다는기사가실렸다.유괴범은근방의공사장에서일하던일용직노동자였다.그의범행동기는누구도알수없었다.(「닭장앞의오후」,p.207)

사회의문제를개인의이야기로좁혀,개인과개인사이의갈등과감정을소설화하는작품을우리는적지않게봐왔다.전아리의소설역시이러한흐름속에서잔혹한사건하나하나를포착하고,그를중심으로화자의심리를집요하게파헤친다.더이상물러날곳이없는삶의모서리,그긴장과고통으로범벅된개인의감정을묘사하며인물을끝없이코너로내모는것이다.그런데이책의이야기는여기서끝나지않는다.
감당하기어려울정도의고통속에서소년은자신을납치한유괴범을살해하고그의집에서탈출한다(「닭장앞의오후」).또다른소년은악행을일삼던어른의방안으로독사를들여보내고,그어른은죽음을맞는다(「뱀」).경악할정도로잔인한결말은끝간데없이내몰린화자가그상황에서벗어나기위해도모하는최대한의발버둥처럼간절하게그려진다.직접발벗고나섬으로써그지옥에서,감옥같은감정에서빠져나오기위한행동인것이다.감정적긴장이최고조에달했을때거기서멈추는것이아니라탈출을위해전력을다하는몸부림으로작가는서사를이끌어낸다.
이처럼감정에서행동으로전환하는방식의서사구조는이번소설집에서매우중요한역할을하고있다.밖으로터져나오지못한채개인의감정에만머무르는이야기가그자리에서함몰된다면,전아리의소설은스스로를구출하기위한적극적행동을용인함으로써개인에게스며든병폐를기어이사회적사건으로확장시킨다.결과적으로문제를해결하거나변화를이끌지도못한채잊힐수있겠지만,소설속인물들이무언가를실제로했다는사실은몹시중요하다.이들의결단을통해사회표면으로불쑥돌출된사건은특수한개인의문제가아닌사회전체의것으로환원되어버리기때문이다.

감각으로느껴지는설화적상상력
곪아버린사회의상처를해결할출구로의걸음

그렇다면개인의문제로이야기를좁혀그감정을깊이있게파고드는것을넘어이야기를하나의사회문제로넓히는작가의글쓰기방식은무엇을위한것일까.이책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정과리는그의소설이품고있는‘설화적분위기’에서그답을찾는다.은밀하고비밀스러운이야기를전해듣듯이때로작가는한여자의기구한일생을조곤조곤여자스스로의입을통해전하고(「잉어」),때론어머니의옛이야기를되짚으며일기를써내려가듯기술하기도한다(「겨울이야기」).

신혼시절세들어살던집마당에는살구나무가한그루있었다.아침이면나뭇가지사이로눈부신볕이스며들었다.날이더워지면서노란살구알들은아내의배처럼부드럽게부풀어올랐다.벌레가너무많아요.살구나무를바라볼때마다아내는얼굴을찌푸렸다.[……]채익지않은살구알들이마당위로떨어졌다.마당을넘실거리던나무그늘은사라지고사람골반을닮은형태의그루터기만남았다.바닥의열매는주인집아이들의신발밑에서으깨지며묽은즙을쏟아냈다.(「공이울리면」,p.36)

무엇보다도전아리의소설을설화적으로구성하는데가장핵심이되는도구로정과리는‘은유적기법’을꼽는다.쪼그라든눅눅한영혼을닮은물고기의이미지와축축한방안에갇힌청년의이미지가겹쳐지며,어항속에갇힌듯축늘어진젊은이의삶(「던전」)을그리거나,채익지않은살구를미숙아에비유하며젊은부부에게닥친상황을감각적으로느껴지도록한다.젖도물려보지못한채갓난아기를떠나보낸두부부의삶에들이닥칠불행함,“주인집아이들”의신발에짓밟힌살구처럼으깨져버린일상등,전아리는사회곳곳에도사린재앙적인상황을주변의소리,냄새,사물등으로비유한표현을통해보여줌으로써소설에독특한분위기를부여한다.직접적으로말해지지않는이야기들,하지만상징적인소리를통해익히상상할수있는상황을통해짐작되는은밀한진실.설화적상상력을갖춘전아리의소설들은이러한사건사고가비단개인의일이아님을,우리모두의일임을다시금일깨운다.공동체의경험으로환원되는서사는사회구성원스스로그들이속한곳의문제를깨닫고,거기서벗어나고자하는행동을시작하기를촉구하듯,비밀스럽지만강력한외침을전한다.

“신화는구성원들이구축하는것이며동시에구성원들에의해각성되어야할그들자신들의질병이다.전아리가사회의문제를설화로부풀리는까닭이여기에있다.독자가그사정을이해할수있을때,더나아가사람들이자신이속한사회의구성원으로서,사회의문제를자신의문제로받아들일때,그깊이가가늠되고그출구가희미하게문의형상을구성하는날이올것이다.”(정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