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시집)

$12.00
Description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과 관계의 불능성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다!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 이후 쓰고 고친 66편의 시가 오롯이 담긴 유희경 시인의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우리가 놓쳐버리기 십상인 세계의 일면들을 저자 고유의 감각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전 시집에서 탄생과 죽음의 시간을 넘나들며 형용 불가능한 감정을 정제해 보였던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그 불가능성을 고스란히 수용한다.

시집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첫 시 제목은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Ⅰ,Ⅱ),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Ⅲ)로, 이 중에서 시집 제목이자 맨 앞에 놓인 시편을 살펴봄으로써 '신'의 정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우리가 분명하게 느꼈으나 곱씹어보지 않았을 뿐인 감정에 관한, 보이진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에 관한 탐구, 일상적인 풍경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가능성과 그 장면들에 깃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유희경

저자시인유희경은1980년서울에서태어나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오늘아침단어』『당신의자리―나무로자라는방법』이있다.'작란'동인이다.

목차

시인의말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좋은것커다란것잊고있던어떤것/봄밤,참담/脫喪/합정동/지난날의우주와사다리와/사월/빈집/사월/조금더따뜻한쪽으로/옷을갈아입는시간/사랑/얼룩/잠든사이/새장/섬/조항/질문/어깨가넓은사람/무사/농담/가벼운돌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폭우/主人/한낮/지옥/작은일들/시를읽는시간/단어/음악을가둔방/MILK/안과밖/여름팔월/늦고흔한오후/장마/놀라운지시/너의사물/나의처음에/어떤날들이찾아왔나요/붉고흐리고빠른/가벼운풍경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것들/겹겹,겹겹의/작가/긴밤/아무일도/남아있다/축복/상자/볕이많은골목/한겨울/그늘/잊어버린이야기/직선의소리/社員/새처럼용수철처럼일요일처럼/생활/벌목/공포/마음/內裏/到着/소식/아침/봄

해설
잠시당신이있던풍경이말해주는것ㆍ김나영

출판사 서평

세계의일면을적확하게포착한시어
“나는말한다,당신이있다”

유희경의새로운시집『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2018)이출간되었다.『오늘아침단어』(문학과지성사,2011),『당신의자리ㅡ나무로자라는방법』(아침달,2017)이후쓰고고친66편의시가오롯이담겼다.이전시집에서탄생과죽음의시간을넘나들며형용불가능한감정을정제해보였던유희경은이번시집에서그불가능성을고스란히수용한다.설명할수없는상실감과관계의불능성을있는그대로끌어안는것이다.

시인은한순간분명하게나타나감미로운전율을주지만,그다음에는언제그랬냐는듯허무하게사라져버리고마는감각적체험을예민하게포착,적확하게묘사해낸다.그러므로『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은우리가놓쳐버리기십상인세계의일면들을시인고유의감각으로섬세하게풀어낸결과이다.
일상적인풍경에서길어올린새로운가능성과그장면들에깃든아름다움을발견하는기회를제공한다.

어디에나있고어디에도없는존재의의미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은3부로구성된다.각부의첫시제목은“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Ⅰ,Ⅱ),“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것들”(Ⅲ)이다.이중에서시집제목이자맨앞에놓인시편을살펴봄으로써'신'의정체를가늠해볼수있다.여기서신은'당신'이라는이인칭으로호명된다.

어떤인칭이나타날때그순간을어둠이라고말할수있다면그어둠을모래에비유할수있다면어떤인칭은눈빛부터얼굴손무릎의순서로작은것이무너져내리는소리를내며드러나내앞에서는것인데[……]인칭이성별과이름을갖게될때에나는또어둠이어떻게얼마나밀려났는지를계산해보며그들이내는소리를그인칭의무게로생각한다당신이드러나고있다나는당신을듣는다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부분

시인은“어떤인칭이나타날때그순간”을“어둠”이라고명명한다.빛이부재하는순간,즉가시적인판단이불가능한순간에만대상이나타난다고여기는것이다.이렇듯유희경에게당신은부재라는방식으로만존재하는역설적대상을의미한다.그리고이존재는인칭으로국한되지않는다.

당신이궁금하다
창틀의형식을데리고온
당신의이름을묻는다
혹시,이름을벗었는가
그게처음이었는가
[……]
당신이젖었는지웃었는지
그런질문은쓸모가없다
당신은생겨나는물건이다
―「질문」부분

이름을벗은당신은호명가능한대상을넘어선다.나의질문과무관하게생겨나는당신은(당)신으로확장된다.어디에나있고어디에도없는존재로서(당)신이되는것이다.그런데시인은대상의비가시성과불분명성으로인해슬픔에잠기지않는다.이'나타나지도사라지지도않는'대상이바로시적발화를가능케하는결핍이자,결코메워지지않는세계의균열점이기때문이다.“나는이것을당신에게건넨다이것이그것으로되길바란다”(「가벼운돌」).유희경은무구하며무한한마음으로(당)신을향한시를쓴다.

모름과앎의경계에서

유희경의시는대부분일인칭화자의독백형식을띤다.발견되는화자의특징으로는'알수없음'을꼽을수있다.다수의시편에서시인은“아무것도모르겠어이제”(「지난날의우주와사다리와」),“그건사실이아닐지도모르지”(「단어」),“어디가아프냐고요?모르겠습니다나는모르고있어요”(「생활」)라고쓴다.처한상황은저마다다르지만이들은자신을둘러싼상황에대해어떤것도확신할수없음을고백한다.이렇듯시인은머뭇거리는방식으로,즉자신의이야기에서거듭자신을지우는방식으로발화한다.요컨대유희경의시는'모름에대한앎의기록'이라볼수있을것이다.

한아이에대해쓰는시는앞을보지못한다우묵한저물녘아이가길을배워가는그런시를나는쓰고있다[……]그것이나를불안하게만든다라고적은문장은지우기로하지만여전히나는조마조마하다[……]그들이돌아오는길에대해서는아무것도적지않기로한다나는그것을보지못하였다
―「무사」부분

모름에대한앎은(당)신의존재를떠올리게한다.시인이품는불확실에관한확신은맹목의순간에만가시성을띠는(당)신에대한인식과도상통하기때문이다.유희경은이알수없음으로부터끊임없이새로운순간들을발굴하고,그에맞는언어를찾기위해고투한다.끝내도달할수없겠지만그불가능성을향해부단한열망으로시를쓴다.『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은바로그러한시인의마음을섬세하게풀어쓴기록이다.우리가분명하게느꼈으나곱씹어보지않았을뿐인감정에관한,보이진않지만명백히존재하는가능성의세계에관한탐구이다.

[뒤표지글]

알고있었니하고물으면
누가그러면,
몰랐다대답하고싶어진다.
그러고나면
요란하게닫힌문의안쪽처럼
정말모르는일이되는세계
모르는세계의힘없는규범

지금나는
뒤늦게알아버린사람처럼
후회를뒤적거리는중이다.
실은몰랐으면서.
아무것도몰랐으면서.
몰랐다고대답하고싶어하면서.

오늘은천사같은아이들에게
장난감을한개만사주었다.
싸우지말고사이좋게지내라고.

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
오늘정오의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