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의 완성 (이갑수 소설집)

편협의 완성 (이갑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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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 이갑수의 첫 소설집 『편협의 완성』. “제목의 ‘편협’과 달리 매우 타자 지향적인 소설”이며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는 평을 받았던 이갑수가 7년 동안 세심하게 다듬은 7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중편소설을 한데 묶었다.
저자

이갑수

저자이갑수는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1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

목차

편협의완성
아프라테르
T.O.P
일사부조리
조선의집시
서점로봇의독후감
품사의하루
우리의투쟁

해설임창정과USB_김신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진지한농담과이죽대는진심사이
세상의원리를관통하는과학도의소설실험실

2011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등단한작가이갑수의첫소설집<편협의완성>(문학과지성사,2018)이출간되었다.등단작[편협의완성]으로“제목의‘편협’과달리매우타자지향적인소설”이며“계속소설을쓸수있으리라는믿음”을준다는평을받았던이갑수가7년동안세심하게다듬은7편의단편소설과1편의중편소설을한데묶었다.

과학의방법,합리적인체계를좋아한다.소설도과학적이라고생각한다.의도적으로어떤문장을넣고,어떤원리에따라만드는것이라고믿는다.[……]나는문학을공부하는과학도이고싶다.
-[징후들]인터뷰중이갑수의말(<문학과사회>2012년여름호)

위의인터뷰에서도알수있듯,이갑수의관심사는‘인간세계의작동원리’에있다.마치수산화나트륨과염산을일대일로섞으면소금물이되듯이,A의상황에서B의특성을가진인물C는무엇을할것인가라는질문이서사를이끌어나간다.하여개성넘치는인물들이벌이는크고작은소동들,괴짜들이고집하는낯선선택들은이사회에존재하는모순과일그러짐의민낯을가차없이투영해보여준다.이갑수가문학텍스트로만들어가는인간세계실험실이이제독자에게공개된다.

학습에매진하는별종들,오해로통달하는세상의이치

나는갖고싶은것들도책으로대신했다.강아지를키우는대신동물연감을읽었고,태권도를배우는대신무협지를봤다.그러다보니나는늘혼자였다.중학교졸업식날나는내가외롭다는것을알았다.책과함께사진을찍을수는없었다.졸업식이끝나자마자책을찾았다.<새학기친구만들기>라는책이었다.

1.상대방의눈을본다.
2.상대의이야기를들으며미소짓는다.

그러나결과는별로안좋았다.
?어제아버지가탄배가침몰했어.시신을찾을수없대.
개학첫날,내짝은그렇게말했다.나는상대방의눈을봤다.그리고이야기를들으며미소지었다.책이언제나맞는것은아니다.나중에홉스를읽고인간관계는만인의만인에대한투쟁이라는것을깨달았다._[편협의완성]

누나의손톱:2.5
이름표옷핀:4.5
형의주먹:3.5
핸드폰:4.3
과학교과서:2.3
책상모서리:5.6
……

이름표옷핀으로누나의손톱을긁으면손톱에금이간다.형의주먹으로책상모서리를내리치면주먹에서피가난다.우리는이세계가관계성에기반을두고있다는것을깨달았다.낮과밤,왼쪽과오른쪽,자연과문명.가난이없다면부유함을설명할방법이없다.맨윗부분은아랫부분없이,삶은죽음없이아무런의미도갖지못한다._[우리의투쟁]

작품속많은인물들은호기심으로가득차있다.세상이어떻게돌아가는지알고싶어하는순수한궁금증들.이들은자기만의방식으로세계를이해하지만대부분일반적으로사회공유맥락에서벗어나오해와패배를거듭한다.관계도주식도하물며검도도책으로배우지만모든것에실패하기만하는사람([편협의완성]),3테라바이트의AV로섹스를탐구했으나끝내AV배우로데뷔하지못한채성불구가되는형([아프라테르]),킬러가등장하는영화?드라마?연극?만화?소설등을모두보았지만결국킬러가되고자하는친구를돕지못한형용사([품사의하루]),과학수업으로힘의논리를간파하는영악함을갖고있지만죽을고비를여러번넘기며그야말로생존을위한왜곡된세계관을갖게된아이들([우리의투쟁])등이그러하다.하지만순진한오해로의탐구가거듭될수록결국되비춰바라보게되는것은그만큼엉망진창인인간사회의본모습이다.이갑수의인물들로구현되는이시니컬한풍자가가닿는결론은결국누구나외면하고싶은세계의모순에있다.

우발적황당함으로작동되는이갑수표소설실험실

이해설을읽기전수록작의전개가대체로황당무계하다고느꼈다면,황당무계함은문학적현실과문학바깥의현실을일대일의비율로측정?실험해가는가운데벌어진일종의‘임계상태criticalstate’를시사하는픽션적장치다.[……]<편협의완성>은한작가가인간과사물사이,문학밖현실과문학적현실사이를민감하게측정해가며실험한우발과그패턴을증명하는소설집이다.
-김신식해설,[임창정과USB]

이갑수소설의서사는예상을끊임없이비껴나가며펼쳐진다.표제작[편협의완성]에서는코카콜라가달에광고판을설치하고,[T.O.P]에서는전생에무림고수였던사람이자판기로태어나부업으로유명연예인의경호원을하며,[서점로봇의독후감]에서는인간과똑닮은인공지능로봇이화자로등장해반지하서점을관리하고심지어인간들은아무도읽지않는책을취미로읽는다.무협과SF,누아르등다양한요소가등장하지만,이갑수는이것을이야기를이끌어가는바탕의재료로만다루며,독특한상황이초래하는소소하고별스러운사건들에집중한다.마치텍스트를질료로한무한한실험실처럼,작가는정교하게배치한문장과사건들로서사를견인해가며세계의우스꽝스러운면모들,들여다보지않았던진실들을간파해버린다.

특유의위트로꾸준히자기세계를이뤄갈신인의예감

7년만에묶은첫소설집이라고하면다소긴시간이걸렸다고생각할수도있지만,여기하나빠지는작품없이고르게자기색깔을확실하게보여준소설집으로이갑수는첫책의순조로움을증명했다.이제자기가써나가고자하는주제를흔들림없이,그러나유연한자세로다채롭게내보일신인한명이첫발을뗀다.“이제나는내가읽고,쓴문장의총량이나의재능이라는것을안다.그리고그재능이계속늘어날것이라는것도”라고[작가의말]에서패기넘치게밝혔듯,이갑수의소설은축적되는동시에넓고또깊어질것이다.제목과는반대로‘편협’한글쓰기에서끊임없이‘이탈’할이갑수의행보가주목되는이유다.

내가생각하는인간과세계에대해쓸것이다.편협한것을좋아하지는않는다.어떤한가지방식을고수할생각은전혀없다.다만죽을때까지소설을쓸생각이다.그게삶의여러가지방식중에내가선택한편협이다.평생계속쓰면어떤경지나원리,무엇이든얻거나완성되지않을까하고기대한다.아무것도없어도상관은없다.
-[징후들]인터뷰중이갑수의말

[책속으로추가]
-선생님.왜그래요?
우리가물었다.
-부당한대우를받아선안됩니다.
가정교사가말했다.
우리는그말이무슨뜻인지잘몰랐다.
-표는우리가사올게요.
우리는가정교사를벤치에앉혀두고다시줄을섰다.우리는가정교사와경호원들것까지성인표를일곱장샀다.성인요금은초등학생요금보다천원더비쌌다.우리는성인표를들고조금우쭐한마음이들었다.하지만입장할때,초등학생요금은낸아이들과우리사이에는아무런차이도없었다.어른이된다는것은단지아이보다요금을조금더내는것뿐일지도모른다._[우리의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