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영혼 (정찬 소설집)

완전한 영혼 (정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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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관념과 현실, 욕망과 반성을 잇는
소설가 정찬의 장인 정신, 실천적 창작의 정수(精髓)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올해로 소설 이력 35주년을 맞은 작가 정찬의 소설집 2종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의 스물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된 개정판 『완전한 영혼』과, 제25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한 신작 소설집 『새의 시선』이다. 그간 정찬의 소설에 대하여 “인문학으로서의 문학에 충실한 소설, 소설이 인문학에서 차지해야 할 본연의 자리에 걸맞게 인간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소설”(문학평론가 홍정선), “성과 속, 혹은 본질과 현상의 중간에서 그들 사이의 분리를 넘어선 교통에 대한 추구”(문학평론가 권영민), “소설의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열린 의식의 소산”(문학평론가 장영우) 등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제출된 바 있다.

1992년 처음 출간된 정찬의 두번째 소설집 『완전한 영혼』은 그의 소설적 세계관과 입장을 유감없이 보여준 수작들의 모음집으로, 한국 소설계에서 권력에 대한 사유를 담은 대표 작품으로 꼽혀왔다. 26년 만에 새롭게 출간된 이번 개정판에서는 서사의 흐름과 양식적 조화를 고려하여 기존 판본에 실려 있던 중편 「황금빛 땅」을 덜어내었고, 현재의 표기 기준에 맞게 문장을 수정하였으며, 각 작품별 제재 및 표현을 다듬었다.
저자

정찬

1953년부산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와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였다.1983년무크지『언어의세계』에중편소설「말의탑」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기억의강』『완전한영혼』『아늑한길』『베니스에서죽다』『희고둥근달』『두생애』『정결한집』『새의시선』,장편소설『세상의저녁』『황금사다리』『로뎀나무아래서』『그림자영혼』『빌라도의예수』『광야』『유랑자』『길,저쪽』『골짜기에잠든자』등이있다.동인문학상,동서문학상,올해의예술상,요산김정한문학상,오영수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완전한영혼
패랭이꽃
신성한집
길속의길
영산홍추억
얼음의집

초판해설권력과인간에대한집요한탐구ㆍ홍정선
신판발문신자유주의시대체현의윤리ㆍ정희진
초판작가의말
신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속죄양이되비추는세계의죄(罪)

당황한표정이었던두군인의얼굴이어이없는표정으로바뀌고있었다.남자는여전히두손을올린채고개를흔들기시작했다.그것은애원이었다.사람에게그래서는안된다는간절한애원이었다.남자의손은마침내군인의총에닿았다.그가잡으려한것은총이었다.믿을수없는광경이었다.둔탁한소리와함께남자의몸이기우뚱거렸다.군인이개머리판으로그의머리를찍은것이었다.힘없이쓰러지는남자의몸이보였다.
“이자식미친놈아냐.”
한군인은중얼거리듯말했고,다른군인은핼쑥한표정으로쓰러진남자를내려다보았다.총과진압봉을든그들의손이축늘어졌다.
-「완전한영혼」,p.38

이책은작가가집요하게탐구해온인간근본에대한성찰을고스란히담아내면서도,이사유를현실과밀접하게잇는실천적행위로서내놓은결과물이다.표제작「완전한영혼」은5·18광주민주화운동을주요모티프로다루며,당시군인들의무차별적폭행으로귀가들리지않게된장인하를중심으로이야기를끌어간다.사회변혁운동가로서끔찍한고문을견뎠던화자나지성수와같은인물들이등장함에도불구하고,식자공출신의‘무사상적인간형’인장인하가가장이상적모델로제시되는이유는무엇인가.장인하는위의인용에서볼수있듯사회에의해철저하게훼손되고무감각해진사람들에게비명과애원으로써단순하고도명확하게본말적인인간애의경종을울리고,그들을스스로돌아보게하는역할을한다.“소설이란인간들이저지르는훼손과풍요에대한반성의사유”라고밝힌바있는작가정찬은,자본주의와전체주의로물든세계아래핍박받는무고한피해자이자동시에훼손된인간을반성과자각으로써되돌릴수있는구원의가능성인장인하에주목한것이다.

권력과사랑에대한놀라운통찰

“내가생각하는사랑은권력의욕망이제거된정신이다.권력이없는정신.너는이런정신을보았는가.권력의욕망은인간의본능이다.본능이제거된정신이라니,놀랍지않은가?인간의정신에서권력을제거할수있다니……그소름끼치도록깊고완강한욕망을지워버릴수있다니……이것은기적과같다.”[……]“권력이란살아있는생명체다.참으로놀라운일이아닌가.인간의정신속에또하나의살아있는생명체가꿈틀거리고있다는사실이.[……]모든사람은죽었고,오직자신만이살아있다는감각.이것이야말로권력의심장이며,상상할수없는쾌감을불러일으킨다.이제알겠는가?그대가맛보았던불꽃같은황홀의정체를.그황홀을맛본자는평생잊지못한다.그불꽃을위해서라면자신의생명은물론우주의전생명이라도기꺼이바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얼음의집」,pp.167~69

“나는권력과예술의관계를드러내는상징을찾아내었고,그상징을소설을통해형상화하고싶었다”(「신성한집」,p.89)는서술에서볼수있듯,정찬은인간을추동하는가장큰욕망중하나인권력욕에대한통찰을꾸준히소설화해온작가중하나다.이책에수록된중편「얼음의집」은권력을향한본능적욕망에대한문제의식을가장생생하게담은작품이다.이소설은일제강점기에막노동꾼아버지를따라일본으로건너간화자가1923년간토대지진이후일어난대규모조선인학살의피바람에서어렵게살아남은이후간절한권력욕을키우게되며시작된다.이욕망은당시신과동일시되던천황을살해하고그위에서고자하는의지로전환되어화자는박열과후미코등이소속되어있던불령사에가담하였으나목적을이루지못한채체포되어극악의고문을당한다.이후고문사상가이자고문기술자하야시세이카에게경도되어화자또한고문기술자로성장하게되는서사로이어지는이소설은결국후반에이르러하야시가자신의아들에대한사랑으로인해자신의얼음과도같던권력-욕망의집이허물어져버렸음을고백하게한다.결국이소설은욕망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는인간의숙명에대해이야기하면서도이를극복할수있는사랑의힘에주목함으로써,권력의본질과바람직한힘의가능성을사유하게한다.

1990년대관념소설의주요유형으로자리매김한정찬의『완전한영혼』은,세계의훼손과황폐의모습을떠받들고있는기둥이자뿌리인욕망,그중에서도특히‘권력’을면밀하게탐구하고점검한보고서와도같다.이를소설가의장인정신으로견고하게재현해냄으로써21세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또한역사를바로보고,세계의폭력을자각하게하여말그대로‘완전한영혼’을향하게하는소설집이26년만에새롭게정비되어독자앞에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