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14.14
Description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자유로운 인간의 원형,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가 세상의 빛을 본 지 70여 년, 1975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40여 년 만에 최초로 중역이 아닌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만나본다. 그리스학에 정통한 전문가로, 그리스 아테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학과 명예교수이자 한국-그리스 협회 회장인 번역자 유재원이 오랫동안 카잔자키스의 전 작품을 연구하고, 실제로 카잔자키스와 조르바의 행적을 짚어 작품 속 공간까지 살펴오며 평생 동안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숨결과 문화까지 담아 번역했다.

‘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책벌레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노동자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크레타의 갈탄광으로 가는 길에 조르바를 만난다. 그는 겁에 질린 불쌍한 인간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살고자 세워놓은 윤리, 종교, 조국과 같은 장애물을 단번에 깨뜨려 무너뜨릴 웃음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는 그가 불가리아 반군에 대해서, 갈탄에 대해서, 여자들에 대해서, 하느님에 대해서, 조국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격정에 사로잡혀 더 이상 말만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닷가의 굵은 자갈밭 위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는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우리 삶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동시에 묵묵히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사자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경탄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조국, 관습,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며, 하느님과 악마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조르바. 나는 많은 순간, 최고의 미친 짓을, 삶의 본질을 “행하라”라고 소리치는 내 영혼을 꼭 붙잡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조르바 앞에 있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크레타 방언은 물론 터키의 동북부 흑해 지방의 폰토스 방언까지, 사전에서도 찾기 힘든 단어들이 즐비해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놀라운 어휘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 그리스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리스 토착문화와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 없이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문화적, 사회 정치적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역자는 이러한 명작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전하고자 평생의 역량을 담아, 또 원어민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번역에서 생기는 손실과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리스 연구자로서의 역자의 신념은 작가 이름 표기에서도 드러난다. ‘카잔차키스’라는 표기가 이미 널리 알려져 고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어에 가까운 작가 이름 표기법은 ‘카잔자키스’이기에 자신의 신념을 밀고나갔고, 이 책에서 우리는 ‘카잔자키스’라는 표기로 작가와 만나게 됐다.
저자

니코스카잔자키스

현대그리스문학을대표하는작가이자〈20세기문학의구도자〉로불리는니코스카잔자키스는1883년크레타이라클리온에서태어났다.터키의지배하에서기독교인박해사건과독립전쟁을겪으며어린시절을보낸그는이런경험으로부터동서양사이에위치한그리스의역사적사상적특이성을체감하고이를자유를찾으려는투쟁과연결시킨다.

니코스카잔자키스는호메로스와베르그송,니체를거쳐부처,조르바에...

목차

프롤로그
그리스인조르바

작가소개
작품의배경
조르바와카잔자키스,니체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70년을기다렸다!
전세계독자가선택한현대의고전
한국최초그리스어원전번역

“조르바는내게삶을사랑하는법과
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방법을가르쳐주었다”
그리스의대문호니코스카잔자키스ΝίκοςΚαζαντζάκης(1883~1957)의대표작『그리스인조르바ΒίοςκαιΠολιτείατουΑλέξηΖορμπά』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사용인구가1천만명정도인언어로쓰인작품이이렇게전세계적인명성과인기를얻은경우는흔치않다.카잔자키스는깊은고찰에서나온심오한사상과예민한감각에서나온섬세한감수성,반복되는탈고로다듬어진아름다운문장으로독보적인캐릭터‘조르바’를창조하여전세계인의마음을사로잡았다.이책은세계곳곳에서번역되었으며,자유로운인간의원형조르바는많은독자들의삶에영향을끼쳤다.
『그리스인조르바』는이미한국어로여러종이번역되었으나,그리스어에서한국어로직접번역한것은이번문학과지성사판(版)이처음이다.그동안출간된책들은영어판을중역한것이거나,그리스어-불어-영어-한국어를거친삼중번역판이었다.1946년『그리스인조르바』가세상의빛을본지70여년,1975년한국에처음소개된지40여년만에최초로중역이아닌그리스어-한국어번역본이출간된것이다.
번역자개개인의역량을떠나,번역에서한언어를거칠수록의미의누락이생기는건피할수없는일이다.또한번역이란곧문화를옮기는것으로,해당언어권과문화를모르고서정확히번역하기는쉽지않다.번역자유재원은그리스학에정통한전문가로,그리스아테네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은한국외국어대학교그리스학과명예교수이자한국-그리스협회회장이다.오랫동안카잔자키스의전작품을연구하고,실제로카잔자키스와조르바의행적을짚어작품속공간까지살펴온번역자는,평생동안쌓은역량을바탕으로등장인물의숨결과문화까지담아번역했다.

모두가알지만,아무도직접만나지못한현대의고전
작가의숨소리마저담은원전그대로의조르바를만난다!
내가새삼이작품을새로이번역하려는것은평생그리스학을전공한언어학자로서이명작을한국의독자들에게보다더정확하게전하고싶었기때문이다._유재원(한국-그리스협회회장)

한국에처음소개된『그리스인조르바』번역본은영어중역인데다,심지어번역저본인영어판조차불어중역판이었다.영어권에서도그리스어원전을직접번역하여출간한것은2014년에와서다.그전까지한국인들은그리스어-불어-영어-한국어삼중의번역으로‘조르바’를만나온것이다.그렇기에우리가『그리스인조르바』라고알아왔던번역본을그리스어원본과비교해보면그차이에놀랄것이다.누락과오역을넘어원작에는없는내용이추가되기도했다.최근한국에서도2014년새로이번역된영어판을저본으로한번역본들이출간되었으나,이역시여전히그리스어-영어-한국어중역이다.이전판본과비교하여2014년영어판이훨씬원전에가까운것은사실이나,이를저본으로중역할경우그리스어원전과다른영어번역자의임의적인문단나누기와자의적인변형및외국어사용등을따라갈뿐다른도리가없는것이다.번역자개개인의역량을떠나,중역은기본적으로물리적한계를지닐수밖에없다.
번역자유재원은이명작을조금이라도더정확하게전하고싶었기에여러한국어번역본이있음에도새로이번역을시도했다.그러나이책의번역은쉬운작업이아니었다.카잔자키스의어휘력은놀라워서크레타방언은물론터키의동북부흑해지방의폰토스방언까지,사전에서도찾기힘든단어들이즐비했다.번역자유재원은그리스에서언어학박사학위를받고오랫동안그리스를연구해온학자로서평생의역량을담아,또원어민들의도움을받아가며번역에서생기는손실과오류를최소화했다.
또한모든카잔자키스의작품이그렇듯이『그리스인조르바』에도그리스에서살아보지않고는이해하기어려운그리스토착문화와근현대사에대한지식없이는번역하기까다로운문화적,사회정치적내용들이많이들어있다.시대배경에대한이해없이어떻게조르바의철학을,사고변화를이해할수있을까?이작품에는클레프테스풍의민요나,아만송등의지역음악,『베르토둘로스』등시대를나타내는작품들이등장하는데,이런부분들은토속문화를이해하지않고는오류가나기쉽다.또한그리스문화에핵심적인정교회성당과예법에대한묘사는정교회신자가아니라면정확히표현하기어렵다.번역자가그리스에대한경험이풍부하고,오랜정교회신자라는점은정교회문화가지배적인그리스문화를전달하기에더할나위없을이점이되어주었다.
그리스연구자로서의옮긴이의신념은작가이름표기에서도드러난다.옮긴이유재원에따르면그리스어에가까운작가이름표기법은‘카잔자키스’이다.번역자는‘카잔차키스’라는표기가이미널리알려져고착되었음에도불구하고카잔자키스에관련된여러오해를분명히밝히고자신념을밀고나갔다.

전혀다른두인간의성장과우정
“방금한그말,다시한번해줘요,대장.내게용기를주니까요.
[……]이제우리둘이서폭탄에불을붙입시다.”_본문에서

작가자신의화신인‘나’는35세의젊은지식인으로서육체의쾌락을경멸해음식도조금씩몰래먹듯하는책벌레구도자이다.‘나’는갈탄광이잘되면모두형제처럼함께일하고,모든것을나누며,함께똑같은음식을먹고,같은옷을입는공동체를조직해보겠다는이상적인꿈도꿨다.이성적인면을중요시하는먹물이자세상에뛰어들어행동하기보다는글을통해세상을보는책벌레‘나’가대지의어머니가이아에게서미처탯줄을자르지못한듯한,길들여지지않은위대한영혼조르바를만나고큰변화를겪는다.관념은던져버리고직접세상속으로뛰어들어원시사냥꾼같은직감과어린아이같은순수함과창의성,망설이고고뇌하기보다는내면의소리에따라주저없이행동하고,죽음과불행앞에서도당당하게맞서는조르바의모습에서나는영적스승의영혼을느낀다.
그러나둘의관계는절대일방적이지않다.조르바는자신을믿어주는‘나’에게영적아버지를대하듯솔직하고‘나’를더할나위없이사랑한다.그래서조르바는둘의이별후에도계속‘나’를생각하고,최후의순간그의소중한산투리를‘나’에게남겨자신을오래기억해주기를바란다.
그동안조르바의강렬함때문에‘나’는‘조연’과같이인식되어왔다.하지만조르바로인한‘나’의성장을이해하지않고어떻게조르바를이해할수있겠는가?번역자는이책에서‘나’와‘조르바’를대등한관계로설정하고,‘나’의사상이드러나는부분,조르바의철학을내면화하며변화하는부분의번역에더욱주의를기울였다.조르바를통한‘나’의성장도중요하지만,‘나’로인해조르바가얻은마음의평안과사랑은‘나’가선물한것이었다.너무나다른두사람이서로의존재를인정하고다투며성장해가는모습은성향과연령대가많이차이나는두인간이서로를이해하고사랑하는브로맨스를보여준다.

조르바의자유
“이건분명히아쇼.내가인간이라는걸.”
“인간이라고요?그게무슨뜻이오?”
“보쇼,자유인이란거요.”_본문에서

카잔자키스는니체철학으로박사학위를받을만큼니체철학에경도되었다.그런그가학교에가본적도없는,평생을육체노동으로먹고살아온예순다섯의노동자에게서니체의‘빼어난인간’(Übermensch,보통‘초인’으로번역됨)을본다.
얼핏보기에조르바의삶은내키는대로사는방종한모습으로보이기쉽다.그러나조르바의지향은분명했다.관습에따라무비판적으로,낙타처럼수동적으로살기를거부하고사자처럼적극적으로자신의판단아래치열하게삶을꾸려나가는‘빼어난인간’과같이산것이다.그에게는‘니체’나‘빼어난인간’과같은사상도,단어도필요없다.그저그에게‘인간’이란그런존재,곧‘자유인’인것이다.그렇기에자신을방금고용한사장에게도일은노예처럼하겠으나,산투리는자신이원할때만치겠노라고선언한다.그런그에게는하느님도악마도두려운대상이아니다.
이모두는조르바의험난했던삶과그를통한고찰에서나온것이다.이작품의주인공들이살았던19세기말부터20세기초사이의시대는크레타의독립전쟁과발칸전쟁,제1차세계대전등으로암울했던시기였다.조르바는한때조국과민족을위해싸웠지만혹독한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자신의애국적인행동이어떤비극을가져오는지보고깊은회의에빠진다.그럴듯한이념을내세워저지르는온갖비인간적인범죄와추악한행위를계속할수없다고생각한조르바는결국사람들을옥죄고편가르는이념,제도들로부터자유로워진다.그는오히려‘일곱층의하늘도,일곱층의땅도하느님을받아들이기에는좁으나인간의가슴은그분을받아들일수있기에,절대사람들의마음에상처를주지말라’는이웃터키인의말을더가슴에새긴다.자유와일탈의상징으로보이지만,조르바의삶은역사의풍랑속에서고뇌와간절함이담긴실존적인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