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소설 (양선형 소설집)

감상 소설 (양선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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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양선형의 첫 소설집 『감상 소설』. 현실과 환상이 이중 삼중으로 착종된 문장을 정교하고 세련되게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던 등단작 「스나크 사냥」을 포함하여 그가 4년여간 쓰고 다듬은 10편의 단편소설이 고스란히 묶였다. 그는 기존의 소설 작법을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답습하고 철저하게 모방함으로써, 그 궤적을 가속화하고 과잉 활용함으로써 폭주, 오류를 유발시키고자 한다. 기존 언어 체계를 탈주하기보다 내파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양선형은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는다고 쓰는 방식을 통해, 정확히는 아무것도 쓰지 않음을 쓰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끈기 있게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저자

양선형

1990년광주에서태어났다.201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목차

해변생활자
스나크사냥
생활과L의유령
표범의사용
수은의시도
종말기의료
사살없음
모빌트리
감상소설
현상소설

해설|불능의시뮬라크르_강동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불능의폭주를지속하는글쓰기-기계
쓰지않음을씀으로써가능한언어의출구를향하여

201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한양선형의첫소설집『감상소설』(문학과지성사,2018)이출간되었다.“현실과환상이이중삼중으로착종된문장”을“정교하고세련되게”구사한다는평을받았던등단작「스나크사냥」을포함하여그가4년여간쓰고다듬은10편의단편소설이고스란히묶였다.
양선형은언어를끊임없이직조해내는기계처럼일종의반복놀이,자동적글쓰기?criture를통해작가의고유성을무화시키는문체를구사한다.서사적글쓰기가아닌망상과환각을적극동원하여해석과의미가부재하는사고실험을지속한다.그렇다면양선형이이토록위태로운글쓰기를멈추지않는이유는무엇일까.그는기존의소설작법을부정하기보다오히려답습하고철저하게모방함으로써,그궤적을가속화하고과잉활용함으로써폭주,오류를유발시키고자한다.기존언어체계를탈주하기보다내파하는방식으로새로운출구를모색하는것이다.양선형은아무것도쓰지않는것이아니라쓰지않는다고쓰는방식을통해,정확히는아무것도쓰지않음을쓰는방식을통해자신만의영역을끈기있게개척해나가는중이다.그는글쓰기를실험한다기보다기꺼이실험에응하는,글쓰기라는필연적허무에스스로투신하는작가이다.

제입장에서소설이란일종의함정입니다.이함정은‘경험’과‘현실’에에러를일으키려고작정을한것처럼보이구요.스스로판함정때문에자가당착에빠지거나미끄러져고립되거나함정을넘어서고작위적으로메워버리기도하면서소설쓰기가진행되는것같아요.
―「이달의소설」인터뷰중양선형의말(『제7회문지문학상수상작품집』)

양선형이이야기를,언어를,서사를,인물을,그리고의미를부정한다고오해해서는안된다.오히려그는그것들을모두과도할정도로사용함으로써,언어를실제처럼오인함으로써,그모든것을소모시키고,고갈시키고,탕진시킨다.[……]작가는초현실,환상,망상속에있는존재가아니라,환상과현실의경계선을따라가면서실험하는존재이며,소설을,예술을,글쓰기를실험하는존재가아니라,글쓰기속에서자기자신의실험됨을감당하는존재이다._강동호(문학평론가)


무의미를되풀이하며나아가는인간

『감상소설』의단편소설10편은상호텍스트적으로연결된동시에내적으로낱낱이분해되어있다.이는소설에서초점화자로등장하는인물의기능적모호함에서비롯한다.등장인물‘그’는어떤의미로서고정되기보다무한히나열된메시지와맥락에의해유동적으로변화하는존재이다.언급되고지시될수는있으나고정이불가능한,그래서무의미한서술자체와다를바없다.“서술은그를운반하는사람들의정체를밝혀주지않는다”(「사살없음」)와양선형의소설이“자신이쓰고있는소설을계속해서교란시키고픈욕망을동력으로삼아진행”되는듯하다는문학평론가이경진의말처럼‘그’라는인물은일반적인서술의기능을어지럽히고해체하는데기여한다.자기자신의기원과목적을잃어버린자,한마디로‘그’는언어체계내부에있으나기대되는역할을상실한,양선형이탄생시킨‘불능의인간’인것이다.

나는원래이렇듯멀쩡하게걸을수있는사람이아니었어요.특별한일이일어나지도않았는데아주감당할수없는일들을상상하며스스로를가혹하게몰아세우는사람이었고……그시절의내가그저몰매를맞아도가만한자,마비된자라면둔감하게무뎌진감각다발속에납작엎드려가쁜숨을내뱉는일을업으로하는사람……스스로의불능을방벽처럼쌓은다음그러한부동성을향해투명하게내리꽂히는빛이냉혹하게굴절되는모습을통해개인의취미라는것을실감하는사람에불과했지요.(「종말기의료」,p.174)

양선형이그리는‘불능의인간’은결여자체다.‘그’는일시적으로역량을상실한주체가아니라불능이라는사태에사로잡힌인질에가깝다.또한글쓰기라는사태속의작가자신을의미하기도한다.그렇지만양선형은‘불능의인간’이자발적으로소진해나가는과정을통해서,의미가불분명한언술을멈추지않는방식을통해서“고갈된역량의바깥”으로나아가고자욕망한다.“지금은아무것도쓰지않는다.쓰기를그만두기위해글을쓰는사람들이있다”는문장처럼불능의되풀이를기꺼이감내하는것이다(「감상소설」).


사라지는궤적을사랑하기

그렇다면양선형이기존의서술과의미체계를비껴가려는이유는무엇일까.그건양선형이글쓰기를통해얻고자하는바가전무하다는사실에있다.

소설은삶을변화시키지못한다.삶은피규어가아니니까.나도그것은안다.모를거라고생각하지마라.글쓰기는도박장의망가진슬롯머신이지.그것은아무리코인을넣어도참된행운,또한도저한불행에도가까워지지않는아둔한반성이란다.이제내겐코인을넣는순간만이남지.짤막한기척.코인을움켜쥐는순간.코인을잃는순간.꼬리를자르는순간의잘린꼬리.아무일도일어나지않음을분할하는순간.공허와코인을교환하는바로그순간을쉽게망각할수는없는거야.(「감상소설」,p.261~62)

롤랑바르트는서사물이탄생하는근본적인욕망을설명하는가운데,그것이교환욕망에의해결정될수밖에없다고말했다.이야기를한다는것,글을쓴다는것자체가언어를통한의미교환체계로의진입이며,이는결국무언가를얻어내려는욕망의발현이라는것이다.그러나양선형이글쓰기로얻고자하는것은공허의순간혹은순간의공허뿐이다.그러므로실패가예견된도박을반복하는,부질없음이명백한시도를되풀이하는그의노력은‘도박가는곧혁명가’라는벤야민적알레고리를연상시킨다.

모든것이공허하거나허무하다는사실을자각한다고해도용기가사라지지는않는다.오히려용기는허무와부재속에서실험되는것이다.용기는허무를인정하고,그럼에도다시뒤척일수있는움직이는잿더미가된다는것이다.폐곡선이예고된허약한궤적에몰두하는것이다.좌절될갱생을끊임없이모방하는것이다.빈한한결락인기척의변주에불과한지속을그만두지않는것이다.용기는사라지는궤적을사랑하는것이다.(「현상소설」,p.338)

이렇듯양선형은“움직이는잿더미”가되어서도몰두와지속을포기하지않는,보기드문야심을지닌신인이다.『감상소설』은그런작가가문학이라는,끝이보이지않는궤적을향해열렬히헌신을쏟아부은결과이다.불가해하고무한한영역에한걸음다가서게끔이끄는책으로,독자들에게독특한독서경험을안겨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