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뉴) (김사과 장편소설)

N.E.W(뉴) (김사과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비교적 친절한 문장으로 씌어진 비관의 소설!
당신이 발 디딘 여기의 오늘을 살피고 다음 세대가 맞이할 멋진 신세계를 가늠하는 김사과의 소설 『N. E. W.』. 현실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통해 단체 채팅방을 떠돌아다니는 치정 루머 같은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풀어가는 작품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격인 이야기 외에 총 3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대기업 오손그룹의 후계자인 정지용은 아버지 정대철 회장의 카리스마에 눌려 덜떨어진 자식이라는 세간의 평을 받고 있다. 멀끔하지만 어딘가 의뭉스러운 정지용과 학벌과 미모와 집안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최영주는 그의 아버지 정 회장과 그녀의 어머니 홍 교수의 설계대로 순조롭게 결혼한다. 신혼집은 서울 근교 L시에 오손그룹이 세운, 999대의 CCTV와 첨단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스마트아파트 ‘메종드레브’다.

그곳은 다양한 계층을 섞어 완벽한 통제 속에서 고도의 균형을 달성한 인간을 키워내려는 정 회장의 사적 욕망이 투영된 실험장이자 오손그룹의 미래 계획을 집약시켜놓은 주거 시설이다. 메종드레브의 2백 평짜리 펜트하우스에 사는 정지용은 5평 원룸에 사는 인터넷 BJ 이하나를 로비에서 우연히 맞닥뜨린다.

이하나는 우아한 여왕 같은 최영주와 거울상처럼 대비되는 인물로, 정지용은 매사 반응이 즉각적인 이하나에게 강한 흥미를 보인다. 최영주가 정지용의 아이를 임신할 무렵 이하나와 정지용은 내연 관계가 된다. 외도를 알아챈 최영주의 불만은 점차 커져가고, 급기야 최영주는 정지용을 감시하기 시작하는데…….
저자

김사과

저자김사과
1984년서울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했다.2005년단편「영이」로제8회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02』『더나쁜쪽으로』,장편소설『미나』『풀이눕는다』『나b책』『테러의시』『천국에서』,산문집『설탕의맛』『0이하의날들』이있다.

목차

이야기의시작
1부
2부
3부
악몽의끝

출판사 서평

모든것은지나치게그럴듯했다

도시,먼지에뒤덮인최신식황무지에서
우리,기묘한방식으로동거하는완벽한유령들에대하여

선명한모순사이에서흔들리는모호한세상을신랄하게포착하는,“우리가일찍이본적이없는소설”(문학평론가김영찬)을쓰는작가김사과의미연재신작소설이출간되었다.2013년『천국에서』이후5년만에발표하는장편인『N.E.W.』에서김사과는당신이발디딘여기의오늘을살피고다음세대가맞이할‘멋진신세계’를가늠한다.
“세계의파괴!”“날것의문장들!”“지독한폭력!”“낯선충격!”……한때김사과의소설을수식하던느낌표가득한말들은가끔그의소설보다더격렬했다.하지만더는이미망한세상에대고파괴를말할필요가없다.감정의분출에서냉철함으로,김사과의변화가두드러진건“모든게망가졌는데왜아무것도무너져내리지않”는지끈질기게물었던지난장편소설에서부터였다.그간“이세계는끝난것이아니라‘더나쁜쪽으로’나아갈여지가남아있다”며내비쳤던어떻게든살아가야하는‘남은자들의세계’는『N.E.W.』에이르러본격적으로형상화된다.
“제가드리고싶은말은요,새로운시대엔새로운시대에맞는거짓말이필요하다는거예요.새로운세계에걸맞은환상이요.”새로운시대가더나은세상일거란보장은어디에도없다.다만언젠가그‘멋진신세계’를맞닥뜨릴때,김사과는세계의결함을가장잘드러내보일작가일것이다.세상엔분명그런통쾌한비극의자리가있다.

악몽중독자들
“한번은이렇게말한적이있어요.뭔가대단한것이라도발견한사람같은표정으로,‘엔,이,더블유,뉴N.E.W.가현대세상을결정했다.’그게무슨약자인지아세요?신경학neurology,전기electricity,제2차세계대전WorldWar2.믿어지세요?제아버지가이렇게황당할정도로유치한사람이라는것이?그런데사람들은아버지를두려워하죠.그게다아버지의연기에속고있는거야.”(pp.201~02)

“결론은……사기도결국힘으로치는거라는얘기지……
[……]개소리를늘어놔도다들고개를끄덕이게만들고싶어.”(p.182)

프롤로그와에필로그격인이야기외에총3부로나뉜이소설의줄거리는대략이러하다.대기업오손그룹의후계자인정지용은아버지정대철회장의카리스마에눌려덜떨어진자식이라는세간의평을받고있다.멀끔하지만어딘가의뭉스러운정지용과학벌과미모와집안이라는삼박자를고루갖춘최영주는그의아버지정회장과그녀의어머니홍교수의설계대로순조롭게결혼한다.신혼집은서울근교L시에오손그룹이세운,999대의CCTV와첨단시스템으로완벽하게통제되는스마트아파트‘메종드레브’다.그곳은다양한계층을섞어완벽한통제속에서고도의균형을달성한인간을키워내려는정회장의사적욕망이투영된실험장이자오손그룹의미래계획을집약시켜놓은주거시설이다.메종드레브의2백평짜리펜트하우스에사는정지용은5평원룸에사는인터넷BJ이하나를로비에서우연히맞닥뜨린다.이하나는우아한여왕같은최영주와거울상처럼대비되는인물로,정지용은매사반응이즉각적인이하나에게강한흥미를보인다.(“하나씨,먹고싶어요.”)최영주가정지용의아이를임신할무렵이하나와정지용은내연관계가된다.외도를알아챈최영주의불만은점차커져가고,(“왜,애초에,결혼따위를한걸까!”)급기야최영주는정지용을감시하기시작한다……단체채팅방을떠돌아다니는치정루머같은이이야기에생동감을불어넣는것은인물들이드러내는현실이다.

최영주―“무엇으로이끔찍한절망을감추는가”
한심한남편과의결혼생활이성에차지않는최영주는고민이생기자인스타그램에접속해사진을올린다.“사람들의반응은좋았다.부럽다,예쁘다,좋아보여등……아하,그것이나의객관적상태인가?내삶은예쁘고좋아보이는군.그런데자세히보니자신의사진에그런코멘트를다는그녀의친구들도그녀와비슷한사진을인스타그램에올리고또비슷한반응을팔로워들에게서받고있었다.그렇다면,혹시,그녀의친구들도그녀처럼지금뭐가뭔지,내인생이어디로어떻게흘러가는지잘모르겠다는느낌인것일까?그들도사실은답답함과허무함속에서속절없이늙어가는기분에사로잡혀있는것일까?그러나어쨌든예쁘고좋아보이는,서로가서로를좋아하고서로가서로를부러워하는삶속에들어있으니괜찮은걸까?그러니까이것으로된걸까?”(p.43)
사실“좋아요”로해결되는게아무것도없다는건그녀도안다.최영주는‘멋지고대단한나’의이미지를지키기위해남편과시아버지에게서회사를빼앗기로마음먹는다.하지만곧남편의외도라는지독한곤경을맞닥뜨린다.‘멋지고대단한’그녀가도움을요청할상대는없다.예상과다른현실에번번이좌절하면서도전생애를통해쌓아올린자신의“객관적인능력”이실상쓸모없는것임을받아들이지못한다.“차가운현실에눈을꼭감은채,오류들을높이쌓아올리는길만이유일하게그녀가파괴되지않은채이악몽을통과하는길이다.따라서그녀는오판을밀고나갈것이다.그녀는자신이안다고믿는것,자신이투쟁한다고믿는대상,자신이행한다고믿는전략,그완전히잘못된것들을손에쥔채로나아갈것이다.”(p.213)

이하나―“그럼난뭐지?음,편의점용초콜릿같은거?”
평범한집안에서자라난이하나는살아가는데마땅한안전장치가없어다른등장인물보다‘우연’에큰영향을받는다.‘우연한기회로’화제를끌어유튜버로활동하게된이하나는,‘우연히’정지용을만난다.정지용과내연관계가되고나서이하나의현실은백팔십도바뀐다.“프릴이5백개달린블라우스”를입던그녀는발렌티노,에르메스같은최고급브랜드를걸치고갤러리아백화점과루브르박물관에출몰한다.무엇보다크게바뀐건세상에대한관점이다.이하나는힘있는자,승자의삶을위해“다른한편에재투성이하녀의삶,언제나홍해처럼양옆으로갈린채찌그러져야하는모욕적인삶이존재할수밖에없다는것”을깨닫는다.최영주가그랬듯결국이하나에게도정지용과의만남은자기자신과세상에대한끊임없는의문을불러일으키는악몽과같다.이하나의조력자를자처하는국숫집사장성공자는그녀에게구차한패자의삶을벗어나라고다그치지만,점점자신이가짜라는인식만커져간다.이하나는정지용에대한마음을사랑이라고말하길거부한다.다만“도박중독자가화투패앞에서피가끓듯이”“자신이정지용의세계에중독된것을인정”한다.(p.172)

정지용―“아버지,저희를위해죽어주시면안되나요?”
정지용의세계에중독된이하나는또한정지용을부러워한다.“특히부러운것은상식이라는것이결여된듯한삶의태도였다.왜냐하면,필요없기때문이다.모두가허리를굽히고조아리는데무슨상식이필요해?그는상식밖의세상을살아간다.그리고그세상은짜릿하다.”(pp.171~72)정회장에의해균형과통제가체화된정지용은언제나모든것이편안하다는듯심리적으로일정한상태를유지한다.항상지나치게멀쩡해보이는그에게는정의나도덕,상식도일말의의미가없다.이하나와최영주를자신의양옆에두고있는것도그저‘마음에들어서’다.“그저꾸준히,가능한한길게기분이좋은상태가이어지는것.”“그것을위해서라면뭐든지하겠다.아주좋은일도,아주나쁜일도,혹은아주괴상한일도벌일수있다.내기분이좋아진다면,그것을위해서라면.”(p.143)그리고그는정말괴상한일을벌이고야만다.

정대철―“그를둘러싼소문들이그를천재기업가로만들었다”
정지용은번번이시선권력으로서만존재하는허깨비라며아버지정회장을비난했지만일면그것은동족혐오에가깝다.정대철은수많은익명의눈들앞에자신을내세우는방식으로성공했고,같은방식으로정지용을키웠다.다시말해정대철은자신에대한루머를수집하고그루머에영감을받아행동하고계획을세우는사람이다.“암투병중이라는루머가돈뒤에모자를꾹눌러쓰고나타난다거나,제주도에대규모개발사업을한다는루머가돌면갑자기제주도에서모호한목적의행사를개최한다거나하는식이었다.”(pp.229~30)
소설후반부,정지용과최영주는마침내독자적인괴물이되어간다.정지용은정대철에게서오손그룹이라는‘왕국’을이어받으며,놀랍게도현실에성공적으로안착한다(혹은그것을완벽히가장해낸다).최영주역시광기를선택하고,정대철의방식을훌륭하게재현한다.사람들은최영주에게서모든것을다가진여자가느끼는절망을“성공적으로목격”한다.그것은물론최영주가제공한이미지다.최영주는신혼시절결혼을통해“모든것이새롭게,진정새롭게시작”되어야하며“완전히다시태어나는것이나마찬가지”라고되뇌었지만,어쩌면결혼이라는제도를통해지금세대는과거세대를재현하고있는것일지도모른다.거짓을또다른거짓으로교체하고환상을새로운환상으로대체하면서,정대철은자신의왕좌에서여전히살아숨쉬고있는지도모른다.

그러므로『N.E.W.』는비교적친절한문장으로씌어진비관의소설이아닐까.악몽을꾸었다.꿈에서깨었다.그런데여전히여긴악몽속이다.김사과의소설은우리의눈을밝히고등을떠민다.별수없이이안개속을걸어가야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