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

$15.31
Description
“스탈린 동지한테 마누라가 둘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사랑하기에 멈추지 않는 조국에 대한 독설
KGB의 타깃이 된 풍자작가 보이노비치의 대표작 최초 출간

러시아 문학사에서 고골, 살티코프-셰드린을 잇는 대표적 풍자작가이자 자먀틴을 잇는 반유토피아 작가로 평가받는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 보이노비치Владимир Николаевич Войнович(1932~2018). 스탈린 체제하 소련의 부조리를 풍자한 그의 대표작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Жизнь и необычайные приключения солдата Ивана Чонкина』(대산세계문학총서149)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사상이 개인의 삶을 옥죄던 냉전 시대는 소련의 예술가들에게 가혹한 시기였다. 보이노비치는 스탈린 사후 흐루쇼프가 주도한 짧은 해빙기에 소련 문단의 유망주로 데뷔해 승승장구하다가, 1960년대 중반 문화예술계의 자유주의에 대한 탄압이 다시 시작되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
러시아 우화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을 차용해 스탈린 체제하 소련을 그린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이하 『촌킨』)이 지하 출판에 이어 서방에서 출판되고, 보이노비치가 반체제 인사 탄압 저항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역시 반체제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감시와 협박에 시달리고 심지어 KGB의 독살 시도까지 뒤따랐으며, 끝내 국외로 추방당했다. 하지만 보이노비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펜을 꺾지 않고 부조리한 체제와 그 체제가 낳은 개인들의 위선에 끊임없이 성내고 대들며 소련 사회와 온갖 군상을 기록했다.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현실을 코믹하지만 신랄하게 풍자한 『촌킨』은 보이노비치의 삶과 문학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자

블라디미르보이노비치

구소련스탈리나비드(현타지키스탄수도두샨베)출생.세르비아계아버지와유대계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아버지가반소비에트선전선동죄로유배당하고이어독소전쟁으로징집당하자어린보이노비치는여러곳을전전했고,직업학교를거쳐공장,건설현장등지에서일했다.1951년입대해군사신문에시를기고하기시작했고,제대후모스크바주립사범대학을다니며창작활동을이어갔다.생계를위해학업을중단한뒤전연방라디오에취직했는데,이때그가작사한우주비행사에대한노래「출발14분전」이큰인기를누리며유명인사가되었다.
1961년소비에트작가동맹기관문예지『신세계』에첫중편『여기우리가살고있다』를발표,호평을받으며문단에데뷔하고소비에트작가동맹에가입했다.그러나스탈린체제하의소련을풍자한대표작『병사이반촌킨의삶과이상한모험』이지하출판에이어서방에서출판되고,소련의반체제인사탄압을비판하는등정치적목소리를내면서1974년연맹에서제명되었다.감시와협박,심지어KGB의독살시도까지이어지다1980년추방당해오랜기간서독과미국에서망명생활을했다.1990년페레스트로이카말기에시민권이복권되자귀국하여계속작품을발표하고활발한사회활동을하다가2018년모스크바에서영면했다.장편『기념비적선동』으로러시아연방국가공로상(2000)을,유럽의회가인권과자유수호에공헌한개인이나단체에수여하는사하로프상(2002)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불시착
2부인간의기원

옮긴이해설ㆍ사랑하기에부조리한조국에던지는독설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건드릴수없는자’-‘어쩌다’영웅,이반촌킨

1941년독일이침공하기직전의소련.크라스노예라는작은시골마을에군비행기U-2가불시착한다.군사령부는비행기를견인해올수가없자병영에서다른병사들의놀림거리가되는여분(?)의사병이반촌킨을보초로세운다.
이상적인전사의모습과는거리가있는볼품없고어리숙한병사촌킨은마을로파견되고얼마지나지않아순박하지만강인한우편배달부뉴라와살림을차리고,전쟁이시작되자군에서는촌킨과비행기에대해까맣게잊어버린다.불행한사건이터지지않았다면영영잊어버렸을노릇이다.뉴라의암소가열정적인아마추어육종학자인이웃글라디셰프의토마토-감자잡종식물표본을깡그리먹어치우자복수심에불탄이웃은비밀경찰엔카베데NKVD지부에촌킨이탈영병이라고음해하는투서를보내고,엔카베데는대중의경각심에곧장응답해행동을개시하지만탈영병을체포하기가생각보다녹록지않다.촌킨과뉴라의저항이거셌기때문이다.그결과‘촌킨일당’을체포하는데소련군1개연대가동원되기에이른다.

경직된소련사회의패러디

“나는촌킨을바보로구상하고쓰지않았다.단지그는정상인이라도충분히바보가되고야마는바보같은상황에처한것뿐이다.그리고그것은우리소련의일상적인풍경이다”_블라디미르보이노비치

보이노비치는『촌킨』에서부조리극같은소련사회를작정하고풍자한다.KGB의전신인엔카베데의지부장밀랴가의우습다못해처연한에피소드는스탈린공포정치의상징이었던비밀경찰에대한본격적인풍자다.토마토와감자가한그루에서열리는완벽한품종의개발에몰두한아마추어식물육종학자글라디셰프는새로운품종에‘사회주의로가는길’이라는거창한이름을붙이지만실제로그가만들어낸것은토마토뿌리에감자줄기를가진아무짝에도쓸모없는돌연변이다.집단농장에서는보고서의실적을뜯어고치고,독소전쟁이발발하자지역당지도부는‘자발적집회를조직’해야한다는임무를수행하기위해이미모인사람들을해산시켰다다시모은다.그런가하면‘불을붙인후던지라’는명령이없었기에불없이날아간소련군대의화염병은맞는사람을어리둥절하게만든다.
이작품의우스꽝스러운상황과인물들은읽는이에게실소를자아내나그것이당시소련의현실이었다는것을깨닫는순간독자들은이비현실적인현실에당황하게된다.보이노비치는소련군대와독소전쟁에서직접경험했거나전해들은일화들에살을붙이고엮어사실적으로소련사회를담아냈다.주인공촌킨은작가가군복무를할때만났던동명의실존인물을모델로러시아우화에등장하는바보이반의이미지를결합해탄생한인물이고,작품에서몇차례등장하는유대인에피소드들은소련사회에만연했던유대인에대한고정관념을겨냥한것이며,개인적원한으로촌킨을비밀경찰에밀고하는이웃의이야기에서는‘스투카치(밀고자)’문화를꼬집었다.
삶이담긴소설,인생을건풍자,
블라디미르보이노비치의생애

“보이노비치의그림은그의산문과닮았다.그는자신이그리는대상을미화하지않는다.그는모든것에서철저하게정직하다.그에게타협이란없다.그게그의천성이기때문.[…]그는한밤숲속에밝혀진등불처럼어둠을몰아내고우리에게나아갈길을보여주는도덕적본보기다.”
-빅토리야토카레바(러시아작가)

블라디미르보이노비치는한국독자들에게낯선작가이다.냉전시절소련반체제인사들의동향을알리는신문기사에서간간이그의이름이발견되고,그가망명중에서방에서출간한소련사회비평서『혁명70년의소련사회』가번역·출간되기도했다.
1956년흐루쇼프의스탈린개인숭배비판으로시작된소련사회해빙의바람은1964년흐루쇼프가실각하고브레즈네프가서기장이되며다시얼어붙기시작했다.스탈린공포정치하소련의부조리를코믹하게풍자한『촌킨』은1970년집필을마쳤으나소련체제에대한공공연한도전을담고있었기에정식으로출판되지못하고지하출판으로읽히다가,1975년에야프랑스파리에서출간되었다.2권『왕위요구자,또는병사이반촌킨의이어지는모험』(1979)역시파리에서출간됐으며,소련에정식소개된것은1988년,페레스트로이카가시작되고서였다.2007년에는3권『실향민』이출간됐다.
소련의인권탄압을기록한『수용소군도』의작가솔제니친에대한탄압이본격화되자보이노비치는동료들과함께솔제니친옹호성명을발표하고,그자신마저작가동맹에서제명된다.작가동맹제명은국내출판이불가능해져작가로서생계수단이끊겼음을의미했다.그는강제추방되었다가페레스트로이카말기에10년간의망명생활을마치고고국으로돌아왔다.그의대표작『촌킨』에대한러시아일반독자들의반응은호의적이었지만,소련군장성들사이에서는붉은군대의명예를실추시키고조롱했다며분노의소리가높았다.
보이노비치는『촌킨』3부작과『모스크바2042』등여러작품에서유머와경쾌함을무기로부조리한체제와위선에가득찬소련을기록했다.2018년여름심장마비로생을마감한그는고령의나이에도불구하고마지막순간까지푸틴대통령의장기집권으로경직되어가는러시아사회에대한우려를피력해왔다.또한우크라이나와의관계가악화일로를치닫던2014년에는전쟁,러시아의자기고립정책,전체주의의부활에반대하는지식인들의성명서에이름을올렸다.사랑하는조국러시아에위선과부조리가난무하는한끝없이이어질것같았던그의독설도『촌킨』의여정처럼아쉽게도막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