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곽효환 시집)

너는 (곽효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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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곽효환 시집 [너는].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막에서 백두산 호랑이를 찾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에서》, 《나는 너무 오래 서 있었다》, 《꽃을 만드는 손 낯선 모국으로의 여행》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

곽효환

1967년전북전주에서나서서울에서자랐다.건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였고고려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96년『세계일보』에?벽화속의고양이3?을,2002년『시평』에?수락산?외5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인디오여인』『지도에없는집』『슬픔의뼈대』,연구서『한국근대시의북방의식』,시해설서『너는내게너무깊이들어왔다』등을비롯하여여러권의편저,공저와다수의논문이있다.애지문학상(2013),편운문학상(2015),유심작품상(2016)등을수상했다.현재대산문화재단에재직하고있다.

목차


돌의뼈
꽃잎속에이우는시절들
곡선의힘
마당을건너다
마당약전略傳
그많던귀신은다어디로갔을까
미루나무가된소녀
여름숲에서그을린삶을보다

숲의정거장
환인桓仁가는길
홀승골성에오르다1
홀승골성에오르다2
발해고궁지에서
그들이온다
압록강은흐른다
나무들의동거
백두산야생화

II
나는고려사람이다
우슈토베역에서
바스토베언덕에서듣다
사막에서백두산호랑이를찾다
타슈켄트에서조명희를만나다
카레이스키드리밍
직선위에사라진것들
가만있으라제발
재두루미와울다
나또한괜찮아질것이다
그노래가불편하다
피아노맨
카페DMZ
잠들어선안될잠에든아이들
우리의선장이된사람
2014여름,광화문광장에서
남은사랑을끝내야할때
그늘의끝과시작

III
암전
너는
가난한사람들의마을에서
선암사에서
그사람
봄,철원평야
종려나무그늘
오월의그늘
나는너무오래서있었다
겨울강
해바라기
폐사지에서
사랑이후
강의기원
황하黃河
성숙해星宿海
잠들지못하는사람

IV
해질무렵
맨발의탁발
횡보가돌아왔다
벽화마을
미래의책
모래광장
사막의등대
마다가스카르로가는성자
개심사가는길
소문난추어탕집우거지해장국
감자탕을먹는시간
비움과틈새의시간
꽃을만드는손낯선모국으로의여행
자두
삼합
새만다라
달의남쪽

해설사랑이후의열기와닫기ㆍ성민엽

출판사 서평

시원과궁극의지점을향한쉼없는질문끝에도달한열망의발화
끝내닿을수없는또다른‘나’인‘너’에게


누구보다먼저아프고오래앓으며마지막까지질문하는시인,주저하고망설이면서도치열하게시의길을묻는곽효환의네번째시집『너는』이출간되었다.4년마다한권씩새시집을출간하는동안곽효환은,까마득하게먼곳,아득한시절에서부터오늘여기에이르기까지보통사람들의이야기가두텁게쌓인삶의장소를거치며“무수히많은나와또다른나”(「시베리아횡단열차1」,『슬픔의뼈대』)를만나왔다.총4부71편의시들로구성된『너는』에서도시인은사회역사적인상상력에뿌리를둔깊은사유가담긴섬세한언어들로서사적서정성을길어올린다.자신과세계,자신과시대와의불화를직접맞닥뜨린다음오래감내한뒤소통을도출해내며시원과궁극의지점을찾는방식으로축적되고심화되어온곽효환의시적언어는지난시집들에서의기나긴물음을거쳐마침내스스로변화한다.“간결하고명징”하게,좀더“새롭고선명”하게(‘시인의글’).

길이끊어진곳에서더들어가기,‘북방’에대한공감의정서,시원이나시작혹은궁극에대한열망이라는곽효환시의특징들은이시집곳곳에서되풀이되고또새롭게발화된다.되풀이가단순한반복이아니라축적일때,축적은축적으로끝나지않고심화를동반하기도하며어느임계점을넘는순간에는질적변화를가져온다.이변화가빚어낸새로운양상이‘사랑이후’를주제로한연시(戀詩)이다.‘예술의본령이사랑이라는행위그자체’(문학평론가정과리)라면곽효환의새시집은오히려그것의불가능함을,‘사랑이후’의묘사를통해암시한다._성민엽(문학평론가)


닿을수없는‘너’를만나려씌어진시
곽효환에게‘너’란무엇일까.‘시인의말’을빌리면너는“타자이면서우리”이고“시원이면서궁극”이며“끝내닿을수없는내안의타자”이다.풀어말하자면‘너’는기억속에서만살아숨쉬는나에게소중했던존재이며(“피는일도지는일도한순간/[……]/후드득멀어져간그사람흉터로남네”,「그사람」),“내가받았고다시내아이에게건네”주려하지만이제는숨어버린소박한전통이기도하고(「그많던귀신은다어디로갔을까」),옛적거친땅북방을떠돌던“지도에는사라진/고단한빈손들”(「여름숲에서그을린삶을보다」)이기도하다.곽효환이시로되살려내는장면에는항상누군가의삶과저마다의사연이그려져있다.돌이킬수도,돌아갈수도,닿을수도없지만시인은시로써내가아닌것들,그모든‘너’가되어보려한다.“나오늘그때의당신그마음되어/지우지못한아니지워지지않은것들을/아프게어루만지고오랫동안되새깁니다”(「해바라기」).그러므로‘너’는어쩌면시작(詩作)생활내내시인이영영가닿을수없는걸알면서도멈추지않고찾아헤맸던존재들인것이다.

미세먼지가득한연무에싸인겨울도심공원
걸음마다마른잎새가바스락거리며내려앉았다
멀리왔다고되돌아가기엔
너무멀리왔다고
조금은쓸쓸한것도괜찮다고했다
나는

너는,나는
많이싸웠어야했다
불확실한위험과시련에서
등돌리지말고도망치지말고
그차오르는말들을
그세세한기억들을
그기적같은감정을지키기위해
한때가까웠던우리는
더많이더열렬하게싸웠어야했다

아무데도없으나어디에나있는
너라는깊고큰구멍
―「너는」부분


삶이후의삶,사랑너머의사랑시
시인이오래도록몸담은직장은광화문에있다.고층건물창밖으로내다보이는광화문은어느날엔“트인광장”이었다가어떤날은“분리대”였다가가끔“고장난확성기”가되는곳이다.모두가‘나’의목소리만을높이는혐오의시대에,그곳에서시인은필연적으로“길을잃고서성”이면서‘너’라는근원을찾아헤매는시를쓴다(「2014여름,광화문광장에서」).
이번시집에는연시라고여길법한시들이자주등장한다.어떻게읽을지는물론독자의몫이지만‘너’가단순히옛연인이아니라는데다시한번주목할필요가있다.‘너’의범주가머나먼시공간그자체,무명의누군가,나아가카레이스키(「바스토베언덕에서듣다」「카레이스키드리밍」),터전을잃고떠도는난민(「피아노맨」),우리곁의이웃(「잠들어선안될잠에든사람」등),돌고돌아내안의타자에게까지확장될때,‘사랑’도이별뒤의그리움에서부터소중히여기는마음,누군가가되어보는행위에이르는더커다란의미로받아들여질수있을것이다.그리하여곽효환의사랑시는단순한연시가아니라더깊은무엇으로읽히게된다.
나에게서시작한시는그렇게그모든‘너’를거쳐‘우리’의이야기가된다.‘나’는나를비워낸자리에너의마음을담아‘너’가되어보려하지만결국온전히‘너’를이해해낼순없다.지난시집에서대신아파하고고통스러워하는것이유효한지물었던시인은‘나’는결코‘너’가될수없음을인정하면서도‘너’에가닿고자하는부단한시도를끝내멈추지않는다.“인디오여인”“지도에없는집”“슬픔의뼈대”처럼시집속주된심상을전면에내세운그간시집의제목들과는달리,이번시집의제목인“너는”은정의하기보다열어둔다.그모든‘너’들이시안에보존되는것에서한발더나아가시로써새로운생명력을얻기를바라는마음이아닐까.이‘열림’은장차곽효환의시적행보를짐작하는실마리가되어줄것이다.

그길을걸어본사람은안다
한때는단단했으나조금씩녹아
어느새부유하는유빙의위태로운미련을
뙤약볕아래홀로남아끝내시들고만
풀한포기,그불모의고요를
잠못드는밤
격랑이일고폭풍이지난뒤의폐허를
그후에밀려오는것들을

낮과밤의길이를몸으로느낄때마침내
꽃을피우는식물들의광주성光週性처럼
빛과그늘의길이를
그분계를
아슬아슬하게혹은아프게
넘나들어본사람만이안다
사랑은빛의길이에따라
오고또가는것임을
―「사랑이후」전문

시집속으로
그림자는조금씩길어지고
그리움은조금씩짙어지는
더이상낮은아니고아직밤도아닌
사이의시간
골목가득재잘거리던아이들소리잦아들고
새들도일제히솟구쳐하늘높이날았다가
다시금제자리를찾아내려앉는
누군가는떠나고누군가는돌아오는시간
너는멀리말이없고나는
그시간과거리를헤아린다
인적끊긴비포장도로에붉은빛비껴들고
털털거리며떠난것들이남긴뽀얀먼지속에
키큰느티나무한그루우두커니서있다
―「해질무렵」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