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기적 (김주영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아무도 모르는 기적 (김주영 소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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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맹수보다 비정한 어른들에게 버림받은 소년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의 진실!
민초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대하소설 《객주》, 한 폭의 수묵화와도 같은 소설 미학으로 주목을 받은 《홍어》 등 굵직함과 섬세함의 결을 오가는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며 한국문학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김주영의 신작 『아무도 모르는 기적』. 설화(민담)의 전통에 근간을 둔 소설로, 195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골짜기 마을에 살고 있는 여덟 살의 시골 소년 준호는 아버지 박창호를 따라 장마당으로 길을 나서며 난생처음 집을 벗어나게 되고, 천태만상이 벌어지는 장터 풍경과 마주하며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이후 소년은 선의에서 비롯된 어떤 행동으로 인해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길을 잃게 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린 소년에게 닥친 험난한 여정의 시발점이 되는 ‘호랑이’의 존재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소년이 만나게 되는 주변의 어른들이다.

소년의 선의를 왜곡하고, 자신보다 약자인 소년을 위험에 빠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의 면모는 어리고 순박한 소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저자는 허울 좋은 말로 자신의 잇속을 차리는 데만 밝은,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어른들의 행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와 병폐 들을 예리하게 풍자하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권유하고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게 만듦으로써 세대를 초월하여 교훈을 준다.
저자

김주영

1939년경북청송에서태어나서라벌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70년단편소설「여름사냥」이『월간문학』에가작으로뽑히고,1971년단편소설「휴면기」로『월간문학』신인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객주』『활빈도』『천둥소리』『고기잡이는갈대를꺾지않는다』『화척』『홍어』『아라리난장』『멸치』『빈집』『잘가요엄마』『뜻밖의생』등다수의작품이있으며,유주현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이산문학상,대산문학상,무영문학상,김동리문학상,은관문화훈장,김만중문학상,인촌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아무도모르는기적
해설

출판사 서평

권선징악의교훈을담은옛이야기의전통을이어나가며
오늘의우리를돌아보게하는‘모두를위한동화’
이시대탁월한이야기꾼‘김주영’의신작!

비정한어른들에의해목숨을잃을위기에내몰린한소년,
그리고그에게닥친불행이‘기적’이되어돌아온놀랍고도선득한이야기

민초들의삶을사실적으로담아낸대하소설『객주』,한폭의수묵화와도같은소설미학으로주목을받은『홍어』등굵직함과섬세함의결을오가는다채로운작품세계를펼쳐보이며한국문학계의거장으로자리매김한소설가김주영의신작『아무도모르는기적』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여든에이르는나이에도꾸준히새로운작품을발표하며집필에몰두하고있는그는,이번책에서짧지만강력한‘이야기의힘’을보여주며대가의면모를유감없이드러낸다.
이책은설화(민담)의전통에근간을둔소설로,1950년대를시대적배경으로하고있다.주인공은산골짜기마을에살고있는여덟살의시골소년(‘준호’)이다.아버지(‘박창호’)를따라장마당으로길을나서며난생처음집을벗어나게된소년은천태만상이벌어지는장터풍경과마주하며“눈뜨고있어도코베어가는세상”과첫대면을하게된다.

어디를가나서푼짜리악담이쏟아져나와두렵거나,엄살을떨거나,곡절없이패악을부리거나,입에게거품을물고대들거나,그런가하면넉살좋게웃거나,멱살잡이한채담판을짓거나,혹은신선하거나,이해하기어렵거나,덜컥겁이나거나,삿대질을하거나,더럽거나,보기민망하거나,보기에흉하거나,도무지종잡을수없이난잡한신세계가바로코앞에서뒤엉켜서걸음을옮겨놓으려해도쉽게오금이떨어지지않았다._18~19쪽

이후소년은선의에서비롯된어떤행동으로인해아버지의손을놓치고길을잃게되면서우여곡절을겪는다.어린소년에게닥친험난한여정의시발점이되는‘호랑이’의존재보다더욱위협적인것은,소년이만나게되는주변의어른들이다.이들은소년의선의를왜곡하고,자신보다약자인소년을위험에빠뜨리는데주저함이없는모습을보인다.이러한면모는어리고순박한소년의모습과대조를이룬다.저자는허울좋은말로자신의잇속을차리는데만밝은,속물적이고위선적인어른들의행동을통해우리사회의고질적인문제와병폐들을예리하게풍자한다.또한위기상황에서이들은서로협력하고연대하는미덕을보이는대신약자를내세워그것을타계하려는어두운속내를적나라하게드러낸다.이를통해저자는표면적으로는“우리인간들이얼마나추악하게살고있는지”여지없이보여주는동시에,인과응보에해당하는비극적인결말과준호에게일어난일련의‘기적’을통해“사람은올바르게살아야한다는메시지를전달”하며독자들에게생각할거리를던져준다.이짧은이야기속에함축된노장의날카로우면서묵직한통찰은,자라나는청소년들에게는“올바르게살아가기를권유”하고어른들에게는자신들이살아온삶의궤적을들여다보게만듦으로써세대를초월하여교훈을준다.

김주영의『아무도모르는기적』에깔려있는내적진실,그이야기의전통을이어받은이작품이기저에깔고있는열망은무엇일까?그것을필자는올바름혹은진실됨에대한무의식적바람이라고말하고싶다._「해설」에서

저승사자일까,산신령일까?
맹수보다비정한어른들에게버림받은소년을구한것은……

준호는파리떼가날고있는돼지고기좌판주위로걸음을옮겨놓으려다기겁을하고발을헛디디며물러나고말았다.털북숭이얼굴에대낮부터취기가도도한육고간주인이날시퍼런식칼을허공으로높이쳐들어도마위를내려치고있었고,그때를같이하여검은털이붙어있는돼지뒷다리가단숨에두동강이나면서허공으로튀어오르고있었기때문이다.육고간뒤로이어진골목안에서는못먹어서갈비뼈가드러날만치깡마른데다눈이시뻘겋게충혈된개한마리가올가미를쓴채어디론가질질끌려가고있는광경이바라보였다.얼굴을가로지는칼자국이선명한늙은이가윗도리를걷어붙인채,끌려가지않으려고버티는개에게막무가내로몽둥이질을하고있었다._19~20쪽

읍내에서멀리떨어진깊고험한산골짜기마을에살고있는탓에학교는커녕집밖으로나가보지못한여덟살준호.아버지는고민끝에내년에는준호를학교에보낼결심을하고읍내장마당으로고추를내다팔러가는김에준호를데려간다.난생처음집을벗어난준호는요란법석한시골장터풍경에절로눈이휘둥그레진다.하지만준호의눈길이머무는곳은신발가게다.아버지는준호에게새고무신을사주었지만,준호는어머니의해질대로해진낡은고무신이마음에걸린다.결국준호는자신의새신발과어머니에게맞는신발을바꿔치기할결심을하고기회를엿본다.마침신발장수가깜빡존틈을타계획을실행에옮기려하지만,당황한나머지자신의새신발을대신놓고오려던것을까먹고만다.두켤레의고무신을손에든준호는설상가상으로아버지마저놓쳐버렸다는것을깨닫고가슴이내려앉는다.그사이해가지고난전들마저장사를거둬텅빈어둠속을헤매던준호는다행히이웃아저씨를만나,장사꾼들을비롯한그곳사람들의유일한교통편인화물트럭적재함을얻어타고집으로향하게된다.그런데갑자기호랑이가나타나도로한가운데를막아서고,트럭에함께타고있던사람들은겁에질려목숨을부지할방도를강구한다.궁리끝에누군가한사람을재물로바치기로하고상황을모면하려하지만,그것이누가될지를놓고한바탕말싸움이벌어진다.결국각자가입은옷을호랑이에게던져호식(虎食)당할팔자를가진사람을가려내는것으로의견이모아지는데……준호는과연무사히집으로돌아갈수있을까?

어린소년을제물로내세우는데주저함없는어른들의모습을통해
우리자신과한국사회단면을되돌아보게하는수작!

이작품은호랑이의등장을기점으로전반부와후반부로나뉜다.소설전반부에서는온갖사람들이모여가지각색의물건들을늘어놓고북새통을이루는장마당의풍경이흥미진진하고도생동감넘치게묘사되어있다.빠른장단에맞춰소리꾼이관객들의눈과귀를사로잡듯작가는,다양한군상들을실감나게열거해나가며“어느시골장터에있는듯착각할정도로예스러운풍경을연출”한다.저자는그시절의광경을독자들의눈앞에거침없이펼쳐보임으로써1950년대전후라는시대적배경보다더이전의과거를떠올리게하는,옛시골장터의천태만상속으로서서히끌어당긴다.

일행모두의눈에한길한가운데버티고앉아길을터주지않는호랑이가보였다.그것도집채만하다고해도무리가없을정도의대호(大虎)였다.(중략)“아니,이게꿈이야생시야.일본놈들이씨를말렸다고장담했던조선호랑이가나타나다니.세상이거꾸로가고있다는거아냐.”/“형씨,목소리낮추시오.호랑이놀라겠소.”_49~52쪽

중반부터는‘호랑이’가등장하며작품의분위기가전환된다.호랑이는“작품의흐름을좌우”하고“준호에게일어날기적을연출”하는주체로서중요한역할을하지만,잔인하고폭력적인모습을보이기는커녕트럭앞에버티고앉아자신앞에떨어진옷들을슬슬밀쳐내는것이전부다.사실작품에서보다중점적으로다루고있는것은인물들의말과행동이다.호랑이가나타난이후인물들의모든행태는“호랑이라는존재를염두에두면서”이루어진다.즉,사람들이“호랑이를의식”하고“제멋대로판단”하여벌이는행위들을통해세태를풍자하고있는것이다.
호랑이와대치하게된트럭의적재함에타고있던사람들은준호를제외하고는모두남을속여자신의이득을취하는일에거리낌이없는이들이다.지적이고도덕적인체하는넥타이차림의정치인,썩은생선을파는생선장수,돌팔이발치사,사람들을홀려가짜약을파는약장수,폭리를취하는신발장수등그럼에도호랑이에게바쳐질제물로지목되지않기위해필사적으로입씨름을한다.그와중에가장타락한인간으로손가락질당하게된타짜꾼이모두가부도덕하다는사실을폭로하는장면은곱씹어볼만하다.

“모두가순진한백성들사기쳐서먹고살기는매한가지야.(중략)억울한백성들주머니발라서배를불리기는다마찬가지라고.물론나역시호랑이아가리에대가리디밀기전에돌로쳐죽여도마땅한놈이야.그러니당신네들제발잘난척좀하지마.당신네들이잘났으면얼마나잘났어?그모두가오십보백보야.거기서거기란말이야.”_68~69쪽

타락한어른들은자기신발과어머니신발을바꾸려했던준호의진심은무시하고어린소년을도둑으로몰아세우며호랑이앞에내동댕이치는잔인함을보인다.어린소년을보호하거나돕는대신이를기반으로생존을도모하는데거리낌이없는모습은,기득권을가진이들이약자에대한혐오를조장하며위기를타계하려는작금의세태를반영하는듯한느낌을주기도한다.

민담적이야기가보여주는공통의열망은올바른세상에살고싶다는열망이다.(중략)호랑이이야기와암행어사박문수이야기등의밑바닥에있는,권선징악과사필귀정을바라는민중적열망이이책에도맥맥이흐르고있다.호랑이와같은초월적존재,박문수처럼특별한능력을가진청백리가자신들을괴롭히는인간들을처단하여이세상을바로잡아주기를바라는사람들의내적열망이김주영이라는탁월한이야기꾼의입담을빌려새로운이야기로재탄생한것이다._「해설」에서

이작품의결말부에가서는놀라운반전을선사하며,준호에게일어난‘기적’같은일의진실이밝혀진다.권선징악의구도를명확히보여주면서도그것이통쾌함을주기보다는서늘하게다가오는까닭은자신과우리사회를돌아보게하는측면에있다.인간본성의깊고어두운면을끌어내는동시에,우리사회에만연해있는부조리함을짧은이야기속에녹여낸거장의면면이돋보이는이작품은,오늘날더이상찾아보기힘들게된‘권선징악’의가치를돌이켜보게함으로써그것을‘기적’이라는말로염원해낸것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