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조선사람이니즐겨조선의시를지으리!”
허균,이용휴,성대중,이언진,이덕무,박제가,이옥,정약용
조선의명문장가8인이전하는시학,그묵직한울림!
방대한옛문헌들을연구해현대적감각을담은해석으로생기를불어넣고,높았던고전문학세계의문턱을낮춰대중들에게알리는데지대한역할을해온정민한양대국문과교수의신간『나는나다』가출간되었다.이책은지금까지도활발한연구와소개가이루어지고있는조선후기내로라하는시인여덟명의시론을압축해소개한다.허균,이용휴,성대중,이언진,이덕무,박제가,이옥,정약용.빼어난글솜씨로잘알려진이들조선후기문장가들은어떤마음가짐으로,어떤글을쓰고어떤삶을살았을까?정민교수는시,산문,편지,평설등수십편의문헌을고증하여그들의치열한고민의흔적을하나의시론으로보여준다.‘어떻게써야하는가’‘무엇이좋은시인가’라는화두는지금이나그때나똑같이중요한질문이다.이책에서다룬이들의시론은각기조금씩다르지만큰줄기는같다.지금여기의시,조선사람의정신과얼이담긴시,거짓없고솔직한시,삶의진실을외면하지않는시를추구한것이다.
시를잘쓰고싶거든‘나’를먼저찾아라
책제목『나는나다』가시사하듯이,이책을관통하는핵심키워드는‘나’다.시를쓰는데있어,조선전기에는형식지상주의에빠져있었고조선중기에는학당풍이성행했으며,18세기이후비로소조선풍,이른바시를쓰는주체에주목하는움직임이생겨났다.이제‘나는누군가,여기는어디인가’라는질문을바탕으로,옛것을답습하는대신‘나’의목소리를드러내려는시도가일어났으며조선에서한시를짓는일의의미와방향에대한치열한모색이이루어졌다.
허균은“시를쓰는목적은이백과두보가되기위해서가아니라,바로진정한‘나’를찾기위해서”라고말한다.옛사람의글에서배워야할것은기승전결의문장구성이나표현방식이아니라그정신이다.휼륭한시인이되고싶다면,옛글을따라하거나흉내내는데그쳐선안되며,일상에서끌어낸깨달음을바탕으로자신만의목소리를담아야한다는것이다.이덕무는아무리시가좋다하더라도자신의목소리,‘나’의진짜슬픔과기쁨이담기지않았다면가짜시에불과하다고말한다.“규격화된좋은시만따라하느라저만의진짜시를잃고말았다.시는좋은데내가없다.내가없으니좋아도허깨비시에불과하다.”참으로좋은시를쓰고자한다면남을따라할것이아니라진정성을담아내야한다.
이용휴역시좋은시란남들눈을놀라게할신기한무엇이아니라,“내안에서거짓나를몰아내고참나를깃들이는시,”“내가나와만나대화하고,나를찾아내가되는시”라고강조한다.이옥은문답형식으로구성된「이언인」을통해시대별로시의형식과내용이달라져야한다고주장하면서,시가따라야할유일한전범은“오로지진실의언어를말한다는”것이라고이야기한다.“이곳은중국이아니고일본도아닌조선의한양성이아닌가?왜지금의나더러그때를본뜨고,여기의나한테저기를흉내내라고강요하는가?나는나고,여기는여기고,지금은지금이니,나는지금여기를사는나의목소리를내야겠네.”
당대에혜성과같이등장한천재시인이언진은파격적인시상과대담한시어,기존의시문법을일거에무너뜨리는실험으로세상을놀라게했다.그의대표작「호동거실」에서그의문학인식을엿볼수있는데,여기서그는앞선문단의대가들에편승하지않고자신만의길을가겠다고선언한다.
좋은시를쓰려면,시에내목소리를실으려면
좋은시를쓰고자한다면이러한깨달음에덧붙여학력과식견,공부의과정이반드시필요하다.옛것을널리통하여익히는데서학력은갖추어진다.그리고선배들의시를많이읽고음미해야하며좋은스승을만나배움으로써식견이생겨난다.이에더해끊임없는습작과퇴고를하는공부과정이병행되어야만지극한단계에도달할수있다.
성대중은수사의기교가아닌내면의충실을중시했다.사람을놀라게하는자극적인언어를싫어했으며,온유돈후한공부의바탕위에서은은한울림을주는묵직함을선호했다.그런무게와울림을지니려면시인의인격이뒷받침되지않으면안된다.이러한생각은정약용의시론과도상통한다.정약용은시의길,문학의길과삶의길을구분하지않았다.“사람이되어야시도된다.뜻이서야시가산다.좋은시를쓰고싶으면좋은생각을먼저품어라.”정약용은표현의기교는가장말단의일이며,시를잘쓰고싶다면우선정신이건강하고뜻이바로서야한다고주장했다.박제가또한시인이란자기만의맛과빛깔을갖춰야한다고말하면서시가힘이있으려면식견을기르고공부를해야한다고역설했다.
이처럼이책에서소개한8인의시론은깊은울림을남긴다.그때그들의고민은몇백년후의우리와도그다지멀리떨어져있지않은듯보인다.남들이좋다고하는것,보여주기위한것,정형화된것,화려한기교에치중한것을추구하지말고자기본연의목소리를낼것,내면에충실할것을강조하는것이다.이러한시론은비단시짓는일에만국한되지않을것이다.정약용이말했듯이러한시를둘러싼고민은‘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삶의태도와도맞닿아있다.“시인은진실을담아시대를비출뿐,당위로가공의현실을만들어내지않는다.시인의목소리는시대의거울이다.”
이책을읽는독자들은정민교수의손길을거쳐재탄생한조선후기문장가들의고뇌와삶의흔적을생생한톤으로읽을수있을것이며,‘나는나다’라는너무도당연한듯하지만잊히기십상인진리를다시한번깊이생각해볼계기를얻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