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19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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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늘의 내게 당도하는 말들, 과거에 있었던 기억의 한 풍경들
단 한 권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단 한 권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인 박준이 2012년 첫 시집 이후 6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시집에서 상대에게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자리를 돌보던 ‘나’는 이번 시집에서 당신을 돌보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시집의 화자인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다. 화자 ‘나’가 기다리는 것은 미래의 무언가가 아닌, 과거에 서로를 다정하게 호출했던 안부의 말, 금세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일상의 말들 등 과거에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다. 그렇게 ‘나’는 그 말들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을 기다리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먹으면 좋을 소박한 음식을 준비하며 현재의 시간을 충실히 보낸다.
저자

박준

1983년서울에서태어나2008년『실천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우리가함께장마를볼수도있겠습니다』,산문집『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시그림책『우리는안녕』을펴냈다.신동엽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편운문학상,박재삼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내가아직세상을좋아하는데에는
선잠/삼월의나무/84p/쑥국/그해봄에/사월의잠/문상/목욕탕가는길/아,/생활과예보/연풍/우리의허언들만이/낮과밤

2부눈빛도제법멀리두고
여름의일/초복/손과밤의끝에서는/우리들의천국/단비/마음이기우는곳/목소리/바위/뱀사골/오름/장마/메밀국수/처서/연년생

3부한이틀후에오는반가운것들
능곡빌라/가을의말/마음,고개/호수민박/맑은당신의눈앞에,맑은당신의눈빛같은것들이/나란히/이름으로가득한/안과밖/미로의집/종암동/천변아이/멸치/가을의제사

4부그말들은서로의머리를털어줄것입니다
숲/겨울의말/좋은세상/남행열차/잠의살은차갑다/큰눈,파주/살/겨울비/오늘/입춘일기/세상끝등대3

출판사 서평

당신보다한걸음먼저사는
‘돌보는’사람

그때까지제가이곳에있을지는모르겠습니다만요즘은먼시간을헤아리고생각해보는것이좋습니다그럴때저는입을조금벌리고턱을길게밀고사람을기다리는표정을짓고있습니다더오래여도좋다는듯눈빛도제법멀리두고말입니다
―「메밀국수-철원에서보내는편지」부분

그렇다면이시집에서화자가기다리는것은정확히무엇일까.앞서우리는과거에나와당신이나누었던말들이현재의나에게도착하는지점에대해논했다.아마도화자가기다리는것은그말들을함께나누었던사람,다른말로는‘당신’,그리고시인의표현으로‘미인’일것이다.“먼시간을헤아리”며,“사람을기다리는표정”을짓는‘나’는과거에헤어졌던사람이다.그리고“당신이창을”여는작은기척에도“하고있던일을”바로접을만큼보살피고싶은사람일것이다(「84p」).격렬하지는않지만생활속의매순간‘나’의촉각을세우게하는마음을두고신형철은“돌봄”이라는단어를사용한다.그에따르면박준의돌봄이란“상대방의미래를내가먼저한번살고그것을당신과함께한번더사는일”이며,그렇기에이시집의화자는“조금먼저사는사람”이라고볼수있다.

첫시집에서박준의화자는“오늘너를화구에밀어넣고”내려오며,예전에너에게받았던조촐한생일상을떠올린다.지난시집에서상대에게보살핌을받았던기억으로폐허가된자신의자리를돌보던“나”는이번시집에서당신을돌보는데까지나아간다.“내”가당신을돌보는방법으로시인이택한것은음식이다.지난날나의마음을어루만졌던생일상처럼,화려하지는않지만당신이먹으면좋을소박한음식을준비하는것이다.“겨울무를꺼내”“어슷하게썰어”담거나(「삼월의나무」),“쑥과된장을풀어”국을끓일생각을한다(「쑥국」).밥을먹지못하는상대를위해무쳐놓은도라지를싸주거나(「사월의잠」),흰배추로만들만두소를떠올린다(「메밀국수」).당신이먹으면좋을것들을준비하려는마음가짐,“이런마음먹기를흔히‘작정作定’이라고하지만”여기선“작정作情”이라말해보기로한다.“돌봄을위한작정,그것이박준의사랑이다”(신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