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2 판)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2 판)

$10.00
Description
작지만 확실한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작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오래도록 독자들 곁을 지키며 사랑받아온 책, 현재에도 유의미하며 앞으로도 계속 읽힐 책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우리 삶 속에, 삶 가까이에 자리한 고전의 가치를 현재적 의미로 새롭게 되새기는 목록들로 더욱 풍성하고, 더 작고 더 강하고 더 가까이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첫 장편소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집단적인 광기와 살인의 시대였던 태평양전쟁 말기, 감화원 소년들은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산골짜기 벽촌에 떠맡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의 기미가 보이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들을 버려두고 자기들끼리 몰래 피난을 떠난다.

어딜 가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사회의 감시와 폭력 속에 살던 소년들이었지만, 갓 10대가 되었거나 10대 중반에 들어선 10여 명의 어린 소년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어른들이 없는 마을에서 해방감보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 남겨진 것은 소년들만이 아니었다.

전염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의심되는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남겨진 여자아이와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조선인 부락의 소년 ‘리,’ 그리고 사람을 죽이기 싫어 탈주한 뒤 ‘리’의 집에 숨어 있던 병사까지 이들은 한데 어울려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간다. 세상과 사회, 이웃으로부터 철저히 내쳐지고 부정당한 이들의 순수한 우정과 의리에서 비롯된 듯 보이던 소소한 행복도 얼마가지 않아 깨지고 마는데…….
저자

오에겐자부로

1935년1월31일일본시코쿠에히메현에서태어났다.고등학교시절평생의스승이될와타나베가즈오의책을읽고도쿄대학에입학하여프랑스문학을공부했다.학생시절『도쿄대학신문』에실린「기묘한작업」이호평을받았으며,1958년「사육(飼育)」으로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다.
전후불안한일본의정치·사회에대한비판적내용을담은소설로주목받았으며,장애를가진큰아들과함께살아가는개인적체험을바탕으로많은작품속에서인간구원과인권문제를다루었다.우익의협박과테러에마주하면서도국가주의·천황제·핵무기보유·자위대의이라크파병을비판하고,일본평화헌법9조개정을반대했으며,솔제니친과김지하석방운동에적극참여함으로써실천하는지식인의모습을보여주었다.
아쿠타가와상을비롯해신초샤문학상,다니자키준이치로상,노마문예상등수많은상을받았으며1994년에는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그러나같은해일본정부가수여하는문화훈장과문화공로자상은거부했다.일흔이넘은나이에도작품을발표하고꾸준히사회참여운동을하고있으며,2006년부터는오에겐자부로상을설립하여일본의젊은작가들을해외에소개하고있다.

목차

제1장도착
제2장최초의작은작업
제3장엄습하는전염병과마을사람들의퇴거
제4장폐쇄
제5장버려진사람들의협력
제6장사랑
제7장사냥과눈속의축제
제8장느닷없는발병과공황
제9장마을사람들의복귀와병사의도살
제10장심판과추방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너같은놈은어릴때비틀어죽이는편이나아.
우린농사꾼이야,나쁜싹은애당초잡아뽑아버려.”

노벨문학상수상작가오에겐자부로,
거장의탄생을알린그의첫장편소설『새싹뽑기,어린짐승쏘기』

1994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세계문학의거장’이자‘일본의양심적지식인,’여든이넘은지금까지도꾸준히작품활동을계속하며사회운동에도활발히참여하고있는작가오에겐자부로.그가스물세살에발표한첫장편소설『새싹뽑기,어린짐승쏘기』가‘문지스펙트럼’시리즈로새롭게리뉴얼되어출간되었다.태평양전쟁말기전염병의징후가감도는마을에버려진감화원소년들의이야기를담은이책은,작가의초기작가운데걸작으로평가받는대표적작품이다.
대학재학중평단의주목을받으며등단한오에는「사육(飼育)」으로아쿠타가와상을수상한1958년무렵,신예작가로서자신의존재감을알리며본격적인창작의길로접어든다.그리고이책을비롯해두권의단편집『죽은자의사치(死者の奢り)』『보기전에뛰어라(見るまえに跳べ)』를잇달아발표한다.그의초기작품들은인간이근본적으로안고있는불안과실존의문제를밑바탕에깔고있으며,일본전후문학의계승자로서의입지를굳건히확인시켜준다는점에서그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데중요한의미를지닌다.그중에서도이책은,일본인들에게조차난해하다는평을듣는오에의문학에다가가는첫관문으로가장적합한동시에,지금까지도상당한애독자를확보하고있으며작가스스로도여전히좋아하는작품으로꼽은바있다.

“이소설은내게있어가장행복한작품이었다고생각한다.나는소년시절의기억을괴로운것부터감미로운것까지솔직한형태로이소설의이미지들안에서해방시킬수있었다.그것은쾌락적이기도했다.이제소설을쓰면서쾌락을동반한해방을느끼는일은없다.”_오에겐자부로

“나는힘껏생각했다.무엇이건,힘껏생각할필요가있었다.
버림받은것에대해서는생각하고싶지않았다.”

집단적인광기와살인의시대였던태평양전쟁말기,감화원소년들은가족에게까지외면당하고산골짜기벽촌에떠맡겨진다.그러나전염병의기미가보이자마을사람들은소년들을버려두고자기들끼리몰래피난을떠난다.전염병이퍼질까두려워소년들을가두고마을을봉쇄해버린채로.어딜가든천덕꾸러기취급을받으며사회의감시와폭력속에살던소년들이었지만,갓10대가되었거나10대중반에들어선열여명의어린소년들은자신들을억압하는어른들이없는마을에서해방감보다는불안과공포를느낀다.그런데남겨진것은소년들만이아니었다.전염병에걸려죽은것으로의심되는어머니의시신과함께남겨진여자아이와아버지를잃고홀로남은조선인부락의소년‘리,’그리고사람을죽이기싫어탈주한뒤‘리’의집에숨어있던병사까지이들은한데어울려그들만의세계를꾸려간다.세상과사회,이웃으로부터철저히내쳐지고부정당한이들은굶주림과절망,전염병의공포와두려움에시달리는극한상황속에서급속히가까워지지만,순수한우정과의리에서비롯된듯보이던소소한행복도얼마가지않아깨지고마는데……

살인의시대였다.지루한홍수처럼전쟁이집단적인광기를인간의정념구석구석에,몸의빈틈없는구석구석에,숲이며도로,하늘에범람시키고있었다.[……]거리에서미치광이어른들이광분하고있던그시대에,온몸의피부가매끌매끌하고밤색으로빛나는솜털밖에없는이들,대수롭잖은악행을저지른이들,그중에비행소년이될경향을지녔다고판정되었을뿐인이들을줄곧감금하는기묘한정열이있었다는사실은기록해둘만하리라._14쪽

마을어른들은오직자신과가족들의안위를위해감화원소년들에게전염병으로죽은동물들의사체를매장하게하고아무런설명도,먹을것도남겨주지않은채피신해버린다.이사실을모른채마을에버려진소년들의목숨은안중에도없이.
소설은10대소년인주인공‘나’의시점으로이비극적인상황을담담히그려낸다.버려진감화원소년들과조선인‘리,’‘나’의첫사랑이된마을소녀,탈주병등은모두사회적약자들이다.“미치광이어른들이광분하고”있던“살인의시대”에,인간취급을받지못하고철저히소외된이들은외려밥을나누고죽은이에대한애도를표하는등인간애를보이며함께어우러져공생의길을모색한다.‘나’는끝까지“자신은버림받지않았다”고,어른들이떠난마을을그들이“지배하고소유하고”있었다고주장한다.비정하고비참한상황속에서도사랑과우정,동심이느껴지는장면들은‘갇힌’존재들의음울한현실을망각하게할만큼생기넘치고발랄하기까지하다.
그러나그들이애써이뤄낸평화는전염병에대한두려움과마을사람들의복귀로파국을맞는다.동생이아끼던개에게물린뒤전염병증세를앓던첫사랑소녀의죽음,그개를죽인동료들과그들을말리지못한‘나’에게실망한뒤사라져버린동생,잠시위로가되었지만곧마을어른들손에피투성이가되어끌려간병사,마을촌장의협박과굶주림에못이겨결국등을돌려버린동료들의배반……어린주인공인‘나’가홀로감당하기에이모든상황이너무도버겁지만,‘나’는마을어른들의만행에대해입다물것을종용하는촌장의회유에끝까지,안간힘을다해고개를내젓는다.

“우리는당신의마을사람들에게버림을받았어.그리고전염병이유행할지도모르는마을에서우리끼리만지냈어.그러고는당신들이돌아와우리를가두었지.난그걸입다물고있진않겠어.우리가당한일,우리가보아온걸전부말할거야.[……]나는말할거야.입다물고있진않겠어.”_220쪽

이러한소년의행동은어른들의규범권력과세상의드높은‘벽’에맞선저항과비판의식으로연결된다.소설은비록실패할지라도자유를향해목숨거는‘나’의강렬한의지로매듭지어진다.어둔숲속을내달려‘외부’로탈출하려는‘나’의모습은작가가추구하고자한바를암시하는듯하다.스스로를‘전후민주주의자’로칭하며전쟁체험과그후유증을소재로인간의내면세계를응시하는사회비판적인작품들을많이발표했던오에.이책은그러한그의저항의식과인류애를품은세계관을잘드러내며독자들에게날카로우면서도묵직한여운을남길것이다.

나는흉포한마을사람들로부터달아나밤의숲을내달려서나에게가해지는위험을피하기위해,맨먼저무엇을해야좋을지알수없었다.나는나에게다시내달릴힘이남아있는지조차알수없었다.나는녹초가되어미친듯분노하며눈물을흘리고있는,그리고추위와굶주림에떨고있는어린아이에불과했다.불현듯바람이일고,그것은아주가까이까지다가온마을사람들의발소리를실어왔다.나는이를앙다물고몸을일으켜한층캄캄한나뭇가지사이,한층캄캄한풀숲을향해뛰어들었다._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