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빛 (위선환 시집)

시작하는 빛 (위선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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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년 만에 새롭게 찾아온 이번 시집에는 총 5부로 나뉘어 69편의 시가 실렸다. 이 시집에서 위선환 시인은 탁월한 시적 감각과 깊은 사유로 확보된 ‘서정적 전위성’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그것은 언어의 가능성을 향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적 시도를 해온 시인의 치열한 탐구의 결과이자 그의 시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저자

위선환

전남장흥에서태어나1960년에서정주,박두진이선(選)한용아문학상으로등단했다.1970년부터이후30년간시를끊었고,1999년부터다시시를쓰면서,『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2001,현대시)『눈덮인하늘에서넘어지다』(2003,현대시)『새떼를베끼다』(2007,문학과지성사)『두근거리다』(2010,문학과지성사)『탐진강』(2013,문예중앙)『수평을가리키다』(2014,문학과지성사)『시작하는빛』(2019,문학과지성사)과『순례의해』『대지의노래』『시편』등세권의신작시집을한책으로묶어서간행한《위선환시집》(2022,도서출판상상인)을펴냈고,그외에『나무들이강을건너갔다』와『눈덮인하늘에서넘어지다』를합본한시집《나무뒤에기대면어두워진다》(2019,달아실출판사)와시에세이집『비늘들』(2022,도서출판상상인)을펴냈다.현대시작품상,현대시학작품상,이상화시인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죽은뼈와인류와그해겨울을의제한서설/돌에이마를대다영원은,/첫/창/물비늘/가리키다/소설小雪/소실점/돌을집다/간극/새소리/자작나무그늘은희다/투광透光/자국/그뒤에/월식/지문/여자와물그릇이있는풍경/겹,들/두물머리/실루엣

제2부
물빛/묻다/문득/저녁에/설렘/벌레소리/손/투영投影/눈결정/첫눈/석탄기/줄임표/빗금/점/밑줄/물방울1/물방울2/물고기자리/구름의뼈/적막/하늘은멀고

제3부
빗방울을줍다1/빗방울을줍다2/과수원/순간에/초승/늪/해안선1/해안선2/동지/남자/음각陰刻

제4부
공중에/바위아래에머문아홉날의기록/웅덩이/소한/삼한일三寒日/전정殿庭에서/비문증飛蚊症/균열1/균열2/균열3/종장終章/겨울나그네/모서리/4월16일을주제로한목관소나타의젖음과맑기의변주

제5부
입석리立石里

해설|뼈와물의노래―권혁웅

출판사 서평

언어의가능성을찾아‘서정적전위성’을확보한
사유가있는큰시

시집을펴낼때마다한국서정시의진화를확인시켜주는시인위선환의일곱번째시집『시작하는빛』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5년만에새롭게찾아온이번시집에는총5부로나뉘어69편의시가실렸다.이시집에서위선환시인은탁월한시적감각과깊은사유로확보된‘서정적전위성’을다시한번유감없이보여주는데,그것은언어의가능성을향해끊임없이새로운시적시도를해온시인의치열한탐구의결과이자그의시가지속적으로추구하는지향점이기도하다.

시인위선환에대해이야기할때빠지지않는것이있다.1960년에등단한그가1970년부터30년간시를쓰지않았다는것.이번시집의해설을쓴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권혁웅은“위선환시인이다시시를쓰기까지30년이걸렸던것은어쩌면시적허용―정확히는시적자유―을한국어에서보편문법의일부로재도입하는데걸린시간이었을지도모른다”고설파한다.1960년대위선환의시는당대의어떤시적경향에도합류하지않고독자적인길을걸었다.그리고놀랍게도,당시그가보여준시적행보는30년이흘러2000년대시인들에게서고스란히되풀이되었다.“처음시를쓸때부터보편문법너머에서생성되는어떤것을,이를테면명사(주어)의존재론이아니라형용사(술어)의존재론을겨냥하고있었”던그의이런“시도는당시에는받아들여지기어려웠을”것이라고해설에서밝히고있거니와,그럼에도한국시는그가걸었던그길로꾸준히나아가고있었던것이다.그리고다시,“긴시간을보낸후시인이새로쓴시들을갖고나타났을때,이시들은우리언어의보편적가정을전복하는특별한언술을내장하고있었다”고권혁웅은덧붙인다.여기에,유년내지고향의심상지리학이라고할수있는『탐진강』을제외한그의시집제목이모두술어로끝나는점을지적하며,이번『시작하는빛』에이르러예외가된이유를“그동안의시적탐구가이번시집으로완성―정확히는일단락―되었음을의미한다”고보았다.

여자가짚는남자의끄트머리에남자가벗어서내어놓은발뒤꿈치의두뼈가,나란하다

목뼈는,꺾이지않았는가,어깨뼈는,흘러내리지아니했는가,갈비뼈와,갈비뼈의,사이와사이에서바람지나는소리가나는가,
등뼈의,기울기와체격의구배는합치한가,
뼈는,뼈끼리,사소한불일치가있는가,뼈와,뼈끼리,삐걱대기도하는가,
팔뼈와,다리뼈들은,가지런한가,
팔굽뼈와,손가락뼈와,무릎뼈와,발가락뼈의,관절들이헐겁지는아니한가,
엉덩이뼈가,조각나지는않았는가,
발바닥뼈는,판판한가,
뼈일,뿐인,뼈가,확실한가,뼈와,뼈의,사이에틈새기가들여다보이는가,서로맞는,뼈,끼리,맞추었는가,
저쪽의짜임새와,거기는단순한모양새와,뼈의,결합은,뼈로,짓는,구성으로서완벽한가,마침내조용한가,
뼈를,만지는손끝에인광이묻는가,한번,더,살펴보는,
차례인것,

찬물얹어서이마를씻은사람이가리킨다일식과만월사이에꼬리긴별이멈춰있다

뼈를,뼈로서,완성하는,끝,차례에는,희고,둥근,머리뼈를,받쳐,들어서,조심스럽게,
뼈가가장가파른높이가되는높이에다올려놓은……,

골격은

사,람,과,죽,음,과,주,검,이,일,체,로,서,일,치,한,주,체,의,형,식,인,것.
―「죽은뼈와인류와그해겨울을의제한서설」부분

이번시집의서시「죽은뼈와인류와그해겨울을의제한서설」의마지막부분이다.죽어서도완결되지않는죽음의과정을보여주는이시는육탈과기억의흩어짐을세밀하게기록하다가죽은자의삶,죽은상태로살아가는삶내지는살아있는죽음의모습으로나아간다.시인은이런상태를“뼈”라고부르는데,이것은죽음의알레고리나삶너머의폐허를가리키는은유가아닌뼈자체이다.그것은“골격은//사,람,과,죽,음,과,주,검,이,일,체,로,서,일,치,한,주,체,의,형,식,인,것.”으로씌어져있는바,사람과죽음과주검이겹쳐져하나가된형식을말한다.위선환은“사물은낱이고자체自體”라고믿는다.하여그는시에서“사물을비유하는말로,상징으로,다만부가치附加値로드러내는말을쓰지않는다.”그에게사물은그것을드러내는언어와하나일뿐이다.움직이고변화하는사물을움직이고변화하도록변혁하고,또는전복하는언어.이번시집은여기에서시작하고있다.

마침내
영원으로,전신을밀며걸어들어간일시와
돌문을밀고나온여자가오래전에죽은전신을밀며남자의전신속으로걸어들어간일시가
일치한,

동일시에,남자안에서눈뜬여자의

저,눈에,

빛이.
―「돌에이마를대다영원은,」부분

「죽은뼈와인류와그해겨울을의제한서설」의속편이라할수있는「돌에이마를대다영원은,」에서는오래전죽은남자안으로지금막죽음을맞이한여자가들어간다.이렇게동일시된남자와여자의눈은겹의시선을이룬다.죽은남녀가동일시된후뜬겹의시선은다름아닌시인의시선이다.그러므로그눈에들어오는‘빛’이바로이시집의‘시작하는빛’이라할수있을것이다.보편문법의규약으로는포착될수없는새로운세계가이빛아래에서모습을드러내기시작하기때문이다.사물과언어가하나를이루어움직이고변화할때전혀예상치못한세계가반짝이는것처럼,『시작하는빛』에실린시편들은시인이구현해낸언어의새로운가능성안에서더없이빛난다.

한편이번시집끝에놓인제5부에는「입석리」라는장시한편이차지하고있다.시인의고향이자위선환시의향수이기도했던장흥의방촌리,옥당리,접정리,건산리,행원리,기동리,신풍리가시속에있다.이시에서농경사회가쇠락하는풍경(풍속)과그풍경(풍속)에겹쳐져있는쓸쓸한정서를몽타주기법으로언어화한시인은“장흥과그곳에펼쳐진언어와장場을시로써내는마지막작업이될것같은이시편에서대상을골라배치하고,언어로형상화하면서시편전부의질감과색감과광도와어조를고르는작업”을했으며,그것은“바라보며,뒷걸음하며,외떨어지는일을길게말한”일이었다고고백한다.시집안에수록된다른시들과결을달리하는이장시가더욱지극하게느껴지는이유이다.

전작『수평을가리키다』의「시인의말」에서시인은“불편하다.남은시간은고작짧은데,나는아직시도試圖한다”라고했다.그는여전히한국시의선두에서전위를펼치고있으며,이번시집은이전의그의시와는또다른시도로독자들에게새로운시의가능성을제시한다.위선환이말하는전위는“당대의시와는다른시를지향하고,그렇게지향한바를실천한다는뜻이다.”그는“전위한시가시간이지나면서모두에게익숙해지고,그래서흔히읽히고말하는,언필칭보편성을실현한시로서양식화한경우에도,전위는선제적이거나또는‘다시’실천하는전위로서,다른시를지향한다”고역설한다.이것이그의시가늘전위적인이유이다.

“시인은젊었다./나에게물었고,/나는내가못한일을말했다./‘큰시를쓰시게.’”역시전작『수평을가리키다』의뒤표지글이다.‘시인’은물리적인나이를뛰어넘어시로존재하는사람이다.때문에늘언어를변혁하고전복하며다른시를시도하는위선환은누구보다‘젊은시인’이라할수있다.이것은어찌보면시인이스스로에게건넨말이었을지도모른다.이렇게,큰시를쓰라는전언은그의입에서다시,그의시로옮겨와『시작하는빛』으로결실을맺었다.

그가밝히는시의빛은언제나,새로이시작하고있다.『시작하는빛』이그하나의증거로지금,한국시에당도했다.이긴장감넘치는시의전위속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