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들 (양장본 Hardcover)

눈물들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842년 2월14일 금요일, 아침 끝자락,
추위 속에서 그들의 입술 위로 기이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이 안개를 프랑스어라 부른다.
니타르는 최초로 프랑스어를 문자로 기록한다.
공쿠르상 수상 작가,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
그가 언어의 붓으로 그려낸 ‘옛날’에 대한 현장 스케치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현대 프랑스 문학사의 거목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눈물들Les Larmes』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신화나 역사에서 과소평가되었거나 망각된 인물을 끌어내 조명해온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생트 콜롱브와 『부테스』의 부테스가 그러했듯) 이번에도 프랑크 왕국의 역사가 니타르와 사료에 단 한 줄로 남은 그의 형제(아르트니)를 소환하여 뼈대를 삼고, 역사 ? 신화 ? 전설 ? 꿈을 시처럼 수놓아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한다.
키냐르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옛날’로 수렴되는 ‘옛날’에 대한 담론이다. 빅뱅 이론을 신봉하는 키냐르의 ‘옛날’은 우주의 시초인 빅뱅, 즉 원초적 분출로, 우리가 부재했던, 사람으로 치면 수태 이전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볼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우리 자신이 결여된 이 세계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키냐르는 작품 속에서 독서, 글쓰기, 음악, 회화, 춤, 자연의 관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옛날에 접속하고자 했다.
역사상 첫 프랑스어 문서인 스트라스부르 조약을 기록한 니타르와 그의 쌍둥이 형 아르트니,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소설 『눈물들』은 언어(프랑스어)를 사람처럼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아, 키냐르가 평생 천착했던 주제인 옛날을 묘사한다. 하나의 언어가 탄생하는 빅뱅의 순간으로부터 키냐르의 ‘옛날’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의 다른 ‘옛날’에 대한 접속과 약간의 변별성을 지니는데, ‘옛날’에 대해 기술하는 대신 언어의 붓으로 ‘옛날’을 생생하게 그리며 원초적 분출(빅뱅)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런데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현장에서 그려내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하나가 부재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면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느끼는 기쁨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기쁨이 가득한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방대한 역사적 · 신화적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여 짧지만 풍성한 이 소설은 여느 키냐르의 작품과 같이 문장과 문장, 지식과 상상력 사이의 여백에서 독자의 숨겨진 감성과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저자

파스칼키냐르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베르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태어나1969년에첫작품『말더듬는존재』를출간했다.어린시절심하게앓았던두차례의자폐증과68혁명의열기,실존주의·구조주의의물결속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폴리쾨르와함께한철학공부,뱅센대학과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강의활동,그리고20여년가까이계속된갈리마르출판사와의인연등이그의작품곳곳의독특하고끔찍할정도로아름다운문장과조화를이루고있다.
죽음의문턱까지갔다가귀환한뒤글쓰기방식에큰변화를겪고쓴첫작품『은밀한생』으로1998년‘문인협회춘계대상’을받았으며,『떠도는그림자들』로2002년공쿠르상수상의영예를안았다.대표작으로『로마의테라스』『혀끝에서맴도는이름』『섹스와공포』『옛날에대하여』『심연들』『빌라아말리아』『세상의모든아침』『신비한결속』『부테스』『뷔르템베르크의살롱』『음악혐오』『소론집』등이있다.

목차

Ⅰ(하이델베에르만에대한책)
Ⅱ(알수없는마음에관한책)
Ⅲ(WoEuropaanf?ngt?유럽은어디에서시작되는가?)
Ⅳ(앙길베르의시집)
Ⅴ(로마력새해첫날에바쳐진책)
Ⅵ(니타르의죽음에관한책)
Ⅶ(성녀욀랄리의세?티아)
Ⅷ(에덴에관한책)
Ⅸ(시인베르길리우스의책)
Ⅹ(Libereruditorum석학들의책)

옮긴이의말-프랑스어탄생의현장스케치
작가연보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프랑스어탄생의현장스케치

각십여장(障)장으로구성된열권의책이라는좀특이한목차를지닌이작품은‘프랑스어가태어나는순간’의현장스케치라고할수있다.
샤를마뉴의딸베르트는생리키에수도원원장이자해군제독이며성인으로추대되는앙길베르백작과사랑에빠져아르트니와니타르쌍둥이를낳는다.그누구보다베르트를사랑했던샤를마뉴는사위가탐탁지않았으나베르트의사랑을막을길이없었다.아르트니와니타르는쌍둥이이지만전혀다른성향을보이는데,아르트니는평생사랑을찾아방랑했으며,니타르는대머리왕샤를의사관(史官)이되어최초의프랑스어문서인스트라스부르조약을기록하는주인공이된다.
이책은‘옛날’에대한담론이기보다는황홀한‘원초적분출(옛날)’의순간을현장에서목도하듯그려낸소설로,이책에서다뤄지는‘옛날’은언어차원에서일어나는빅뱅의순간,즉프랑스어탄생의순간이다.841년퐁트누아전투에서승리를거둔분리파의두군대는842년2월14일스트라스부르에서상호평화협정및동맹조약을체결한다.‘스트라스부르조약’은프랑크왕국의분열을증명하듯라틴어,독일어와더불어동일하게프랑스어로기록된다.그순간“프랑스어는어린애가어머니의성기에서나오듯라틴어에서나온다”(174쪽).기적같은이순간을작가는감격스러운어조로기술하고있다.

상징적인것이꿈틀대는순간을인지하는사회란거의없다.자신들의언어가태어난날짜,상황, 일기(日氣).
기원의우연.
숫자들을관찰할수있다는것,문자로변환되는광기어린순간을지켜보는것,이것은기적에 속한다.우리는새로운상징계가발생해서단번에확립되는동요를목도한다.(140~41쪽)

프랑스어탄생의순간,니타르와쌍둥이형아르트니의이야기가엮여짜인직물같은이텍스트에는여러무늬가어른거린다.책을펼치자마자원시림을비롯한야생의숲이며바다,강은물론이고온갖짐승들이우글거린다.또한역사적사실이나방랑기외에도신화,전설,꿈,시적단장(短章),샤먼과신선의이야기들이도처에가득하다.
짐승들이말을하고,샤먼사르의나이가천살을넘었다든가,수도사루키우스의새끼고양이가티티새로환생하고,아르트니가올빼미로환생하며,숲에갔던루키우스가아름다운새소리에잠시귀를기울였을뿐인데그새300년이흘렀다든가하는,어쩌면우리에겐그리낯설지않은이야기가가득담긴키냐르의풍성하고화려한상상의숲에서그저길을잃어도좋을것이다.

Lacrimaererum(만물의눈물)

‘눈물’은슬픈감정으로유발되는생리적현상이라는생각에갇혀있으면작가의의중을파악하기어렵다.제목인‘눈물들’은Lacrimaererum(만물의눈물)에서기인한다.베르길리우스의『아이네이스』1권426행에나오는이시구에가슴이먹먹하도록감동했던키냐르는애초에이책의제목을‘만물의눈물’이라할작정이었다고한다.‘옛날’이라는빅뱅혹은원초적분출은‘하늘에서떨어지는원자들’이며그것은곧‘만물의눈물’이라는이유에서다.(213쪽)결국제목은‘눈물들’로짧아졌지만.
눈물에함유된기원의의미를부각시키는에피소드들도등장한다.가령샤먼사르의새파란동공이절벽의동굴에서끝없이흘러내려솜강이생겼다거나(42쪽),개구리들의합창(음악)을들으며기원에접속된이들이주저앉아나지막하게‘엄마’를부르며눈시울을적신다(17쪽)든가,등등.
‘프랑스어의출생증명’을기록한니타르는프랑스어를처음으로문자로기록하던날‘얼어붙은땅에는눈이펑펑쏟아졌다’(143쪽)고밝히고있다.우주의빅뱅을목도한이아무도없으나그것은필시천자만홍(千紫萬紅)의장관이었으리라.언어(프랑스어)의원초적분출이일어나는순간우주공간으로원자들(만물의눈물)이떨어져내리듯하늘에서눈이펑펑쏟아져내린것은정말우연이었을까?

니타르와아르트니

프랑스어의탄생이구슬이라면그것을꿰는실은니타르와아르트니의이야기이다.사료에의하면실존인물이었던니타르에게는남자형제(fr?re)가하나있었다.하지만그에관한정보는거의전무한상태에서작가가쌍둥이형으로설정하고이름(아르트니)과삶을재구성한다.니타르의삶역시실재하는큰줄기에작가의상상력으로가지와잎들을갖춘무성한나무로다시태어난다.그렇게작가는두형제의삶의궤적을그려나간다.그것도키냐르자신의삶의궤적과동일하게.
두형제는이중의얽힘장치(일란성쌍둥이/Nitard와Artnid란철자배열만다른같은이름)로묶여있다.아마도작가는애초에한인물(하나의영혼)로설정하려고의도한것은아닐까?니타르와아르트니는한인물,즉키냐르자신이다.궁정사관인니타르는작가키냐르의분신이며,일체를버리고방랑하는아르트니는도가적‘비움’의철학을지향하는키냐르의표상이다.
키냐르는자신을규정짓는역할이나의무,부모와가족의기대,남들의욕망같은것들을내려놓을뿐아니라,그로인한죄책감마저완전히사라질때비로소‘비워진본연의마음’으로돌아온다고믿는다.죽음을앞둔아르트니가자신이잘못살아온것은아닌지반문하며자책에빠지는대목에대해서도,키냐르는아르트니가삶을낭비한게아니라일종의야생적금욕으로자신을비워낸결과라고말한다.번민조차도비워낸마음의자유에서비롯되었다고보는듯하다.

“한국의독자들에게이책을바치고싶다”

2016년초잡지Axt에서키냐르와의서면인터뷰가진행중일때키냐르는이책을집필중이었고,‘한국독자들에게한마디해달라’는Axt측의요청에그는서슴없이이렇게답했다.이책의번역은그의말에대한화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