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로 (편혜영 소설집 | Paperback)

소년이로 (편혜영 소설집 | Paperback)

$13.00
Description
우리는 삶이 만들어놓은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장편소설 《홀》로 2017년 셜리 잭슨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바 있는 작가 편혜영의 열 번째 책이자 다섯 번째 소설집 『소년이로』. 2013년 발표한 《밤이 지나간다》 이후 6년 만에 그간의 단편소설들을 엮어 펴낸 소설집으로, 《뉴요커The New Yorker》에 게재되면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이끌어낸 《식물 애호》와 현대문학상 수상작 《소년이로少年易老》를 담았다.

흔히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을 익히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로 잘 알려진, 주자의 문집에 수록된 시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 앞부분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 표제작 《소년이로少年易老》는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의 혼란스러움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나이에, 단숨에 어른이 된 유준과 소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삶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도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누구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냐고. 자기 자신 외에 누구도 탓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그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물들의 눈앞에 뿌연 막을 드리우는 것으로 시작되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서늘함을 주는데, 이는 단순히 서사의 미스터리에서 오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관계가 단숨에 엉망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 앞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서 온다.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추적하며 인생에 드리웠던 장막이 조금씩 걷히고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삶의 수수께끼, 일단 발을 들이면 답을 찾을 때까지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질문에 우리를 가두고, 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답을 찾게 만든다.
저자

편혜영

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TheHole』『죽은자로하여금』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젊은작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셜리잭슨상을수상했다.현재명지대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소년이로少年易老
우리가나란히
식물애호
원더박스
개의밤
잔디
월요일의한담
다음손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질문에질문이꼬리를무는삶의수수께끼
우리는이어려운질문에답할수있을까

한국형서스펜스의최선두에서끝없는도약을일궈온편혜영의소설집『소년이로少年易老』가문학과지성사에서발행됐다.작가의열번째책이자다섯번째소설집으로,『밤이지나간다』(2013)이후6년만에그간의단편소설들을묶었다.이번소설집에는『뉴요커TheNewYorker』에게재되면서한국문학의세계화를이끌어낸「식물애호」와현대문학상수상작「소년이로少年易老」가실렸다.작가는장편소설『홀』(2016)로지난2017년셜리잭슨상을수상하며,미국문학시장에서한국문학의가능성을증명해낸바있다.
편혜영의소설들은마치하늘을뒤덮은미세먼지처럼인물들의눈앞에뿌연막을드리우는것으로시작된다.자신앞에놓인사건사고들의원인을추적해가는과정에서인생에드리웠던장막이조금씩걷히고숨겨져있던진실이서서히그모습을드러낸다.삶의어둠을지워내려는등장인물들의모습은편혜영의문장과만나독자들을숨막히는긴장감속으로몰아넣고작품속추리극에동참시킨다.일단발을들이면이난제의답을찾을때까지누구도쉽게빠져나갈수없다.우리는작가가,아니삶이만들어놓은문제에대한답을구할수있을까.

“누구잘못이래?”
어른이된우리앞에놓인뜻모를함정들

표제작「소년이로少年易老」는주자의문집에수록된시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의앞부분을따온것으로보이는데,이는흔히‘소년은늙기쉽지만학문을익히는것은어렵다’는의미로잘알려져있다.소년이어른이된다는변화에초점을두고보았을때「소년이로少年易老」가작품집제일앞에놓인것은참으로의미심장하다.나이들어버린소년,즉소설속에서어른은어떤모습일까.
어른이된다는것은무엇일까.어른이된다는것은자기자신에대해누구보다잘안다는것,그래서어떠한상황에도의연할수있다는것을말하는걸까.편혜영은바로이지점에서독자들에게묵직한질문을하나던진다.삶에예상치못한일들이발생해도다감당할수있겠느냐고.너무나도다정하던아버지는외할아버지의병간호를하며그다정함을잃어가고(「다음손님」),성실히일했을뿐인데속수무책으로큰부상을입게되고(「원더박스」),용량대로제초제를사용했지만왜인지마당은엉망이되어버린다(「잔디」).상상도못한일앞에서우리는온몸이굳어버린듯당황하고,더러는걷잡을수없이무너지고,결국하나의질문에집착하기에이른다.대체누구잘못이냐고,누구의잘못으로내가이런고통을겪고있는것이냐고.

돌아갈곳을잃었다.지금잃은건아니었다.교통사고가나면서잃었다.혹은그보다훨씬더전에.얼마나오래전부터이모든걸결국잃게될줄도모르고애써달려온건지가늠하기힘들었다.
―「식물애호」부분

소영이보기에수만은더신랄하게생각하지는못했다.이를테면왜자신이김이사는아파트까지찾아가게되었는지하는것말이다.수만은다른사람이저지른잘못이나무책임한행동에피해입은것만생각하느라거래당시면밀히살펴보지않은제실수는잊어버렸다.일부러상관없는척하는것일수도있었다.누군가에게책임을추궁하는데몰두하다보면명백히다른사람탓이되니까.
―「원더박스」부분

한번묻기시작하면멈출수없다.이불운을책임질자를찾아내야만하기때문에.누구탓이냐는질문에질문을더해보지만그끝에서우리를기다리는답은단하나이다.그것은어쩌면가장피하고싶었던답,바로이모든불운의시작에내가있다는것.언제시작된것인지알수없지만,마치내가빠질거라는걸알고있었던것처럼인생은우리의다리한쪽을당겨이미준비되어있던함정으로끌어들인다.자기자신외에누구도탓하기어려운고통속에서우리는그불편한진실을감당할수있을까.

“어떤얼굴은어둠속에서야모습을드러내는법이다”
무너지는우리의관계들,그허약했던기반에대하여

정확한원인을모르는일때문에고통받는이들옆에는그들의허우적거림을‘지켜보는자’들이있다.도대체누구잘못이냐고묻는수만옆에“그렇다면나는누구잘못으로종일간병을하느냐고”되묻는소영(「원더박스」),그다지친하지도않은처남의잘못을왜변호하고다녀야하는지알수없는지명(「개의밤」),유준의집이망해가는걸가까운곳에서모두목격한소진(「소년이로少年易老」)이그들이다.그리고이‘지켜보는자’들역시삶의진실에한걸음다가선다.

대신우리가잃은것을생각했다.그것을어떻게되찾을지궁리하고,못찾는다면없는채로어떻게살아갈지생각했다.
남편에대해잘알만큼오래살지않았다는생각도했다.이제는남편이상대와화제에따라다르게행동하는사람이라는걸받아들여야할것이다.나자신에대해서도마찬가지다.50년가까이살아왔지만,나를툭치고가는임시교사에게분노를느끼는인간이될줄몰랐다.
―「잔디」부분

그것은알만큼안다고생각했던우리의관계에대해너뿐아니라나도잘모르고있었다는깨달음에서온다.때때로크고작은일들이있었을지언정안정적이고잔잔한나날이대부분이었던인생에감당하기어려운폭탄이터졌을때우리사이를지탱하고있던많은것들은한번에무너져내린다.나때문에누군가잃어버렸을지도모를일상은아무런문제가아니다.“우리가잃은것”,오로지거기에몰두하는내가있을뿐이다.이책이주는서늘함은아마도단순히서사의미스터리에서오는것뿐아니라,우리의삶과관계가단숨에엉망이되어버릴수있다는공포,그리고그공포앞에서우리가어떤식으로삶을다시살아갈수있는지스스로도알수없다는삶의진실을드러내는것에서온다.
다시「소년이로少年易老」로돌아와본다.그들을둘러싼환경의혼란스러움을이해하기도어려운나이에,유준과소진은단숨에어른이된다.비정한비밀을감춘채혹은사악한함정을파놓은채삶은그들을기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