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행 (이진준 장편소설)

바다행 (이진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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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길 봐, 바다와 하늘이 맞닿았잖아.
아마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맞닿을 수 있을지 몰라.”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을 피해 거리로 나선 ‘소미’와 ‘세명’은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힘차게 페달을 굴린다, 저 멀리 바다를 향해―
몇 년 전 어느 겨울밤, 작가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가출한 학생을 찾아 나선 한 선생님을 따라 파출소에 동행하게 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계절에, 더욱이 그 늦은 시간에 학생은 왜 집을 나오게 되었을까? 아니, 왜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이진준의 장편소설 『바다행』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019년 현재 한 해 3만 명가량의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고 있다. 그 많은 아이들은 대체 왜 집을 뛰쳐나오는 것일까, 집을 나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소설 『바다행』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결코 드물지 않은 청소년 가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 이진준은 집을 나오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이 작품을 통해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새엄마의 무관심과 의붓오빠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피해 집을 뛰쳐나온 신소미,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고 새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세명. 작가는 소미와 세명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려고” 두 아이를 따라 거리로 나섰고, 오늘도 집을 뛰쳐나와야만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글을 쓰고 또 고쳤다. 그 과정은 행복한 동시에 안타까웠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각한다.

꽃은 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꺾이며 힘차고 아름답게 피어나지요.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역시 어찌 저절로 될까요.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지루한 시간을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견뎌낼 때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되겠지요. 10대라는 깊고도 거친 강을 건너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과 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 이야기가 상처 입은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아니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

이진준

경북경주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영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서울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한국예총에서발행하는『예술세계』신인상(소설부문)에당선되어창작활동을시작했다.현재『예술세계』편집위원이며,인하대학교초빙교수로있다.

목차

바다행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길에서만난‘꽃’과같은아이들

편의점에서빵을훔치는세명을우연히본소미는아이를불러세워절반을빼앗아먹지만,이내가지고있는김밥을선뜻내어주며집으로가라고채근한다.세명은그런소미를따라나서고,둘은어느병원지하실로내려가쌓아놓은종이박스안에서지친몸을누인다.그렇게세명과소미는거리에서만난다.말은거칠게하지만속마음은따뜻한소미를따라세명은거리곳곳을누비며폭력을휘두른아빠를생각하지만,혼자가아니기에즐거운마음이더크다.게다가소미에게는자신의꿈이야기도들려줄수있다.세명의꿈은초콜릿공장사장이되어가난한아이들에게초콜릿을실컷나누어주는것이다.소미역시붙임성있고밝은성격의세명이싫지않다.거리에서노숙을한지꽤된소미는그동안험한꼴을여러번당할뻔했고,그날도세명이아니었다면낯선남자에게끌려갈뻔했다.두아이는친오누이처럼서로를보듬으며거리생활을시작한다.
도시는집을떠난아이들이살아가기에는모질고험하다.잠잘곳도,먹을것도없는아이들은장례식장에서밥을얻어먹기도하고버려진차에들어가잠을자기도하며온갖고생을다하지만,두아이를가장괴롭히는것은부모로부터‘방치되고버려진’상실감에서비롯된마음의상처다.술만마시면폭력을휘두르며모진말을늘어놓는아빠를증오하는세명,엄마가죽기전에는더없이자상했지만새엄마를만나면서변해버린아빠가원망스러운소미.부모로부터받은상처는거리의아이들에게는배고픔이나노숙의고통보다더한마음의고통을안겨주었고,그고통에대해이제껏제대로표현하지도위로받지도못했다.상처를치유하기위해서는먼저자기상처에대해이야기하고분노하고슬퍼하는시간이필요하다.거리에서만난세명과소미는서로에게자기상처에대해고백하고,그상처를서로보듬으며위로를건넨다.어른에게받은상처를아이들은서로의지하며치유해나가는것이다.소미와세명은그래서더이상외롭지않다.그리고용기를내어세상의끝을향해힘차게페달을굴린다.바다를향해.

아이들은성장한다,흔들리면서피는꽃처럼

아이들은바다를향해달린다.세상거칠것이없다.무한한자유와해방감을느끼며두아이는방파제끝으로달려가고함을지르고백사장으로달려가바다로뛰어든다.그러다가세명은문득한번도엄마라고불러보지못한필리핀출신의새엄마가보고싶어진다.엄마가집을나간이후제대로보살핌을받지못한아이에게사랑을줬기때문이다.엄마를잊어버릴까봐,엄마에게미안해서새엄마를온전히받아들이지못했던세명은비로소그녀를그리워하고받아들인다.소미역시바다앞에서자신의기억들을정리한다.아빠에게사랑받으려고애쓴자신,인정받으려고애쓴자신.하지만그아빠는새엄마가들어온이후자신을외면했고,그런아빠마저지금은죽고없다.기억속아빠를떠나보내고이제자기자신과마주해야하는시간이왔음을소미는직감한다.세명도소미도부모를원망하는동시에사랑하고있었다.아이들은거리위에서자신들의현실을인정하는한편,마음속에서서서히솟아나오는희망의씨앗을다독이기시작한다.꿈을이야기하고행복에대해말한다.거리의두아이는그렇게성장한다.
작가는두아이의시선을따라가며좋은어른들도만나게한다.배고픔이극에달했을때장례식장에서만나아침을먹여준아주머니,참으로싸온국수를말아주는시골어른들,그리고폐가에서잠을잔아이들을발견해집밥을먹여주고고추도따게하고용돈도주고,마치외할머니댁에놀러온것마냥편안한시간을보내게해준할머니등이그러하다.이처럼소미와세명의여행길에는거칠고인정없는어른들도숱하게많지만,그들의여정에실낱같은휴식을제공한어른들도함께하고있었다.소미는시골마을에서혼자적적하게자식들을기다리며살아가고있는할머니를통해자신에게유일하게남아있는따스한희망,외할머니를떠올리게된다.작가는마치이야기를통해이렇게말하는듯하다.아이들에게는따스한마음으로그들을품어주는친구같은어른이필요하다고.하지만아이들의여정은여전히싸늘한겨울이다.

10대라는깊고거친강을지나는세상의모든딸과아들에게보내는편지

이야기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독자들은소미와세명이어느새부쩍성장했음을눈치채게된다.특히독감에걸린세명을허름한여인숙에눕혀놓고밤새간호해주는소미,광한루에놀러갔다가벤치에서잠든소미의얼굴위로내리는빗줄기를손으로가려주는세명,버려진차안에서아버지에대한분노에차서눈물흘리는세명에게부모대신“미안해”하고사과하는소미,마지막남은돈으로살아있는물고기한마리를사서바다에풀어주는소미의모습을바라보는세명,그리고이이야기의백미로여겨지는마지막대목.소미가길에서잠든세명을지그시바라본다음집에갈수있도록경찰서에연락해주는대목에서독자들은묵직한감동을느낄것이다.소미와세명은서로의여정에서위로가되어주었을뿐아니라이제서로에게소년이,소녀가되어준다.
그리고독자는어느덧이야기의결말에다가서게되는데,불빛이아름다운저녁부두에서소미는이제세명과이별할때가다가왔음을느낀다.세명에게는아직기다리고있는가족이있기때문이다.작가는이작품의결말부분에서탁월한감각을발휘하는데,마치영화의트릭처럼과거와현재를오버랩시킨다.세명이눈을뜨니경찰서에누워있고소미는사라진상태다.눈물을흘리며소미를애타게찾다가걸려온전화를받고는전화상에서소미와이별의대화를나누는장면.이후그것이세명의꿈이었음을소미의혼잣말을통해암시하고,이어소미가세명을데려가라고경찰서에전화를걸기위해공중전화로향해가는마지막장면으로이야기는끝을맺는다.이러한장치로인해서독자는이미소미와세명의이별을경험하지만,그것이아직일어나지않은가까운미래이기에더욱안타깝고아련하고또한아름답게여겨진다.물론,소미와세명의여정은아직끝나지않았다.두아이는좀더성장한뒤다시만나게될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