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우리사회를불평등하게만들었는가
『불평등의세대』는20년동안미국에서연구하며시카고대학교종신교수를지내다가2017년고국으로돌아온저자가내부자와외부자의시선을두루오가면서한국사회에대한통찰을보여주는책이다.그는이책을쓴계기에대해청년실업과극심한취업경쟁으로인해불안과고통속에서전전긍긍하는젊은세대를바로곁에서지켜보면서문제의식을느꼈기때문이라고말한다.이책이보여주는데이터는“우리도다겪었으니인내하라”“세대갈등은위험하다”라는기성세대의다독임과우려섞인충고가상당부분거짓임을폭로한다.
저자이철승은이책의1장과2장에서“좋은운을향유했던”386세대가정치권력과시장권력을장악하고,불평등의치유자가아닌불평등의생산자이자수혜자로등극하는과정을그려낸다.그리고데이터를통해밝혀지는그결과들은매우충격적이다.다른세대를압도하는고위직장악률과상층노동시장점유율,최장의근속연수,최고수준의임금과소득점유율,꺾일줄모르는최고의소득상승률,세대간최고의격차.이모든것이어떻게,성장이둔화되어가는경제에서가능했을까?어떻게파이는작아지는데,특정세대의몫은줄지않는가?우리는그답을추론할수있다.바로386세대의상층리더들이다른세대에게돌아가야할몫을더가져갔기때문이다.정치권력및기업,상층노동시장의최상층을차지한386세대의자리독점은이제형평성의문제를넘어한국사회전체의비효율을걱정해야할수준에이르렀다.이러한논의를통해이책은386세대의자리독점은상승통로가막혀버린다음세대에게궁극적회의를자아낼뿐더러우리사회에온갖폐해를양산할것임을경고하고있다.
“산업화세대가첫삽을뜨고
386세대가완성한한국형위계구조,
그희생자는바로청년세대다”
이책『불평등의세대』는궁극적으로‘386세대비판’이아닌,세대라는관점으로한국의위계구조를비판하는것이목적이다.저자이철승은“사회과학자들이흔히쓰는‘계급론’의앵글이한국사회의개인과집단의행위및그행위의동기를분석하기에는충분치않다고본다.한국사회특유의위계구조로인해계급과세대가거의일치하는상황이고,따라서한국사회의뿌리깊은위계구조를효과적으로드러내기에는‘계급’보다는‘세대’라는앵글이더적합하다고보는것이다.궁극적으로이책은세대가위계구조로탈바꿈하는과정,구체적으로세대와위계가어떻게서로를재생산하는지에관한이야기다”라고말하며,왜한국사회의불평등구조를‘계급’이아닌‘세대’를분석틀로이용하는지를밝히고있다.
저자는이책의3장에서386세대가민주화투쟁을통해극복하고자했던산업화세대를소환하여,동아시아벼농사체제에서유래한한국형위계구조를그들이어떻게도시의공장에,사무실에옮겨심었는지를흥미롭게그려내고있다.이세대는도시로이주했으나농촌에서의신분제에대한경험과기억을그대로지닌채상경한농민공들인것이다.386세대의리더들은산업화세대로부터이러한위계구조를물려받았을뿐만아니라세계화와더불어경쟁이격화된시장에서한국의기업들이생존할수있도록기존의위계조직을유연화된위계구조로업그레이드했다.바로연공에따른기존의위계적직무분배체계에내부자(정규직)와외부자(비정규직)를구별하는차별적보상체계를결합시킴으로써기업의생산조직이경기사이클에더유연하게적응할수있도록만든것이다.
그렇다면386세대의네트워크가한국형위계구조와결합하는것이왜문제인가?이거대한베이비붐세대가위계구조의상층을장기독점하면서유교적연공법칙인‘세대교체’의룰이무너지고있다.또한세대네트워크내부에속한상층리더들과,거기에속하지못한동세대하층및다른세대들간의격차가커지면서세대내그리고세대간불평등은갈수록심화되고있다.마지막으로최고의응집성과연계성을가진세대네트워크가국가와경제,시민사회의상층권력을장악하고,동시에그세대네트워크가위계구조와결합하면서조직내부혹은조직간의지대추구행위의가능성이높아지고있다.반면불평등은확대되고성장률은낮아지며상층노동시장의소득과자산은나날이늘어가는한편,중하층과젊은이들은낮은소득과실업으로비명을지르면서출산을포기?거부하고있다.이책은우리사회의불평등구조의본질―네트워크위계라는한국형위계구조의등장과심화―을밝히는작업이얼마나중요한지여실히보여주며,독자들에게중요한시사점을제공한다.
이책은총7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과2장은386세대가정치권력을비롯해시장권력또한장악했음을보여준다.3장과4장에서는386세대의부모세대(산업화세대)로시선을돌려‘산업화세대가어떻게만들어졌는지’를묻고,이어서‘산업화세대’가어떻게불평등구조를싹틔웠는지‘를질문한다(3장).4장에서는산업화세대가최초로주도했고이제386세대와포스트386세대에게그DNA가전수된세대간자산의이전전략을들여다본다.뒤이어’세대간자산의불균등한형성이어떤불평등구조를만들었는지‘를질문한다.5장은한국형위계구조의희생자가누구인지를묻는다.그들은바로동시대청년과여성이다.이장은한국위계구조의상층을장악한거대한386세대,그들이구축한위계구조하에서더욱가혹한경쟁을강요당하고있는청년들및그한편에서조금씩자리를확보하며착취와수모를감내하고있는여성들에대한이야기를다룬다.6장은한국사회의세대와위계문제에대한이론화를시도한다.저자는이장에서세대론은위계구조를해부하기위한구도잡기(앵글)로서의역할을하며,궁극적으로한반도특유의’위계구조‘를이해해야계층(계급)화과정또한더잘이해할수있다고주장한다.이장말미에서는’한국형위계구조의위기‘를실증한다.한국의100대상장기업에대한세대별실적비교를통해’세대의정치‘와그여파가기업의위기까지초래하고있음을보여줄것이다.7장은세대간그리고세대내불평등과그재생산구조를어떻게바꿀지를논의한다.이를위해저자가오랫동안고민해온노동개혁방안몇가지를제시한다.
“그동안의세대론은데이터없는아우성이었다”라는저자의말처럼,이책의큰미덕은총54개에이르는데이터를분석하여독자들에게그근거를구체적으로제시한다는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