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과거 (장승리 시집)

반과거 (장승리 시집)

$12.00
Description
부재하는 너를 향한 사랑의 발화를 속삭이다!
정제된 언어로 따스하고 내밀한 감정을 묘사해온 장승리의 세 번째 시집 『반과거』. 《무표정》 이후 7년 만의 신작으로, 없음이라는 형식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불가능한 방식으로만 가능한 연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감성학이 미학의 다른 이름임을, 그래서 미란 무엇보다 강렬한 감정의 표현임을 증명해온 저자의 이번 시집은 눈앞에 대상을 둔 사랑이 아니라 부재하는 너를 애타게 호명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통해서만 가까스로 조우할 수 있는 연인을 향한 순정한 고백으로도 읽을 수 있다.
저자

장승리

시인장승리는1974년서울에서태어나2002년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습관성겨울』『무표정』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유월/고라니/하나/그후/폭식/에덴의서쪽/좁은문/합창/거미줄/화요일/맹목/맹목/신의결혼식/직각의바다/나방/나방/투우/생의한가운데/나/나/더많은nothing/고도애도/물새/문은시작한다/전쟁과평화/열정/선물/자기만의방/한여름밤의인테리어/가설/풍향계/눈사람/꽃다운나이/호위병들/불투명인간/달콤한인생/1308호실/환상곡/환상곡/환상곡/환상곡/연인/디테일/이세상에는오직새밖에없다는듯이/이세상에는오직새밖에없다는듯이/빛/술래/반과거/반과거

해설
사랑의문법과이진법우주-권혁웅

출판사 서평

불가능한사랑을실현하는목소리
없는너로가득한고백의시어

정제된언어로따스하고내밀한감정을묘사해온장승리의세번째시집『반과거』(문학과지성사,2019)가출간되었다.파경(破鏡)의이미지로사랑의결렬을섬세하게표현한『습관성겨울』과“정확한칭찬”이라는“불가능한선물”을주고싶다(문학평론가신형철)는평을받은『무표정』이후7년만의신작이다.
감성학이미학의다른이름임을,그래서미란무엇보다강렬한감정의표현임을증명해온장승리는이번시집에서부재하는너를향한사랑의발화를속삭인다.“네가내게온건어제일같고/네가나를떠난건아주오래전일같다”라는‘시인의말’처럼없음이라는형식으로만존재할수있는,불가능한방식으로만가능한연인의모습을그려낸다.시인에게실체로서너는‘nothing’이지만,그것은비존재로서무(無)가아니다.‘너의없음’이라는지칭을통해비로소‘너’는이곳으로불려나오고보이지는않지만마주할수있는대상으로현현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반과거』는눈앞에대상을둔사랑이아니라부재하는너를애타게호명하는목소리,그목소리를통해서만가까스로조우할수있는연인을향한순정한고백이다.

“눈이부시다
셀수없는데도부족하다”

『반과거』속연인들은서로를통해자신의실존을확인한다.시인이“죽은새와바람이서로의나무가되어갔다”(「연인」)라고적을때,우리는그저두존재가만나서하나로얽히는순간을목격하는것이아니다.“죽은새”는생명을잃었다는점에서불완전하고“바람”은형체가없다는점에서태생적결핍을지니기때문이다.둘이“서로의나무”가되어가는상보적이미지는하나가없어지면다른하나도위태로워지는관계,즉필연적“연인”을떠올리게한다.

나는왜당신이보고싶은게아니라
보고싶지않을때까지보고싶은걸까요
―「맹목」(p.19)

주의깊게살필점은장승리가묘사하는연인들이실천하는사랑의형식이다.「맹목」에서나는눈앞의당신이아니라보고싶지않은순간의당신,볼수없는당신을보고자한다.심지어그소망은보고싶음이모든가능성을실현할때까지,아마도무한의기간을전제로한다.그렇기에불가능으로가능을꿈꾸는이모순의형식은실상부재하는너를향한나의애틋한그리움을표현한것이라볼수있다.

너는
처음본절벽
떨어지는내내너와
눈마주칠수있다니
―「생의한가운데」

왜냐하면시인에게너는대지가아니라“절벽”이기때문이다.너는발붙일곳없어추락하는순간에만,장소가사라진장소에서만비로소“눈마주칠수있”는대상이다.이처럼장승리는결핍의형식으로만충족이가능한‘너’를끊임없이호출한다.이것은너와나,즉우리의연결상태를거듭확인하려는안간힘일것이며,아이러니한상황을통해감정적깊이를배가시키는장승리식사랑의문법이기도할것이다.


“너와시선이마주친다
영원이연모하는이순간”

『반과거』에서너를불러내는부재의공간은텅빈공중이아니라‘무엇인가일어날수있는지점’에가깝다.시인은이영역에서‘무엇’이라는명사가아니라말그대로‘일어남’이라는동사에주목한다.

너에게보내는편지에왜내가답장을해야하는지너에게받지못한답장을내게받는매일매일해를향해뒤로걷는나는너에게답장이아닌것을받고싶었다너무많은nothing이라는답장을또받았다
―「너무많은nothing」부분

어쩌면시인에게사랑은“너에게보내는편지”에“내가답장”하는행위의반복일지모른다.이러한재귀적운동을통해서나마,무용해보이지만부단히발생되는사건을통해서나마가리킬수있는대상으로서네가나타나기때문이다.

흙을닦는다

없는얼굴이

없었던얼굴이되도록

없었던얼굴이

깨끗한얼굴이되도록
―「꽃다운나이」

그렇지만“없었던얼굴”이눈으로볼수있는“깨끗한얼굴”이되는순간은,내가너와마주할수있는시간은명징하되짧다.그것은“한번/눈꺼풀을깜박이는사이/네옆이내앞”(「반과거」,p.60)에모습을드러내는찰나에불과하다.그렇지만시인에게이순간은“거울을뚫고나온구멍이/나를메우는순간”(「그후」)처럼생의이유이기도하다.찰나이지만영원에가깝고,공허하지만충만함을일깨우는마주침인것이다.그러므로우리는『반과거』를통해상대를눈앞에둔사랑이아니라부재로써끊임없이현존하는사랑,만날수없기에어쩌면영원히만날수있는사랑을경험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