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콩코드,세그웨이등신기술의성패를둘러싼흥미로운이야기
우연한발견의시대는끝났다,자본력으로움직이는첨단과학의현주소
객관성,확실성으로포장된미래예측시나리오들의숨겨진의도…
과학기술학자전치형홍성욱,기술의역사를조망하고
미래담론을비판적으로읽다
최근한국사회에서가장유행한말을꼽는다면바로‘4차산업혁명’일것이다.2016년알파고이후한국에서는인공지능,로보틱스,사물인터넷,블록체인등에관한논의가쏟아졌다.(2016년이후‘4차산업혁명’을키워드로한책이500권넘게출간되었을정도다.)대통령직속4차산업혁명위원회가발족한것을필두로4차산업혁명은정부,재계,학계,언론,대중을막론하고초미의관심사로자리잡았다.이와더불어많은전문가들이등장해미래의과학기술,과학기술의미래에대한예측과전망을끊임없이제시하고있다.
『미래는오지않는다』는이러한세태에부쳐‘미래’와‘예측,’‘기술’과‘인간’에관해근원적인질문을던지는책이다.과연미래는오는것인지,온다면지금생각하는그런모습과방식으로오는지묻고자하는것이다.서울대학교홍성욱교수와카이스트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전치형교수가‘과학기술과미래사회’라는주제로한공동강연에서시발된이책은,미래를하나의담론,즉해석과비판과논쟁이필요한대상으로간주한다.두교수는풍부한사례와흥미로운일화,날카로운통찰력을바탕으로과학기술과미래담론에관한이야기를전개해나간다.토머스모어에서시작해스티브잡스,로버트에틴거,네이트실버,레이커즈와일등기술-미래와관련된핵심인물들과그결과물들을두루살피고,에디슨의전등,벨의전화,콩코드,화상전화,소니베타맥스,냉동보존술등과학기술의결정적장면들을망라해보여준다.저자들에따르면,미래예측이적중했는가를묻는프레임에서벗어나,미래예측이중립적일수없는정치적대상이자결과임을인지하고,그것이어떤가치를설파하는지주의깊게살펴봐야한다.‘미래’는예측한대로‘오지않을’테지만,미래에대한더나은논쟁은현재를더낫게바꾸는데기여할것이므로.
미래예측은왜항상어긋나는걸까
필립테틀록이라는심리학자가1987년부터2003년까지284명의전문가를대상으로미래의정치,경제등에관해묻는실험을했다.이때침팬지에게다트던지기를시켜서같은질문에똑같이답하게했는데,그결과전문가들의예측능력이침팬지가찍은것보다훨씬떨어졌다는게밝혀졌다.경제상황이나인구변동같은사회현상만이아니라미래의기술역시예측하기어렵기는매한가지다.과학기술의역사를돌아보면기술의성공과실패는예상치못했던경로와방식으로이루어진경우가많다.예컨대전세계를잇는단일통신망을구축하고자한‘이리듐프로젝트’는거의3조5천억원을투자하여,지구위에66개의위성을띄웠지만결국실패했다.기술적으로는대성공이었지만,같은시기에휴대폰의해외로밍서비스비용이저렴해지고이용도간편해지면서수요가사라진것이다.1인용전기이동수단인‘세그웨이’는2001년처음나왔을때,도시출퇴근문제를해결할혁명적기술이라며주목을받았지만결과는참담한실패였다.경영자나발명가본인조차기술의가치를알아보지못하는실수를저지르기도한다.다이슨이종이봉투없는청소기를개발해후버사에특허권을판매하고자했지만종이봉투판매수익을놓치고싶지않았던후버사는단번에거절했고,결국후버사는다이슨에게청소기시장점유율을빼앗기고말았다.벨과그레이는같은날전화특허를신청했는데,그레이는“장난감을놓고특허를다투는것은어리석다”며특허신청을취하했다.그리하여수백조규모의산업으로커진전화는벨의몫으로돌아갔다.
새로등장한기술은성공으로가기까지넘어야할장애물이많다.개발과사업화사이에존재하는‘죽음의계곡’을넘어야하며,사업화가된뒤에도다른제품들과의생존경쟁이라는‘다윈의바다’를건너야한다.수십가지방법론과각종데이터로무장하고있더라도기술의앞날은물론미래사회를예측하기힘든이유다.따라서이책『미래는오지않는다』는확신에찬목소리로미래를예언하는것보다,과학기술과사회의우연성과역동성을고려하면서변화에대응하려는태도가훨씬중요하다고설파한다.
장밋빛미래예측이보여주지않는문제들
미래예측은무엇을위해존재해야하는가
기술-미래예언의논리는자기계발서와비슷한모습을띠는경우가많다.특이점과같은급격한기술-미래의지점이반드시도래한다는전망,그것은필연적인변화이며막거나피하려는것은어리석은일이라는진단,그렇다면개인이할수있는일은현명하게그때를대비하고적응하는것뿐이라는조언이서로연결되어제시된다.기술-미래에대한예언은곧생존을위한준비를하라는명령으로변환된다.만약이책에서좀더정확한미래예측을하는법을기대하거나,불안한미래속에서살아남을방법을찾고자한다면원하는답을얻지못할지도모른다.“미래는오지않는다”라는제목이시사하듯,이책은미래의불확실성과주관성을강조하면서각종미래상에대해비판적으로독해할것을주문하는책이기때문이다.기술-미래예언을비판적으로읽는다는것은이예언들이어떤내러티브를통해서대중에게전달되고있는지,어떤가치관과이념을담고있는지,어떤사회적관점을배제하고있는지물으면서읽는다는뜻이다.
『미래는오지않는다』의저자전치형,홍성욱교수는평소로봇과인공지능은물론미세먼지,가습기살균제문제,세월호참사등굵직한사회문제에깊은관심을갖고연구해온과학기술학자이다.따라서인간의삶과공동체,윤리적문제등에대한고민의흔적이책곳곳에서묻어나온다.저자들은미래담론혹은미래학의가치를전면부정하지않는다.그보다는“돈있고힘있는사람들편이아니라지금이시대를힘들게살아가는사람들”을위해복무하는“인간의얼굴을한미래학”을상상해야한다고강조한다.“미래예측에홀리는대신”우리가걸어온역사에대한고민과성찰에근거해“우리가어떤미래를원하는가에대한시민사회의토론과합의를반영해야한다”는것이저자들의주장이다.결국미래는우리가만들어나가는것이기때문이다.
“미래를예측하는가장좋은방법은미래를발명하는것이다.”
책에는과학기술사에서빼놓을수없는중요한장면들과흥미로운에피소드들이풍부하게담겨있어,누구나쉽고재밌게읽을수있다.동시에이책은미래과학기술에관한우리의일반적인통념을넘어보다넓고깊게생각해보도록이끈다.이책은총8개의강의로구성되어있다.1강과2강에서는과거부터현재까지나온미래예측들을분석하면서예측이란무엇인가,기술은예측가능한가등에관한답을찾아나간다.아인슈타인의일반상대성이론을입증하게해준에딩턴의개기일식관찰,로버트오언의유토피아공동체,테크노크라시운동과하이테크유토피아등여러가지사례가시선을끈다.
3강과4강은생동감넘치는여러일화를토대로,기술의성공과실패를결정짓는것은무엇인지살펴본다.5강에서는스티브잡스,일론머스크와같은널리알려진혁신가를비롯해나노기술의발달을전망한에릭드렉슬러,로봇기술의발달과인류의미래를그린한스모라벡,특이점이온다고주장한레이커즈와일등여러기술예언자들의사례를설명하고비판적으로검토해본다.
6강에서는과학기술과미래의관계를다시금생각해본다.과학기술이인간과사회에대한약속을제시하게된첨단과학분야의특성을지적하고,과학기술에대한기대,약속,희망을공적영역에서새로운방식으로논의할수있어야한다고주장한다.7강에서는과학기술을통해미래를논하고다루는방식이현재의사회적,정치적,경제적조건과분리될수없다는점을강조한다.복고적으로보이는북한의미래예측,전형적인성역할이고착된로봇,기후변화에대한경고를묵살하는‘의혹장사꾼’등의사례를통해이문제를깊이생각해본다.8강에서는미래예측의본질을다시한번짚어본다.네이트실버의미국대선예측사례나테틀록이제시한‘고슴도치대여우’모델등을토대로,우리가미래예측에서얻을수있는건무엇인지생각해보고,결국우리에게의미있는미래예측은‘인간의얼굴을한미래학’임을결론으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