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장편소설)

빛의 과거 (은희경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은희경이라는 필터를 거쳐 오늘, 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
은희경의 장편소설 『빛의 과거』. 《태연한 인생》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깊이 숙고해 오랫동안 쓰고 고쳐 쓴 작품이다. 갓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친 첫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2017년, 중년 여성 김유경은 오랜 친구 김희진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으며 1977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의 한때를 떠올린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으나 전혀 다르게 묘사된 김희진의 소설 속 기숙사 생활을 읽으며, 김유경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다. 기숙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룸메이트다. 타의에 의해 임의로 배정된 네 명이 한 방을 쓰는데, 임의의 가벼움에 비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은 터무니없이 크다.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의 322호 룸메이트는 화학과 3학년 최성옥, 교육학과 2학년 양애란, 의류학과 1학년 오현수다. 최성옥과 절친한 송선미의 방인 417호 사람들(곽주아, 김희진, 이재숙)과도 종종 모이곤 한다. 1977년의 이야기는 3월 신입생 환영회, 봄의 첫 미팅과 축제, 가을의 오픈하우스 행사 등 주요한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 김유경의 서사가 굵직하게 이어지는 사이사이, 322호와 417호의 룸메이트인 일곱 여성들의 에피소드도 다채롭게 전개된다.

김유경은 말더듬증이라는 약점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내리누르며, 말과 행동이 필요한 순간 입을 다문다. 회피를 방어의 수단으로 내세우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세상의 어중간한 어디쯤에 위치시키려 한다. 한편 누군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취향을 조용히 발전시키는 오현수, 남을 끌어내려 항상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김희진, 그와 비슷하지만 남의 눈이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 충족이 중요한 양애란이 그렇다.

지향점과 실제의 삶에 괴리가 심한 사람도 있다. 최성옥처럼 자신이 선택한 남성에 의해 그 괴리가 발생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교정하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매사 주요하게 지적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발을 헛디뎌버리는 곽주아 같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치졸하고 나이브하며, 소탈하기도 섬세하기도 하다. 선량하고도 얄미우며 까칠하면서도 유약하다. 마치 오늘의 우리처럼. 회피를 무기 삼아 살아온 한 개인이 어제의 기억과 오늘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민낯을 직시하여 담담하게 토로하는 내밀한 문장들은, 삶에 놓인 인간으로서 품는 보편적인 고민을 드러내며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은희경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소설「이중주」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인에게말걸기』『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는다』『상속』『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다른모든눈송이와아주비슷하게생긴단하나의눈송이』『중국식룰렛』,장편소설『새의선물』『마지막춤은나와함께』『그것은꿈이었을까』『마이너리그』『비밀과거짓말』『소년을위로해줘』『태연한인생』이있다.문학동네소설상,동서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이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2017
1977-3월,4월
1977-5월,6월,7월
2017
1977-9월,10월,11월
1977~2017

출판사 서평

어떤시간은다르게적힌다
당신에게도있는,그런기억을만나다

“누구도과거의자신을폐기할수는없을것이다.
하지만편집하거나유기할권리정도는있지않을까.”

한국문학의빛나는고유명사,은희경의신작『빛의과거』가출간되었다.『태연한인생』(2012)이후7년만에선보이는장편소설로깊이숙고해오랫동안쓰고고쳤다.2017년의‘나’는,작가인오랜친구의소설을읽으면서1977년여자대학기숙사에서의한때를떠올린다.같은시간을공유했지만서로가기억하는‘그때’는너무나다르다.
은희경은갓성년이된여성들이기숙사라는낯선공간에서마주친첫‘다름’과‘섞임’의세계를그려낸다.기숙사룸메이트들을통해다양하며입체적인여성인물들을제시하고1970년대의문화와시대상을세밀하게서술한다.무ㄱ엇보다회피를무기삼아살아온한개인이어제의기억과오늘을넘나들면서자신의민낯을직시하여담담하게토로하는내밀한문장들은,삶에놓인인간으로서품는보편적인고민을드러내며독자자신을바라보게한다.그렇게‘그때그시절’의이야기는‘은희경’이라는필터를거쳐‘오늘,나’의이야기가되는것이다.

우리는각자의인생속에서원하든원하지않든감독이됩니다.그리고관계하는세계를우리자신의눈으로연출합니다.내가다른감독의작품속에서나도모르게주인공에게상처를입히는조연으로활약했던순간이대체몇번이나있었을까,이책을덮으며저는결코알수없을저의필모그래피를조용히가늠해보았습니다.신요조(책방무사)

“자기몫의삶을살아내고있을”“안보이는대다수”의서사를되살려낸이소설을다읽고나면다소쓸쓸한질문이남는다.그많던여성대학생들은모두어디로간걸까.그들이꾸던꿈은어떤자취를남기며사그라들었을까,혹은피어났을까.차경희(고요서사)

은희경을읽는다는것은언제나한국현대여성의목소리를듣는일이다.나와닮은목소리를드디어만나그이의차분하지만낯설고독보적인말에과녁처럼관통당하는일이다.정세랑(소설가)

은희경이1970년대말서울어느여자대학교기숙사이야기를썼다고하면다음과같은기대를품는것은당연하고정당하다.첫째,당대의정치적공기와문화적풍속도를생생하게복원해낼것이다.둘째,여성의경험적진실에충실한‘입사이야기’의전형을보여줄것이다.셋째,또렷한젠더렌즈에포착된한국근대성의성별을폭로할것이다.넷째,적절한관념어와압착된구문으로대상을틀어쥐는,악력握力넘치는문장이매력적일것이다……
그리고이변은없다.이번에도우리의기대는어김없이충족된다.신형철(문학평론가)

그때그여자들,
사적이며공적인‘나’의이야기
이야기는중년여성김유경이오랜친구김희진의소설『지금은없는공주들을위하여』를읽게되며시작된다.대학동창인그들은“절친하다거나좋아하는친구라고는말할수없”고“끊어진건아니지만밀착될일도없”는,어쩌다보니가장오랜친구가된묘한관계다.같은시공간을공유했으나전혀다르게묘사된김희진의소설속기숙사생활을읽으며,김유경은자신의기억을되짚는다.
기숙사에서가장중요한것은룸메이트다.타의에의해임의로배정된네명이한방을쓰는데‘임의’의가벼움에비해서로주고받는영향은터무니없이크다.국문과1학년김유경의322호룸메이트는화학과3학년최성옥,교육학과2학년양애란,의류학과1학년오현수다.최성옥과절친한송선미의방인417호사람들(곽주아,김희진,이재숙)과도종종모이곤한다.
1977년의이야기는3월신입생환영회,봄의첫미팅과축제,가을의오픈하우스행사등주요한사건위주로진행된다.김유경의서사가굵직하게이어지는사이사이,322호와417호의룸메이트인일곱여성들의에피소드도다채롭게전개된다.그들은각자“성년이되어가는문으로들어가”“낯선세계에대한긴장과혼란과두려움속에서자기인생을만들어”간다(2016년작가인터뷰).김유경은말더듬증이라는약점때문에자신의욕망을내리누르며,말과행동이필요한순간입을다문다.회피를방어의수단으로내세우면서자신을끊임없이세상의어중간한어디쯤에위치시키려한다.한편누군가는자신의욕망에충실하다.무리에휩쓸리지않고번거로움을감수하며취향을조용히발전시키는오현수,남을끌어내려항상주인공이되길바라는김희진,그와비슷하지만남의눈이아니라무엇보다자신의욕구충족이중요한양애란이그렇다.지향점과실제의삶에괴리가심한사람도있다.최성옥처럼자신이선택한남성에의해그괴리가발생하기도하며,끊임없이다른사람을자신의입맛에맞추어교정하려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자신이매사주요하게지적했던바로그지점에서발을헛디뎌버리는곽주아같은경우도있다.그들은“치졸하고나이브”(「작가의말」)하며,소탈하기도섬세하기도하다.선량하고도얄미우며까칠하면서도유약하다.마치오늘의우리처럼.

여러문학평론가가언급하듯,한국문학이어떤‘인물’을통해인간과인간의근원적인고민을드러낸다고할때많은경우그‘인물’앞에는은연중(남성)이라는괄호속함의가있었다.여성들은문학속‘(남성)인물’에젠더를교차해자신을이입해야하는경우가많았다.“여성의경험에중실한입사이야기initiationstory”(신형철)인『빛의과거』는여성들의다양한모습을생생하게그려내면서이입의거리를좁힌다.그렇기에“은희경을읽는다는것은언제나한국현대여성의목소리를듣는일”이된다.“나와닮은목소리”(정세랑)로쓰인이소설을읽고나면내얼굴과닮아있는소설속그들의안부를묻게되는것이다.“그많던여성대학생들은모두어디로간걸까”(고요서사차경희).

지금눈앞에도착한기억의빛
‘미지를통과해이제야내게로도착한빛이었다’
『빛의과거』에는1970년대의정치?문화적시대상이뚜렷하게드러나있다.
그때학생들은독재정권에맞서전단을돌리고어용총장임명에항의해검은리본을달았다.학생운동을하다구속?구금되는일이다반사였다.김유경은치열하게투쟁하지않지만,매사에튀지않고나서지않으며한발을빼는그의삶의방식역시돌고돌아시대상황과맞닿아있지않을까.김유경이‘모범’혹은‘평범’이라는태도를걸치기시작한큰원인은말더듬증이다.군사훈련을연습하는수업인고등학교〈교련〉시간에구령외치기를강요당하고부터말더듬증트라우마가강화된것으로미루어보면,‘회피’라는수동적처세방식은오롯이김유경개인의나약함에서만비롯된것은아닐듯하다.“훈육과세뇌에는탈출구가없다.사람을무기력하게만들기때문이다.그렇다면나는내가원하는모습으로바뀔수도없으며,끝없이반복되는그틀의궤적에부딪히고상처입고위축되며계속해서눈치껏나를속이며살아야하는걸까”(p.245).
어길수없는명령이주어지고그에따르지못하면마땅히불이익을당해야했던시대의폭압은소설곳곳에공기처럼배어있는데,지방도시출신인김유경이고속버스터미널에귀향표를예매하러갔다가허탕을치고돌아왔을때의경험에서단적으로드러난다.“정수리위로대나무장대가수평으로빠르게왔다갔다하며머리통이솟아오르지못하도록위협했다.조금이라도허리를폈다가는노인이든어린아이든가리지않고머리통을맞아야했다.그들이아무이유도없이위치를바꾸라고명령하면군대에서기합을받듯이무릎걸음으로움직였다”(pp.243~44).

한편,풍부하게묘사된문화적풍경은이소설을읽는또다른즐거움이다.‘맛동산과인디안밥과티나크래커,밀감’을차려놓은입사환영식에서부터‘알릿사’‘롯데’‘베르테르’같은세계문학속남녀주인공이름을적어미팅파트너를정하는방식,카세트플레이어로듣던에프엠방송「밤과음악사이」와,‘대학가요제’‘싱어롱다방’‘음악감상실’,찻집〈로터리다방〉〈가무〉,경양식집〈세실〉,〈은파여관〉등시대를대표하는고유명사들을포함한은희경특유의세심한‘디테일’은그시대를직접겪은독자들에게는물론이고겪지못했던이들에게도〈응답하라〉시리즈를보는듯한사소하고정겨운기쁨을느끼게해줄것이다.휴대전화가없던그때아침부터저녁까지2백명넘는기숙사생의연락을책임지던‘귀한전화’에나만을위한연락이걸려오는일이얼마나절실했는지온전히전해지는것은은희경문장의힘덕분이다.
1977년발사된보이저호에실린디스크에는“혹시나만날지도모르는외계생명체를위한지구의자기소개서”(p.161)가들어있다.세계각국의언어로된환영인사말,당시유행하던노래와보들레르의시,지구의사진등이포함된이음반의이름은‘지구의목소리’다.인간에게서떠나가장멀리까지간보이저호에실린‘지구의목소리’처럼,『빛의과거』를기억을되짚으며오늘의나에게안부를묻는은희경이기록한‘어제의목소리’라고불러볼수도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