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이홍 연작소설집)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이홍 연작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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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이홍, 10년 만의 소설집

욕망의 기호로 빚어진 희대의 악인
그를 키워낸 악의 토양을 탐색하다
상류 사회를 흥미롭게 드러내며 치밀한 기획과 연출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능동적으로 실현하는 인물들을 제시해온 소설가 이홍의 연작소설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07년 장편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뒤, 2009년의 『성탄 피크닉』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첫 소설집이다. 2007년부터 2019년 사이 발표한 소설 네 편이 희대의 악인 ‘오미나’를 축으로 다듬어 묶였다.

이 시대의 악인은 어떤 모습일까. 오미나는 외적으로 완벽한 여성이다. 그러나 가족을 잃으며 비극적이라 할 만한 삶을 살아왔다. 한 여성의 30년 인생이 압축돼 있는 연작소설집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악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탁월한 참고 문헌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마흔 살 오미나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스토커」로 시작되어 처음 악인으로서의 두각을 나타낸 아홉 살 때의 에피소드인 「메인스타디움」으로 마무리된다. 오미나의 기묘한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며 따라 읽다 보면, 이 인물에 매혹되었다가 그를 연민했다가 결국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독자 자신의 욕망과 죄의식을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홍

1978년서울에서태어났다.장편소설『걸프렌즈』『성탄피크닉』이있다.2007년오늘의작가상을수상하였고,2010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부문차세대예술가(AYAF)로선정되었다.현재차기작의배경인싱가포르에서살고있다.

목차

스토커
50번도로의룸미러
드레스코드
메인스타디움
해설생존지능이진화할때(강유정)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것은사람의눈이다.
아무리삼켜도채워지지않을굶주린새하얀눈자위,
영원히감기지못할두눈,바로자신의눈.”

첫문장이열리는순간부터하나의단서라도놓쳤을까봐숨죽이며읽어내려간다.이내그들이흘리는땀방울에내이마를훔치며집중했고,그순간들이지나자약간은서글픈마음이차올랐다.인물들의내면깊숙한곳에숨겨진어둡고섬뜩한민낯이드러날때마다문득문득나를마주할수있었기때문이다.박지윤(방송인)

이홍은평생을범죄곁에머물렀던한여성을단지,보여준다.중요한것은이오미나라는인물이가진요령부득의매력이다.오미나를진정괴롭히는것은자신의힘으로통제할수없는,굴종을요구하는현실이다.오미나를불안하게하는것역시자신이갖고싶은것앞에놓인장애물들이며그것을만끽하는순간의지연이다.그런점에서오미나는한국문학사상거의본적이없는매우독창적인악인이다.강유정(문학평론가)

질투와시기를불러일으키는연민의대상,‘오미나’
마흔살오미나는사회에서성공한여성의표상이다.아나운서출신으로자기이름을건토크쇼를포함해방송여러편의MC이며베스트셀러에세이스트다.온갖미사여구를동원하여묘사될정도의미인인그는강남의고급아파트에거주하고마세라티를몬다.매주10킬로미터씩달리고러닝을마치면인근스파에서타이마사지를받으며꾸준히피부과를다닌다.옷차림도말투도동작도,우아하고세련되기그지없다.「스토커」에서는오미나가누리고있는여유로움을표현하기위해그가손에쥔외적가치들을정성들여나열한다.살아오며겪은주변인물들의비극은오히려오미나를좀더특별한사람으로만든다.이십대에어머니가죽었고,남편은결혼4년차에교통사고로즉사했으며,아들은실종되었다.이연작소설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강유정의말처럼비극으로인해오미나는“질투와시기를불러일으키는연민의대상”이되며,비극을후광으로삼아오미나의현재는실제이상으로빛난다.

난모든걸잃었지만아무것도버리지않았어.그래서더아름다워지기로했어.더,더,강해지기로했어.더,더,더,외로워지기로했어.내게허락되었던것들을잃지않기위해,내게허락되지않았던것들을잊기위해.그것만이이생에서의나를견디게해줄테니까.
(「스토커」,pp.55~56)

“기억하기싫은일은기억할수없는일이되어야만한다”
「스토커」에서오미나는스토킹의피해자로등장한다.누군가고급차에래커칠을하고,협박편지를보내고,목잘린반려묘를선물한다.스토커를찾아가는과정에서약혼자의부도덕성과비서의비밀이드러나지만여러암시로인해진짜범죄자는오미나일지도모른다는불편한의심이고개를든다.“그의손으로저지른끔찍한사건이,그의약혼녀가감내해왔던불행의연속을멈추었다”같은문장에서확인할수있듯,목적달성을위해직접손을더럽히기보다는범죄가일어날수있는상황을만들고누군가를도구로삼아조종하는것,그것이오미나의방식이다.
암시가확신이되는것은그다음이어지는「50번도로의룸미러」에서다.신분/계층적재생산구조로서의결혼과출산,육아의이면을발견할수있는이작품속삼십대의오미나는부유한집자제인남편과사별하고심리적으로불안한아들을키우며산다.오미나는아나운서였던이십대에꿈꿨으나소유하지못했던것들을결혼을통해갖게되지만,결혼의성과를문서로획득하기위해아이가클때까지절대일하지않겠다는서약까지해야한다.유일하게우회적방식을택하지않고직접범죄를저질렀다고추측할수있는이소설에는미스터리한인물인오미나의심리적근간이비교적잘드러나있다.아나운서로계속일하고싶은욕망과,상승한사회적지위와계급을공고히하기위해아이의엄마이자며느리로서제대로인정받고싶은욕망사이에서오미나의내적갈등이두드러진다.그러나작가가건조한문체로소설곳곳에뿌려둔암시들은내적갈등마저오미나가자신의행동을정당화하고공감을얻기위해조성한알리바이가아닐까의심하게만든다.

타인의욕망이키워낸미즈리플리Ms.Ripley
쉽게마음을놓을수없게하는『나를사랑했던사람들』을읽다보면의문을품게된다.남부러울것없어보이는오미나는왜악행을저지르는가.무엇이그를악인으로만든것인가.공포는원인을파악할수있을때통제가능해진다.“프로파일링의세계는이해할수없는범죄를통제가능한이해의범주안에넣고자하는사회안전망의기획이다.트라우마는그중에서도가장설득력있고,개연성있는범죄의원인이다”(강유정).「드레스코드」는오미나를이해하고싶어하는독자들에게힌트가되어준다.이십대의오미나는남자친구에게어머니가자신을감금하고학대했다고거짓말한다.어머니의오랜애인에게접근해유혹하기도한다.예측할수도통제할수도없어공포의대상이되어버린딸이어릴적부터써온일기장을오미나의어머니와함께훔쳐보면서,독자는아름다운어머니와의비교가오미나를초라하게만들었으며다른남성과부적절한관계를맺기위해어머니가어린오미나를방기했음을알게된다.오미나의트라우마는어머니에게서시작되고,오미나는어머니와최대한비슷해짐으로써어머니를파괴한다.
그러나트라우마는너무손쉬운해법이다.자신의욕망을이루기위해모든방해물을오랜시간공들여치워버리는방식은오미나가아홉살이던때부터유효했음을마지막소설「메인스타디움」에서확인할수있다.오미나는어릴적부터세속적기준에맞추어자신을‘개조’해왔다.타고난악인오미나가과연사이코패스인지는독자에따라달리판단할문제이지만,오미나의욕망은궁극적으로자신의것이아니다.그는어딘가에있을것같지만어디에도없는,일종의상징이다.특출난존재가되고싶다는지극히평범한욕망.우러러봐줄누군가의눈이없다면아무것도아닐,타인의기호로쌓아올린오미나라는존재는우리가살아가고있는오늘의욕망을응집한시대의적자일것이다.‘욕망’의작가이홍이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