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의 노래

울타리의 노래

$9.24
Description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다양한 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함축된 언어의 미학을 엿볼 수 있으며, 그 속에 담긴 깊은 사색이 독자를 문학의 세계로 이끈다. 새로운 시선이 돋보이며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시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설빈

1989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목차

1부
기린의문
폭넓은지붕
레킹볼
태양없이
쏟아지는샹들리에
레킹볼레킹
99.9
나무의베개
몰락의맛
만종
끌어안는손
울타리의노래
검은의자
의자넘겨주는사람

2부
빨간호두
수프숲숨
숨숲수프
베개는불능의거푸집
베개는불능의거푸집
리만의악어구두
햄스터철창갉는소리
두번째기도의환승역
범퍼카는황야로간다
그의피한방울을나는약속받았다
불안의탄생석
너무낮은언덕
죽은자의사랑스러운쪽
베개는불능의거푸집
구멍난궤짝속에서
가을을닫기전에

3부
어두워지는촛대
세번째화분의햇빛도둑
1830
두겹의창
겨울의맹세
의자밀어주던사람
빌헬름의침묵
커다란물탱크가있던집
howling
협상
오늘은혼자놀이터갑니다
그럼내가웃어야하나요?

4부
터널끝의소리굽쇠1
베개는불능의거푸집
NOPARKINGNOHORN
쓸데없이해맑은추
13월의입
일방통행
13월의귀
전조

출판사 서평

“어렵고
가렵다
두렵고
마렵다”

세상의모든경계에서자아낸시
불가능한균형으로가득찬불안의서

201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한시인이설빈의첫시집『울타리의노래』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등단당시심사위원들은그의시가말의반복과변주를통해리듬감을형성하면서시적긴장을성공적으로이루어냈다고평하며,구조적인배치가안정적으로구현되었을때의매력에주목했다.5년넘게쓰고다듬은시50편이담긴『울타리의노래』에는이러한이설빈시의장점이더욱선명하게드러나있다.이설빈은“매일태어나는불능과더불어일상을살아가는이의외침과속삭임”(문학평론가조강석)을담아낸다.있는힘을다한하루의끝,“피로가너무선명해서잠들지못”(「레킹볼」)하는새벽과눈을떠다시몸을일으키려는세계의아침.이시집은그모든시간에밀려드는정서를포괄해이야기-우화로풀어놓는것이다.

시를쓸때는,불가능한게불가능을앞서서,결국엔쓰면서보여요.그럴때뭔가를쓸수있는것같아요.그뭔가와함께새로재편되는느낌._2018년〈데일리포엠〉인터뷰에서

『울타리의노래』는수평의균형감각과평정상태가무너지는계기와양상을우화로서펼쳐놓은,즉불안의정동이중심에놓여있는시집이다.시인은기울어짐에대한예민한감각,불안을직정적으로토로하는대신정동적정황을통해독자의편에인계함으로써,공감에호소하기보다는독자로하여금각자자신의불안을계량해보게한다._조강석(문학평론가)


“혼자서도참잘다치시네요”
상처투성이피로의양식

나는얼마나더헐떡여야할까
유실된종착지에다다르기위하여
나는내확신의뒷굽을몇번이나갈아야하는걸까
―「나무의베개」부분

이설빈의시는쉼없이달려가고있다.어딘가로부터도망치고있는듯도,어딘가를향해가고있는듯도하지만어찌됐든멈추지않는다.출발지에서멀어졌으나달리다보니종착지는사라져버린상태,그러니멈출수없다는표현이좀더적확하다.무턱대고달리면종착지인줄알았던것이사실장애물이나통과지점인경우가많은데,마치막다른길처럼보이지만비껴갈수없어여전히달려서지나쳐야만한다.죽기전까지는끝나지않는달리기처럼.이설빈의시를삶에대한비유로만읽는다면분명너무좁고투박한독해겠지만,이고됨과허덕임은반복되는일상을문득낯설게의식하는순간몰려드는무게감과닮았다.

이시집의해설을맡은조강석은이설빈의시가우화parable적이라고보았다.우화는구체적인장면들을통해환영적인깊이를만들어낸다.등단작이자표제시인「울타리의노래」에는이러한우화적인면모가특히잘드러나있다.‘나’는“건초지”를달려울타리를넘어가는아이와어른들을지켜보면서경계에걸터앉아있다.“나를가리키던시간들/내가될수없던몸짓들/그것들모두가/내생의단위로자라날때까지”“여기,나는완강히버티고서서”“그모든걸굽어”본다.그사이사이종착지인“목초지”에도착하기에는‘아직멀었다’는말이표현을달리하면서여러차례반복된다.들이닥치는울타리들을넘고넘어도“아직목초지는멀다”.“모든걸넘겨보”내고오랜시간이지난뒤에유령같은“그림자”만이울타리를넘는다.왜넘는지도모르는채뛰어넘어가버린사람들은어디로갔을까.뛰어넘지않으면누군가나를뛰어넘고야말것같은불안은어디에서온것일까.끝내가닿지못하고눈이멀어버리는지독한피로가여기에있다.
이리저리끌려다녔지결국
내덜떨어진생의균형추는이렇게
나를까부수고있지안쪽부터느리게느리게
망각보다도느리게
생이우리로부터설득력을잃어가는속도로
―「레킹볼」부분

“나는앉거나서지도자거나깨지도않고기울어져”
필연적불안의탄생
“내덜떨어진생의균형추”는“안쪽부터느리게느리게”늦된‘나’를부순다.『울타리의노래』에는균형감각과평정상태,기울어짐에대한이미지가수록시들의일화anecdote적면모와함께또렷하게드러나있다.마찬가지로외적형태도동일하거나유사한문장이병치/반복되며시의축을이루고그사이는아주내밀한이야기로채워진다.이설빈의시는사적이고내밀한이야기를은폐하거나누설하려는‘나’의욕망을“세상과의멱살잡이”혹은“세상과의악수”(「베개는불능의거푸집」,p.65)같은상반된이미지로“내내쌓아두고저울질”한다(「구멍난궤짝속에서」).이균형은어떠한균형추로도영원히유지될수없는팽팽한긴장상태에있으며,따라서균형을지속하려는시도는필연적으로불안으로이어진다.
그러므로이설빈의시집은말할수없는정서를“버티고서서”(「울타리의노래」)오래도록바라보고자하는,그리고그것을‘쓰는몸’이되어기록하려는불안의서다.“기울어진다/수평이무너진다내가딛고있던/매듭이끊어진다”할지라도“언제나처음인것처럼”다시시도한다(「불안의탄생석」).그의시는“엄연히존재하는불안을부정하거나낙관으로쉽게대체하는정신승리대신불안을기억하라는것에가깝다”(조강석).희미한존재인“기다란그림자”(「울타리의노래」)는시집마지막시에서“자신이헤쳐지나온건초지”를돌아보고,마침내그토록오래바라보던“울타리”가“불길에사로잡히는”모습을발견한다(「전조」).불안을기억하고불가능함을새긴채로이설빈의시는그렇게이시집안에서조금씩나아가고있다.그리고『울타리의노래』를넘어그발걸음을이어갈것이다.언제나“쓰는몸”으로서“자신을딛고서있기위하여”(「레킹볼레킹」).

그저자신을딛고서있기위하여―끝까지물고늘어지기불안과피로가만든소실점으로두눈이빨려들때까지매달리기사슬처럼새어나가려는한기를끌어당기며여러겹으로웅크리기번데기처럼등이쪼개져세상의끝으로굳어버린발자국처럼
―「레킹볼레킹」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