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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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남편들과 아들들이 등에 무기를 지고 다니는 동안
여인들이 베트남을 짊어지고 있었다. 남자들이 정글에서 나와 논두렁을 걸어 다니기 시작한 뒤에도
여자들의 등에는 여전히 소리 나지 않는
베트남의 역사가 얹혀 있었다.”

2018년 뉴 아카데미 문학상(대안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 베트남 보트피플에서 국제적 작가로 발돋움한 킴 투이 고통과 절망을 의지와 연대로 헤쳐나간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열 살 때 베트남을 떠나 퀘벡에 정착한 보트피플로서, 자전적 소설 『루ru』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열며 국제적 작가로 부상한 킴 투이Kim Th?y의 데뷔작 『루』와 두번째 장편소설 『만m?n』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킴 투이는 변호사, 대사관 직원, 레스토랑 경영 등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나, 삶의 무게와 성찰이 담긴 그의 작품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으며, 전 세계 2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루』는 캐나다 ‘총독문학상’ , 프랑스 ‘에르테엘-리르 대상’ 등 다수의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첫 작품을 낸 지 10년 만에 심사위원과 연관된 성추문으로 취소된 노벨문학상을 대신하는 뉴 아카데미 문학상 최종심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킴 투이가 세계 문단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울림이 있는 동시에 아름답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의 체험이 녹아든 그의 작품들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역사가 배어 있음에도 섬세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미적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킴투이

1968년베트남사이공(현재의호찌민)에서태어났다.10세때가족과함께보트피플로베트남을떠나난민신분으로지내다1979년말캐나다에정착했다.몬트리올대학교에서번역학·법학학위를취득한뒤변호사로일하고영사관에서근무하기도했다.그후루드남RudeNam이라는식당을운영하면서베트남음식을소개하는요리연구가로활동하다가작가의길로들어섰다.첫책『루ru』는출간되자마자퀘벡과프랑스에서베스트셀러가되고지금까지25개언어로번역되었다.캐나다의권위있는‘총독문학상’과프랑스의‘에르테엘-리르대상’등국제적인상을받고,이후『만man』『비vi』등을출간하며세계무대에서인정받는작가가되었다.2018년에는심사위원을둘러싼추문으로취소된노벨문학상을대신한뉴아카데미스웨덴문학상최종후보로올랐다.

목차



옮긴이의말?루ru,흘러내린눈물과피에비치는자장가

출판사 서평

루ru,흘러내린‘눈물과피’에바치는‘자장가’

“인생이라는싸움에서는슬퍼하면진다.”

킴투이는베트남전쟁의향방을가르는전환점이된1968년구정대공세동안에사이공에서태어났고,열살때가족과함께‘보트피플’로베트남을떠나말레이시아난민수용소를거쳐퀘벡에정착했다.킴투이의첫장편소설『루』는사이공?말레이시아?퀘벡으로이어지는30년동안저자가겪은체험을바탕으로한다.
‘평온함’을뜻하는안띤이라는이름의베트남소녀는어머니품처럼따뜻했던베트남을떠나옷을입고있어도“발가벗겨진기분”을느끼게하는추운캐나다퀘벡에서이민자의삶을살아간다.프랑스식민지였던베트남의상류층으로프랑스어에익숙했던주인공의부모는난민수용소에서이주지로퀘벡을선택했고,어린소녀와형제들은차고에서사촌들과재봉틀을돌리며,방과후에는불법으로강낭콩농장에가는작업트럭에올라타며아메리칸드림을이룬다.
‘루ru’는베트남어로‘자장가’란뜻이고,프랑스어로는‘실개천’,‘(눈물,피,돈의)흐름’을뜻한다.주인공안띤은나라가둘로나뉘어싸우던베트남시절의집안이야기부터난민으로서캐나다에자리잡아두아이의어머니가된후까지의이야기를실개천이흐르듯,자장가를부르듯차분하고담담하게읊조린다.역사의소용돌이,국가적비극속에서나약했고또삶에대한의지로극복했던한집안,인간의여정을시처럼풀어낸다.“인생이라는싸움에서는슬퍼하면진다”라는베트남속담그대로운명을조용히감내하지만그수동적고요함속에강한힘을갖는삶들이그려진다.

대문자‘H’로시작하는역사에가려진그들의이야기story

“나는학교교실에서는영원히자리를얻지못할역사의한토막이기억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파스칼에게이이야기를들려준다.”

전쟁,난민생활이라는국가적?개인적비극,고난속에서도킴투이가몸에새기고기억하는것은인류애그리고연대감이다.선창에끼어앉아“끝없이펼쳐진망망대해”에서“100개의얼굴을지닌괴물”과싸우며시암만을건너온,이글거리는태양아래“200명을위해준비된수용소를가득채운2,000명의난민”틈에서버텨낸,그리고조건없이손을내밀어준“너무도하얗고너무도순결한”눈[雪]의나라에새로뿌리를내린과정은저자자신만의것이아니라동시대를살아낸수많은베트남인이공유한경험이다.
그리고역사속에분명하게기록된이야기들에게가려진,침묵속에흘러간이야기들이있다.그것은전쟁터에나간남편과아들,아버지와오빠를대신해서땅과집을지켜내야했던베트남여인들의이야기다.킴투이는바로그이야기들에귀를기울인다.그녀의눈에온종일논에서일하느라하늘을본적이없어등이굽어버린늙은여자들이짊어진것은바로베트남의역사다.밤새만든음식을분유깡통에담아품에안고서생사를알수없는남편을찾아사상교화소로향하던아내들,여린살갗과미소로“퇴폐적유흥”에몸을내맡겨야만했던딸들도있다.그리고베트남인들과다른“밀크커피빛깔의피부”를가지고서도‘고향’으로돌아갈날을기다리며뉴욕브롱스의거리를배회하던“전쟁의감춰진얼굴”들도있다.
베트남과캐나다,혹은그어느다른나라든,다른때,다른곳에서다른양상을보이더라도그여인들의삶은대척점이아니라모두함께이루어낸삶이다.킴투이의작품들은전쟁뒤에가려진베트남여인들의삶에대한연민혹은연대감이연결되어있다.

새로운시각,새로운형식의디아스포라문학

다른이주문학에서흔히보이는분위기와달리『루』의분위기는평온하다.보통의디아스포라이야기들이잃어버린과거의땅에대한향수와영원히주변부에머물러야하는현재의땅에서겪는소외감사이에서겪는정체성의혼란을담고있는것과달리,『루』의주인공은두조국사이에서오히려실존의슬픔을이겨낼힘을얻는것처럼보인다.또다른‘어머니의나라’퀘벡의작은도시그랜비는“미숙아로태어난아이를돌보는어머니같은정성”으로그들을품어주었다.그들에게그랜비는지나간고통을달래주는자장가였다.거꾸로떠나온아열대의나라베트남의기억역시“눈덮인땅으로옮겨심긴”이들에게삶의고단함을달래주는자장가가된다.
‘동포들에게Auxgensdupays’라는『루』의헌사역시이러한‘이중의정체성’을잘드러낸다.‘동포’는베트남에남아버텨낸동포들,나아가함께바다를건너북미대륙에이주한동포들을말할것이다.하지만‘gensdupays’가캐나다의유일한프랑스어권으로자신들만의공동체를유지하고있는퀘벡에서사실상국가처럼불리는노래라는점에서,이헌사는저절로퀘벡을환기한다.킴투이에게는‘양쪽모두가‘동포’인것이다.그녀에게는“유전적기억”과“정서적기억”이충돌하기보다는서로를보완한다.킴투이는베트남인도퀘벡인도되지못한것이아니라,베트남인이면서퀘벡인인것이다.그렇기에새롭고도가슴에와닿는이주문학을보여줄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