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이상 (날개) 이어쓰기)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이상 (날개) 이어쓰기)

$12.00
Description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날개」 그 후, 여섯 편의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이상 「날개」 전문 수록
다가오는 2020년은 작가 이상이 태어난 지 110년째 되는 해다. ‘천재’와 ‘광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 이상은, 근대 문인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문학적 자장이 넓고 크다. 그는 시, 소설을 비롯해 수필에서도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으며, 그의 문학은 당대뿐만 아니라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날개」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으로,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널리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식민지 지식인의 불우한 자의식을 그린 소설로, 흥미로운 경구의 삽입을 통해 모더니즘을 실험한 소설로, 자본주의 화폐경제를 재현한 소설로도 「날개」는 그간 다양하게 읽혀왔다. 이 같은 수많은 해석들에 지금-여기의 독자들은 어떤 독해를 추가하며 「날개」를 살아 있는 텍스트로 되살릴 수 있을까. 이렇듯 「날개」라는 정전화된 텍스트를 시대에 맞게 새로 ‘읽을’ 가능성을 확인한 기획이 바로 대산문화재단이 엮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이상 「날개」 이어쓰기』다. 이 책은 지금-여기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섯 명의 소설가(이승우, 강영숙, 김태용, 최제훈, 박솔뫼, 임현)가 새롭게 시도한 「날개」 이어쓰기를 통해 이 작품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8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 감동을 고스란히 잇는 여섯 편의 작품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아로새겨져 있을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시’ 날개를 펼치며 되살아난다.
저자

이상

1910~1937
본명김해경.1910년서울에서태어나1912년부터백부의집에양자로들어가20년넘게생활했다.1926년경성고등공업학교건축과를거쳐1929년에는조선총독부내무국건축과에서기수로근무했다.1930년에처녀작인「12월12일」을『조선』에연재하면서독특한작품세계를펼쳐보였다.1932년백부가사망한뒤이듬해금홍을만나다방‘제비’를개업하면서많은문인들과교유했다.같은해에『조선중앙일보』에시「오감도」를연재하기시작했으나독자들의거센항의로중단되었다.동인지『시와소설』의창간호편집에참여하는등활발한구인회활동과더불어소설「날개」를발표하며일약문단의총아로주목받기시작했다.이후시,소설,수필등다양한작품활동을펼치던도중,1936년10월에동경행에올랐다.이듬해일경에게체포되어경찰서에구금되었다가병보석으로풀려났다.한달여뒤인1937년4월17일에28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목차

날개_이상

사이렌이울릴때_이승우
우리들은마음대로_김태용
진술에따르면_임현
마지막페이지_강영숙
1교시국어영역_최제훈
대합실에서_박솔뫼

해설「날개」를읽는여섯개의시선_조연정(문학평론가)
이상연보
지은이소개

출판사 서평

“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아시오?”
「날개」다시읽기

이상의대표작「날개」는당대한국모더니즘문학의수준을가늠할수있는작품으로널리읽혀왔다.“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아시오?”라는질문으로시작하는이작품은,질문과답변의형태,아이러니,패러독스,비유등독특한문체와구성으로이뤄져있으며사회와의단절된공간에유폐된주인공의자의식적세계를내적초점화를통해서술하고있다.주인공인‘나’는돈을변소에집어넣거나아내에게받은돈을다시돌려주는등근대자본주의의토대인화폐의가치를부정하면서끊임없이쾌감의세계,욕망과무의식의세계를탐닉하는데몰두한다.근대경성은자본주의화,성의상품화그리고인간관계의단절등으로인해“회탁”의거리로변질되었고,그속에서지식인은희망과야심조차말소된채살아가는것이다.그리하여마지막부분“날자.날자.날자.”는마침내의식의회복,주체의각성을일깨우는외침에다름아니다.

“우리들은서로오해하고있느니라.”
「날개」를읽는여섯개의새로운시선

「날개」는또한‘오해’에관한소설이다.‘나’와‘아내’는서로를‘오해’하는부부로등장하고,아내의(성)노동에기생하며쓸모없는“연구”와“발명”에만몰두하는‘나’는자신에대한독자들의‘오해’를조장하는편이다.이처럼이상의「날개」는모든인간관계가‘오해’로점철되어있다는것,그것만이인간삶의유일한리얼리티라는것을보여주는소설로도이해된다.모든인간의관계가,어쩌면가장내밀하다할수있는부부사이도혹은소설속인물과독자사이도,결국‘오해’로구축될수밖에없다는점을작품은흥미진진하게펼쳐보인다.
이승우의「사이렌이울릴때」,김태용의「우리들은마음대로」,임현의「진술에따르면」은「날개」와동일한시공간및인물을공유하면서비교적적극적인방식의이어쓰기를시도한다.이승우의「사이렌이울릴때」는「날개」의마지막장면에주목한다.미쓰코시백화점옥상에서정오의사이렌소리를들으며“날자.한번만더날자꾸나”를외치는「날개」속‘나’를대면하는또다른‘나’를등장시키는이작품에서는,정오의사이렌소리만맹렬할뿐그무엇도분명한것이없다.“나는나자신에대해서도확신하지못하는사람이되었다”라는사실만이확실할뿐이다.
김태용의「우리들은마음대로」와임현의「진술에따르면」은공통적으로「날개」속‘아내’를초점화하고있다는점에서흥미롭게겹쳐지는작품들이다.「날개」에서와달리김태용의작품속에서자신의목소리를얻게된그녀(‘나’)는매우솔직한여성으로등장하며,“박제가되어버린천재가등장하던영화는이제끝났고새로운영화가시작된것이다”라고,결국자의식과잉의무능한남편을버리고“나는,우리들은이제마음대로할수있다”라고선언하는소설로읽힌다.
임현의「진술에따르면」은백화점옥상에서투신한사내의죽음을조사하는과정을그리고있다.투신장면을보았다는목격자가있음에도불구하고,사내의아내는“아무래도내가……그사람을죽인것같다”라고자신의죄를자백한다.임현의작품은‘부끄러움’이라는감정교환과관련하여「날개」의화폐경제가의미하는바를날카롭게분석해보는소설로서흥미로우며,현재적관점에서더많은논의를가능케한다.
앞의세편의소설이「날개」의한장면혹은다른등장인물들을극대화함으로써정전자체에대한적극적인‘다시읽기’를부추기고있다면,강영숙의「마지막페이지」,최제훈의「1교시국어영역」.박솔뫼의「대합실에서」는이상의「날개」를후경으로설정하면서‘다시쓰기’의행위에더몰두한다.
강영숙의「마지막페이지」는어떤불행한사건을공유하고있는두친구의관계가그려진다.하나의방을비밀처럼공유하고있는‘나’와‘아내’사이의감정교환과서로간의오해를그리고있는「날개」의구조는강영숙의작품속에서도어느정도그대로반복되고있다.
최제훈의「1교시국어영역」은대입시험을치르고있는재수생의머릿속을스쳐가는생각들을두서없이나열하고있는데,그의도가비교적분명한풍자소설에가깝다.우리가배운「날개」에대한설명들,즉‘현대문명과의불화’나‘지식인의내면세계’혹은‘무력한지식인의분열상’이얼마나공허한이야기일수있는지를유머러스하게확인한다.
박솔뫼의「대합실에서」는이상의행로를따라서울시내의거리를,그리고동경의거리를하릴없이걷고있는인물들이등장한다.그들은계속실패하는숫자세기를반복하면서,서로돈을주고받는무용한행위를반복하면서,걷다가멈추고커피를마시고무언가를기다리고또걷는다.박솔뫼의작품은‘무용한시간’을재현하는소설처럼읽힌다.그리고그무용한시간들은이야기를읽고쓰는시간들을자연스럽게환기한다.

1936년잡지『조광』에처음발표된이상의「날개」는,어쩌면독자들의기억속에서“웬찌질한남자가혼자횡설수설하는”이야기이거나“고등학교때배운,그기둥서방얘기”정도로어렴풋하게남아있을지도모른다.『정오의사이렌이울릴때-이상「날개」이어쓰기』는여섯명의작가가이어쓴여섯편의작품을통해여섯개의다른빛깔로변주되며정전화된텍스트인「날개」를다시읽고그의미를현재적의미로되살리고있다.과거의빛바랜텍스트가아니라오늘날에도여전히빛을발하는유의미하고새로운텍스트로서의가능성을타진하며,지금-여기의독자들에게새로운독서의가능성을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