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족영원 (신해욱 시집)

무족영원 (신해욱 시집)

$12.00
Description
신해욱의 웜홀을 통해 무한히 거듭해보는 사랑의 회고
정제된 언어와 견고한 형식으로 주목받아온 신해욱의 네 번째 시집 『무족영원』. 5년 만의 신작으로, ‘나’에 대한 탐구로 조금씩 ‘너’라는 타자를 꿈꾸게 된 저자가 비로소 실족(失足)이라는 투신의 자세로 써 내려간 과감하고 애틋한 고백이다. 저자는 이번 시집을 하나의 무족영원류로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뒤쪽에 위치해야 할 3부의 시편들이 1부를 앞질러 놓여 있는 형식이나 ‘시인의 말’을 반으로 나누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시켜놓은 구성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머리와 꼬리를 구분하지 않으려는,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우려는 저자의 노력은 무한한 궤도의 원형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자신이 불완전한 반원에 갇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반쪽을 찾기 위해 반원의 형태로 전진하며 온몸으로 이 세계의 내부를 향해 파고든다.
저자

신해욱

시인신해욱은1974년춘천에서태어나1998년『세계일보』신춘문예를통해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시집『간결한배치』『생물성』『syzygy』,산문집『비성년열전』『일인용책』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III
아케이드를걸었다/단춧구멍전문/화훼파/무족영원/파훼/정오의신비한물체/이렇게맑은날에/햄릿상자/천변에서/어디까지어디부터/빈교행/이렇게추운날에/화이트아웃/실비아/사운드트랙/윤달이온다/옥텟/조그만이모들이우글거리는나라

I
음악이없는실내/마술피리/채색삽화/휴머니티/난생설화/홀로독/클론/나무젓가락이없는집/종근당에갔다/드링크/박색키르케/실버클라우드/악천후/수안보/완전한마모의돌찾기대회

II
같이가자그래두가지두않구/영구인플레이션에서의부드러운탈출/영구인플레이션으로의부드러운함몰/몬순/국립도서관의영원한밤/웃지않는소설/규방가사/π/감광/걸레를들고우두커니/리와인딩/남궁옥분상태/그만두기흔들리기헤르츠/말복만찬/과자를주지않으면울어버릴거예요/레퀴엠/놓고온것들/여름이가고있다

출판사 서평

너를향해온몸으로써내려간시
끝과시작을관통하는이채로운모험

정제된언어와견고한형식으로주목받아온신해욱의네번째시집『무족영원』(문학과지성사,2019)이출간되었다.인칭없는고백과시제를넘나드는아이러니로“신해욱의웜홀”(시인김소연)이라는독특한균열을선보인『생물성』(문학과지성사,2009),“근원이라할만한것에나아가기위한안간힘”(시인김사인)을보여주었다는평을받은『syzygy』(문학과지성사,2014)이후5년만의신작이다.
이번시집에서신해욱은지금껏시도해온‘1인칭의변신술’을오롯이체화하여스스로를“반원”(「π」)의형상에가둔다.다리없이,앞을내다보는눈도없이땅속으로깊이파고드는무족영원류가되어자신만의웜홀을통해“세계의심장”(「영구인플레이션에서의부드러운탈출」)을찾아헤맨다.“채집자나광부의마음으로”시를쓴다는한국문학번역원과의최근인터뷰에서처럼심연의“틈이란틈을/샅샅이더듬는긴여정”(「완전한마모의돌찾기대회」)을감행하는것이다.그끝에서시인이발굴하고자하는대상은바로‘너’다.“수세기를건너뛰지않으면잡히지않는맥박”(「과자를주지않으면울어버릴거예요」)처럼현실에서는이루어질수없는너와의조우.그러므로『무족영원』은‘나’에대한탐구로조금씩‘너’라는타자를꿈꾸게된시인이비로소실족(失足)이라는투신의자세로써내려간과감하고애틋한고백이다.

나는다소용이없었다
나는전혀무섭지않았다
―「화훼파」부분

“나는단순해지려고한다.아름다워지려고한다”

신해욱은이번시집을하나의무족영원류로만들고자한다.그것은뒤쪽에위치해야할3부의시편들이1부를앞질러놓여있는형식이나‘시인의말’을반으로나누어책의처음과마지막을연결시켜놓은구성에서도짐작할수있다.머리와꼬리를구분하지않으려는,시작과끝의경계를지우려는시인의노력은“지구는둥글고끝이나지않을것같았네”(「어디까지어디부터」)라는구절처럼무한한궤도의원형을추구한다.그렇지만시인은자신이불완전한“반원에갇혔다”(「π」)는사실또한알고있다.그래서다른반쪽을찾기위해반원의형태로전진한다.마치“열대에서식하는백여종의눈먼생물”(「무족영원」)처럼온몸으로이세계의내부를향해파고든다.

구덩이를만들고있다.서두르자.[……]구덩이옆에는구덩이에서파낸흙더미.흙더미의흙은말할수없이곱다.지렁이는흙을먹는대.구덩이안에는구덩이의모자란깊이.
―「윤달이온다」부분

시인이파내려가는“구덩이”의이미지는“단춧구멍”(「단춧구멍」),“열쇠구멍”(「이렇게추운날에」),“햄릿구멍”(「햄릿상자」)등으로반복되어나타난다.이렇게“벌어진틈으로미지의액체가콸콸흘러”(「파훼」)넘쳐시인은다리없이도미끄러지듯나아갈수있다.마치자신의시어처럼단순하고아름답게.그렇지만세계에침투하여너에게닿으려는노력은좀처럼성사되지못한다

“놓고왔을리가없다나는뒤를돌아본다”

시집에서‘너’는언제나찾아헤매야하는대상으로“만지면묻어”(「마술피리」)나거나“가장자리를따라덧나는”(「악천후」)존재에가깝다.이따금씩너는“더할나위없는내자리에서”(「국립도서관의영원한밤」)웃음을짓기도,“나의소설속에서”(「웃지않는소설」)자서전을쓰는존재로나타나기도한다.그렇지만내가아닌“그런피조물의삶은/도무지추체험을할수가없”(「레퀴엠」)으므로시인은어떠한노력으로도타자에도달할수없다는사실과직면한다.

여름이가고있다뭐였을까

뭐라도하며나는그의환심을사고싶었지만같은시간의같은사건속에우리가엮일수는없었습니다
―「여름이가고있다」부분

그럼에도시인은멈추지않는다.합일의불가능성을감수하면서“틀리는운명.틀리는방향./틀리는만남.다틀렸어”(「과자를주지않으면울어버릴거예요」)라고울먹이면서도너를찾아간다.그러다가어느순간부터뒤를돌아본다.시인은너를“놓고왔을리가없다”고여기면서“좋은생각”을하려고애쓰면서자꾸만뒤를돌아본다(「여름이가고있다」).어쩌면너는먼곳에서찾아야하는대상이아니라내가떠나온자리로돌아가야만날수있는대상이아닐까.웜홀을통해과거로여행하는것이가능하다는이론처럼,신해욱은시집의말미에이르러우리가다시금처음을돌아보도록이끈다.그러므로『무족영원』을읽는일은내가아닌다른존재,그것도무족영원류가되어보는특별한체험이자신해욱의웜홀을통해무한히거듭해보는사랑의회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