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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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 이면을 보아내는 예민한 감각!
사랑받는 시인이자 성공한 편집자 김민정의 네 번째 시집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시를 쓰고 책을 만든 지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문학을 향한 사랑은 여전히 한참이고 한창인 저자의 마흔네 살의 겨울, 마흔네 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여전히 저자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시인으로서의 의지, 소명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화두는 ‘곡두’, 즉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영이다. 그간 저자의 많은 시들이 여성의 문제를 다루며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한 생생한 내러티브를 담았다면, 이번 시집 또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그 지평이 넓게 확장되어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도 부러 깊게 보지 않았던 이웃들,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여성들의 삶까지 그 시선이 뻗어 나간다.
저자

김민정

1976년인천에서태어났다.1999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그녀가처음,느끼기시작했다』『아름답고쓸모없기를』등이있으며,박인환문학상,현대시작품상,이상화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월1일일요일/사발이떴어/시는안쓰고수만쓰는시인들/썼다지웠다그러다없다/꿈에나는스리랑카여자였다/나는뒤끝짱있음/그니깐여름이부르지마요/쾰른성당/실마리/이제니가사람된다/서둘러서서툰거야서툴러서서두른게아니고/나의까짐덕분이랄까/네삽이냐?내삽이지!/어느날저기는자기가되고어느날자기는저기가되어/기적은왜기적을울리지않아사람을헷갈리게만드는가/마들어봤나마/하여간에선수인것같은,끝/크게느끼어마음이움직임/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하나/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둘/열하고도하루쯤전일거다/수경의점점점/모르긴몰라도/즐거운일을네가다한다/철규의감자/준이의양파/그들통/다른이상함은있다/베이다오北島/감삼甘三사는제이크/제이크의문자/잘줄은알고할줄은모르는어떤여자에이르러/우리는그럴수있다/저녁녘/시소위에앉아있는밤이야/끝물과꿀물/깨지,깨/귀가귀가/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셋/대화가안되면소화라도/난데요/삼세번/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넷/모자란모자라마침표는끝내찍지아니할수있었다
발문
우리도폴짝?박준

출판사 서평

나는나의부록.

가장사랑하는것은없다.
많은사랑이있을것이다.
―「시인의말」

거침없고솔직한직진의언어속에
약하고아픈생을품는한참의사랑

쓰는사람,김민정
사랑받는시인이자성공한편집자.1999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시부문에「검은나나의꿈」외9편의시가당선된이래,『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그녀가처음,느끼기시작했다』『아름답고쓸모없기를』등을펴냈고,올해로등단20년을맞았다.또한1998년한잡지사에서일을시작해,2005년문예중앙에서40여권의시집을만들었고,2009년부터는문학동네에서는중임을맡아시인선을론칭하기도했다.시를쓰고책을만든지20여년의시간이흘렀지만문학을향한그녀의사랑은여전히한참이고한창이다.
마흔네살의겨울,마흔네편의시가담긴네번째시집『너의거기는작고나의여기는커서우리들은헤어지는중입니다』를묶어낸시인,김민정.시집장인답게제목부터가남다르다.시인은최근한인터뷰에서이파격적인제목에대해이렇게설명한바있다.

문학을향한제열망과욕심에비해서문학본령의구멍은늘너무작았기때문에먼길을돌아가고있는것같고,자꾸헤어지고있는것같거든요.근데‘헤어졌습니다’가아니라‘헤어지는중'이라고표현한것은그와중이라는자체가‘시의존재감'과같다고느껴졌기때문이에요.(『PAPER』2019년가을호)

시인의씀을향한열망은강렬했고,시는그녀를살게했다.‘시의경계를넘나든다’는수식은시인과오래함께했다.데뷔작에서부터시인이끈질기게질문해온시와언어.단단했던관습의벽을유연하게늘려내고우리가외면해온세계에언어를부여하는김민정의이번시집에서는여전히그녀속에활활타오르고있는시인으로서의의지,소명이엿보인다.가장큰사랑은없지만많은사랑이있을것이라말하는,결국누구보다도큰사랑을품는사람이기에떠날수도머무를수도없는당신,살수도죽을수도없는당신,오늘도잠못이루는당신들을안아주러떠난다.이미출발한지오래되었다.

먹고들리고쏟는나날들
김민정의시는언제나커브없는직구였다.직설적이고충격적인이미지가끓어오르던초기시들은‘좀불편하게하는시’“거칠고,극단적이며,즉흥적이고,난폭하다”(이장욱)라는평을받곤했으며,“희극적인웃음을유발하는유희가아니라그러한웃음을거세하고차단하는‘검은유희’”(강계숙)를발견하게끔했다.누구도따라가기어려운“강렬한공격력”을보여주었으나,이를통해“비루하나어딘가유쾌한면이없지않은이시대의풍경을포착”(김인환)해가며그깊이와무게또한더해왔다.시인이원은그녀의직전시집발문에서“결정적순간의방식.돌려말하기는꿈에서도하지않으므로,“삶을현장에서포착”하는것이아니라“삶을현장에서체포”한다”라고표현하기도했다.
이번시집에서도김민정은삶을아름답게포장하지않으며,자유분방하지만가볍지않은시선으로세계를바라본다.“시에다씨발을쓰지않을것이고/눈에다졸라를쓰지않을것”(「1월1일일요일」)이라다짐해보지만,“징그러아주그냥지긋지긋해집에와김치넣고고추장떡이나부치며소주나따르면서”생각한다.“왜다태어나서이고생일까?”(「시는안쓰고수만쓰는시인들」).“환각은있고기대는없음/환상은있고기대는없음/기대는있고포옹은없음/포옹은있고당신은없음”.이부재와상실의시간에“구두밑창에들러붙은개똥떼면서개씨발거리는내가있”다(「나는뒤끝짱있음」).

보이는마음은써야하는마음.쓰인마음은읽어야하는마음.읽힌마음은들킨마음.들켜진마음은번지는마음.시는그렇게들불처럼퍼져서비밀이안되어야하는마음.[……]아직은오늘이어제가되는시간을살고있는나의마음.이마음.그건오늘내가쓴시를내일내가읽을수있고오늘내가읽은것을내가내일찢을수도있는나의마음.이마음.편애보다편육이편하다고말해도누가뭐라할수없는나의마음.이마음.가없지않고가있다는솔직함이말이되는나의마음.(「네삽이냐?내삽이지!」부분)

시인이지닌고유의예민한감각은세계이면을보아내는눈이다.10년전처음,느끼기시작했던그녀안에다시금뒤꿈치를드는누군가가있다.먹고,들리고,홀리고,쏟아내어끝끝내써내려가는기나긴굿같기도하고한편의소설같기도한시.개똥이든치질이든씨발이든그녀의시안에서모두아름다울수있는것은생을토해내는그솔직함속에빛나는눈[目]때문이아닐까.

없음의있음을향한진심
이번시집을관통하는화두는‘곡두',즉눈앞에없는것이있는것처럼보이는환영이다.그간시인의많은시들이여성의문제를다루며당사자성을기반으로한생생한내러티브를담았다면,이번시집또한같은문제의식을공유하는한편그지평이넓게확장되어우리주변에존재하면서도부러깊게보지않았던이웃들,국내의외국인노동자들뿐만아니라해외여성들의삶까지그시선이뻗어나갔다.

한국다시온지넉달되었어요.들어갔다가또나왔어요.들어갔다가또나왔어요.한국좋아서요.왔다갔다10년도넘었어요.마사지는스무살에배웠어요.나힘이세서손님들이좋아해요.나는서른세살요.남편은톈진에서살아요.오래못봤어요.보고싶죠.몽골좋은데가면심심해요.별만있어요.그래도몽골별같은거한국에서못봤어요.몽골별사진보여줄까요?(「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셋」부분)

독립적으로존재하는그들모두는구체적인이름을갖고있다.[……]모든이의이름은그녀의존엄을뜻한다.이말은조립라인에서일하던시절깊은깨달음을준구절이다.나의이름은정샤오충이다.나를중국의어느여성노동자로부르지말기를바란다.(「나를못쓰게하는남의이야기넷」부분)

시인은보아낸다.분명함께살고있는데사람들이부러보지않고,그래서있는데도보이지않다가어느새사라져버리는허깨비같은사람들을.실제일어난일들은너무충격적이라픽션이라고쉽게믿어버리고은폐하면서,예쁘게꾸민이야기는진짜라고믿어버리는편협의세상이그녀에게는너무나좁고답답하다.하여이번시집에서는지워진이웃의아픔과슬픔을바로바라보고이해하고다가서서언어로서연대하려는깊은사랑이담겨있다.뒤표지의시인산문에서말하듯“화두는곡두./그러나사랑은나에게언어를주었다”.이곡두들의이야기는시인을쓰게하는큰동력이자원천일것이다.시인은「시인의말」에서“나는나의부록”이라고,자신이본인에게언제나맨나중의사람이라고말하지만,우리는안다.가장마지막은없다.단지많은사랑이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