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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애
백신애는1908년경북영천에서태어났다.집과향교에서한학을공부하다가영천공립보통학교4년과정을졸업하고,경북사범학교강습과를나와2년동안교사로지냈다.1926년교사시절,북풍파인‘경성여자청년동맹’‘조선여성동우회’에가입하여비밀리에여성운동을한것이탄로나권고사직을당하고서울로올라가여성운동에뛰어들었다.1929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필명박계화(朴啓華)로「나의어머니」를발표하면서등단했고,신춘문예첫여성작가라는기록을세웠다.결혼후경산군반야월의과수원에기거하면서본격적으로작품을발표했다.이때체험한가난한농민들의생활이「복선이」(1934),「채색교(彩色橋)」(1934),「악부자(顎富者)」(1935),「식인(食因)」(1936)등의바탕이되었다.식민지조국을떠나만주와시베리아에서방황하는실향민들을그린「꺼래이」(1934)와현모양처의삶을살았음에도미쳐버릴수밖에없었던여인의심정을담아낸「광인수기」(1938)를포함해5년남짓한기간동안소설20여편과수필및기행문등30여편의작품을남겼으며,1939년6월23일췌장암으로세상을떠났다.책임편집서영인문학평론가,근대문학연구자.현재국립한국문학관에서일하고있다.평론집으로『충돌하는차이들의심층』『타인을읽는슬픔』『문학의불안』을,연구서로『식민주의와타자성의위치』등을썼다.
일러두기나의어머니꺼래이복선이채색교적빈낙오악부자정현수학사호도어느전원의풍경광인수기소독부일여인혼명에서아름다운노을주작품해설-제도의구속안에머물며다른세상을꿈꾸다/서영인작가연보작품목록참고문헌기획의말
1929년여성으로는처음으로신춘문예에당선되어등단한백신애는1939년불과31세의나이로사망할때까지소설20여편,수필30여편을남겼다.생전에작품집이출판되지않은데다작품이다소거칠고과격하다는평으로인해오랫동안주목받지못했지만,1980년대후반부터페미니즘의시선으로한국여성작가들을살피는연구가이뤄지면서본격적으로조명되기시작했다.그과정에서백신애문학의다양한가치가재평가되었고,이후백신애는강경애와더불어일제강점기한국문학계를대표하는여성작가로자리매김하고있다.백신애의문학적업적을기리기위해그의고향경북영천에서는‘백신애기념사업회’가조직되었고,2008년에는‘백신애문학상’이제정되어공선옥(1회),서하진(2회),강영숙(4회)등의작가가수상하기도했다.백신애는문학적업적만큼이나삶의궤적이무척이나흥미로운작가다.그는1908년경북영천의한부유한집안에서태어나병약한어린시절을보냈다.가부장적이었던아버지는딸의교육과활동에보수적인입장을고집했다.정규교육을받지못하게하고,한글로된글을읽지못하게했으며,심지어동네친구들까지만나지못하게하는등많은것을금지했다.하지만백신애는그런아버지에게순종하며살지않았다.친일활동을했던아버지와는달리독립자금을댄혐의로옥살이를했던오빠백기호의영향을받아일찍이사회운동에투신했다.단신으로상경해사회주의여성단체에서활약했고,시베리아에갔다가러시아비밀경찰게페우에체포되어한달간감금된끝에추방당하기도했으며,집안의지원을받지못했음에도일본으로유학을떠나고학하며배우를꿈꾸기도했다.결국집안의강권을이기지못하고1932년당시로는늦은나이에결혼했으나1939년이혼하고곧이어생을마감했다.이러한삶의궤적이그의문학세계에녹아들어있음은물론이다.그렇다면백신애가남긴문학적업적은어떠한것이었을까.초기작품에서가장중요하게다뤄지는주제는‘빈궁’이다.그의대표작가운데하나인「꺼래이」는살길을찾아시베리아로떠난조선민중의고난을다룬작품이다.농사지을토지를무상으로나눠준다는소문만믿고국경을넘은조선인들이‘꺼래이’라고불리며온갖차별과억압에시달리다가결국에는추방당하는모습이처절하게그려진다.그밖에도한끼먹을거리도없는궁핍한집안에서무능한노름꾼인아들을대신해출산을앞둔며느리뒷바라지를하는‘매촌댁’의이야기를그린「적빈」,남편에게갖은학대를당하며출산하는날까지도기아를면하기위해남의집일을해야하는‘옥계댁’의이야기를그린「호도」등의작품에서개인의삶을파멸에이르게하는가난의문제가집중적으로형상화된다.이후그의관점은가난의문제에서다양한현실의문제로확장된다.근대자본주의사회의법체계가지닌허점과가부장제사회의기만적이고허구적인인간관계를폭로하는「어느전원의풍경」,허위의식에빠져현실을직시하지못하는고학력룸펜의문제를고발하는「학사」등이확장된관점을반영한주요작품이다.백신애문학의백미는후기작인두편의중편「혼명에서」와「아름다운노을」이라고할수있다.흔히‘여성주의소설’로분류되는이중편들을통해백신애는가부장제의억압구조와그폐해를신랄하게비판한다.「혼명에서」는결혼제도에서이탈한여성의소외와이혼여성에대한가족의전근대적억압을다룬작품이다.작가사후에발표된유작「아름다운노을」은장성한아들을둔30대여성과아들뻘인10대소년사이의사랑이라는,당시로서는파격적인설정이돋보이는작품으로,가부장적사회구조에갇힌여성의욕망이라는주제를섬세한필체로그려내고있다.백신애의문학세계를한마디로정리하기는어렵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요약하자면극심한가난과봉건적인습의굴레에갇힌여성들의비극,또는그로부터벗어나고자하는의지라고할수있다.작가가사망한지어언80년이라는긴세월이흘렀지만,그가살아낸짧지만강렬했던삶과치열한문제의식은오늘날까지도여전히큰울림을주고있다.자신의이상을펼치는자유로운삶을향한욕망과그것을제약하는현실사이의갈등이란많은작가가씨름해온보편적인주제라고도할수있다.백신애문학은이갈등을초월하기보다는그갈등사이에오래머물렀고,현실의완강함과제도의견고함을가벼이여기지않았기때문에현실의실체를반복해서그려내고오래도록주시했다.봉건적가부장제에전면적으로노출되어희생당하면서도자기를발설할언어를갖지못했고그래서기묘한침묵으로재현될수밖에없었던백신애문학의특별한주체들은그과정에서탄생했다.〔……〕백신애의소설을통해‘봉건적가족제도와여성의욕망’이라는해묵은주제가오늘날의독자들에게도여전히풀리지않는과제로존재하고있음을알게된다.백신애의문학은일탈도비약도아닌방식으로그주제를계속갱신하고있다.-서영인,작품해설「제도의구속안에머물며다른세상을꿈꾸다: 여성작가로서의백신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