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최정진 시집)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최정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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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재의 자리로 독자를 불러들이는
시적 언어의 무한한 변주
문학과지성사의 2020년 첫 시집은 최정진의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이다. 시인은 2007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첫 시집 『동경』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9년여의 침묵을 깨고 묶어낸 그의 두번째 시집이다.
단문으로 이뤄진 시인의 시들은 “모두의 이름을 부르면서/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인간의 교실」)라는 시구처럼 모순된 상황들을 충돌하게 함으로써, 사건이 진척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철저히 끊어낸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김종훈은 최정진의 시편들이 “매 순간 무엇을 선택하고 배제할지” 결정해야 하는 ‘현재’라는 시점을 반복적으로 독자 앞에 부려놓는다고 말한다. 이율배반처럼 보이는 진술을 통해 최정진은 독자를 ‘최초의 순간’으로 거듭 데려온다. 과거나 미래와의 연결 고리를 끊고 되풀이되는 현재의 자리로 독자를 초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았으며 그의 시를 읽는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저자

최정진

시인최정진은1980년전남순천에서태어나2007년실천문학신인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버스에아는사람이탄것같다』이있다.

목차

1부
부른사람을찾는얼굴/인간의교실/기시감이라는설명서/축제의인상/인공과호흡/외출/외출/모든것의근처/부른사람을찾는얼굴/밸브/인공과호수/인과/많은믿음/조경사/햇볕에비춰진먼지가빛나고있었다

2부
풍경의표현/부른사람을찾는얼굴/가상의침묵/필체의뇌/호수의공원/눈사람이어는동안/문구文具/인간의가벽/부른사람을찾는얼굴/부른사람을찾는얼굴/부른사람을찾는얼굴/부른사람을찾는얼굴/방향

3부
카운트다운이끝나고/생동/설명의마음/풍경의표현/고통의영상/바람없는추위/모드/미스트/부른사람을찾는얼굴/미간의희망/옥상에서내려오는동안

해설김종훈 어두운기도의형상

■뒤표지글

쌓이지않을만큼내리는눈을쓸고있다

■시인의말

빛이사각의격자처럼쏟아진다
그리고정은에게
2020년2월
최정진

출판사 서평

‘부른다’라는사건의발생
전모를알수없는흐릿한형상

‘내’가‘너’를부른다,라고말할때우리는쉽게‘너’를부르는‘나’의얼굴도,‘내’가부르는‘너’의얼굴도떠올릴수있다.그런데이시집에서총아홉번에걸쳐등장하는제목“부른사람을찾는얼굴”이라는구문에서독자는‘나’혹은‘너’라는존재를빠르게떠올릴수없다.누가누구를부르는것일까.그누군가를찾는누구는또어떤이란말인가.

누군가대답을한다
누군가둘러본다

[……]

아무도없는데서
아무도없다고누군가대답을한다
-「고통의영상」부분

네가사라지기전에도
너는없었다고말하려다가말았다

[……]

아무도너를부르지않았다는말이
마치그것이내가하려던말인것처럼
-「모든것의근처」부분

누군가주위를둘러보고또누군가그에대답을하는시적공간이있다.그런데그공간엔아무도없다.누군가있었던공간이었던것도아니다.“네가사라지기전에도”너는없었던,빈공간일뿐이다.누군가를부르는말이있었던것같지만사실부른사람도,불린사람도불명확하다는것이이시집의공간성이다.이모순된공간에서우리가확실하게말할수있는것은없다.즉,부른사람을찾는‘얼굴’은사실텅빈기표에가까운것이자명확하게말할수없는뚫린구멍에가까운형태에불과한것이다.


구워지지않는쿠키의타는냄새
모순된시공간주변을맴도는언어

시인이‘부른다’라는사건에관해반복적으로쓴것은아마도‘부른다’는행위가가지는중요성때문일것이다.누군가를부르기위해선우리에게특정한대상이필요하다.그대상은과거에도있었을테고,현재에도미래에도명확한형태로존재할것이다.

너는누군가쿠키를구워선물한다면거절하겠다고한다

[……]

쿠키는구워지지않는데
쿠키타는냄새가공원을맴돌고있고
너는쿠키를구울반죽을해야한다고중얼거린다
-「인간의가벽」부분

획일하게진행되는시간,축적되는시간이우리에게익숙한형태의시간이라면,최정진의시에선그개념이달라진다.“누군가쿠키를구워선물한다면”너는그쿠키를거절할생각이다.거절을하기위해선쿠키가구워지고있다는것이전제일테지만,그다음시인은곧바로“쿠키가구워지지않”는다며전제를부정한다.굽지도않았는데“쿠키타는냄새”는또무엇인가.구워지지도않은쿠키의타는냄새가맴도는공원에서시적화자는“쿠키를구울반죽을해야한다고중얼거린다”.결국시간은공원을맴도는냄새처럼돌고돌아반죽의시간으로돌아온다.쿠키를굽는시간,쿠키가타는시간,쿠키를누군가에게선물하는시간으로넘어가지못한채반죽을해야겠다고다짐하는순간을되풀이하는것이다.이렇게최정진의시에서시간은“축적된시간을지닌여느시와달리홀로동떨어진”(김종훈문학평론가)것으로현재에머문다.
다시한번‘부른다’라는사건에대한애기를해보자.‘부른다’는것은흐르는시간위에서,과거에서미래까지쭉진행되는곳에서가능한개념일것이다.반복적으로현재로복귀하는시간,부른사람도불린사람도특정할수없는시공간에서상상할수있는사건은아닌것이다.최정진시집의시공간은결국‘부른다’라는서술어의대상이되는언어를명확히지시하지못하고어디에도정박하지못한모습으로대상의주위를맴돈다.마치구워지지않은쿠키타는냄새처럼말이다.진리에다가서는시가아니라“중심을향하되그근처에”머물며“모든것의근처를제시의터전”(김종훈)으로삼는시가바로최정진의시가놓이는바로그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