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사랑

$10.00
Description
“여하튼 사랑, 그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정형화된 예술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예술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당대 문학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친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 단편선!
우리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로 잘 알려진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집 『첫사랑』(전승화 옮김)이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전후 부조리극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며 베케트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베케트는 희곡뿐만 아니라 소설, 시, 라디오와 텔레비전 드라마, 시나리오, 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그중에서도 ‘소설’은 베케트에게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게슈타포에 쫓기면서 정신적 안정을 찾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 소설이었으며 창작의 고통 때문에 한동안 집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소설이었다.
저자

사뮈엘베케트

1906년아일랜드더블린에서태어났다.1923년트리니티칼리지에입학하여프랑스어와이탈리아어를전공했다.1928년파리고등사범학교에강사로부임하여당시파리에머물고있던제임스조이스를만났다.조이스의『피네건의경야』에대한비평문을공식적인첫글로발표하고1930년첫시집『호로스코프』를,1931년비평집『프루스트』를펴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아일랜드인이지만프랑스에서레지스탕스로활동했던베케트는전쟁이끝나고본격적으로프랑스어와영어2개국어로작품을집필하기시작했다.주요작품으로『몰로이』(1951),『말론죽다』(1951),『이름붙일수없는자』(1953)등의소설과희곡『고도를기다리며』(1952)외에도단막극및비평서등다수의라디오드라마와몇편의시집이있다.베케트는정형화된예술에서탈피하여진정한예술을이루기위한새로운시도로당시문단에가히혁명적인영향을끼쳤다.1969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으며,말년까지활발한작품활동을펼치다가1989년파리에서숨을거뒀다.

목차

첫사랑
추방자
진정제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첫사랑』은아일랜드인인베케트가모국어인영어가아닌,프랑스어로작품을쓰기시작한1946년의단편들(「첫사랑」「추방자」「진정제」「끝」)을묶은책이다.베케트가지향하는글쓰기는무지와무능,결핍을드러내보여주는것으로,그에적합한언어가바로프랑스어였다.이후부터베케트는영어와프랑스어로번갈아글을쓰면서본격적인이중언어작가의길을걷게되고,영어로쓴작품은프랑스어로,프랑스어로쓴작품은영어로직접번역하여방대한서가를이루기도했다.베케트의초기단편들을묶은이책은이후에쓰인다른작품들보다내용적ㆍ형식적인난해함이덜하나,‘반-주인공’이라고불리는방랑하는주인공,주인공이자화자,문장부호의활용,영어식표현,낯선글쓰기,패러디,구어체등그의전작품에서반복되는독특한특성들이고스란히드러나있다.
먼저,표제작인단편「첫사랑」은이반투르게네프의『첫사랑』에서그제목을차용한것으로패러디의암시를주는작품이다.첫사랑,이단어가갖는울림과환상의힘은얼마나대단한지!베케트작품의특징중하나는클리셰를패러디하여익숙한표현과의미를낯설게만들고관습화된가치를추락시키면서편견을깨는일이었다.실제로이작품에서‘첫사랑’이라는단어가주는향수와이상화된가치는가차없이파괴되고있다.주인공이자화자인‘나’는사랑을추방으로정의하고(“우리가사랑이라고부르는것은,고향에서때때로보내오는그림엽서나받아보는,그런추방이다”),똥덩어리위에다사랑하는이의이름을적음으로써성스럽고순결한사랑을모독하는행위도한다.그런데과연그것을모독이라고할수있을까?어쩌면그것이가장현실에가까운사랑의행위가아닐까?「첫사랑」은이렇듯우리가사랑에대해갖는편견을여지없이깨뜨리며,사랑이라는미명하에왜곡되고은폐되어있던우리의견고한위선에균열을일으키는작품이다.
「추방자」는주인공이자화자인‘나’가어느건물안으로진입을시도하다가밖으로내동댕이쳐지며추방당하는장면으로시작된다.아버지가사준모자,관처럼생긴마차,램프의불,말의시선,주인공의머리에난종기,마부가준성냥그리고마부와마부의부인등작품에등장하는소재들은‘나’가어떤식으로어떤범주에서추방당하는지알려주는단서들이다.예컨대아버지가사준모자는평범한또래집단의범주에‘나’가속할수없게만들고,착취당하는말과그말의시선은‘나’를인간의범주와가축의범주에서방황하게만든다.램프의불과성냥은문명의삶으로부터추방당하는‘나’를보여준다.이렇듯각각의소재는다양한범주에서추방당하고추락하는주인공을나타내는데,이러한추방과추락은베케트작품의특성중하나인부조리한삶의한극단적인모습을보여준다고할수있다.
「진정제」는“이제는내가언제죽었는지모르겠다”라는문장으로시작한다.죽음과삶의경계가무너진지점에서공포에사로잡힌‘나’는그공포로부터벗어나기위해이야기를하는데,그이야기역시사실과허구,과거와현재의경계가무너진지점에있다.중심이되는사건없이화자이자주인공인‘나’의여정으로만이루어진이작품은,부랑자라는주인공의처지와특성을더욱도드라지게만들면서집을소유하고있는인물들과주인공의대비를부각시킨다.또한데칼코마니같은구조를통해상대성원리를떠올리게하는속도와시간의흐름을보여주며,베케트작품의특성이라할수있는전통적인소설작법과의차이를드러낸다.
마지막작품인「끝」은1946년에집필된단편들중가장먼저쓰인작품으로원래제목은「연속」이었다.다른단편들처럼이작품도화자이자주인공인‘나’가쫓겨나는장면으로시작한다.마치지금까지읽은단편들을정리하고마무리하는듯한이작품은사실이상의모든단편들의시작이다.베케트가「연속」에서「끝」이라는상반된의미로제목을수정할수있었던이유는,그의문학세계에서끝과시작은서로구분되는개념이아니었기때문이다.연대기적시간에서벗어나있는「진정제」에서삶과죽음이순차적으로일어나는현상이아닌것처럼,무한반복을전제하고있는베케트의문학세계에서는어느시점을시작으로하고어느시점을끝으로정할수있는지도무지알길이없다.

베케트가지향하는글쓰기는이해를어렵게만드는글쓰기,즉무지를드러낼수있는글쓰기다.문법에어긋난문장들,뚜렷한사건이없는이야기,일관성없는화자의서술,자아의분열등전통적인소설작법에서벗어난그의글쓰기는,우리에게익숙한독서라는행위를낯설게만들어버린다.베케트의소설을접하는순간독자와작가,작중인물은서로뒤엉키며,독자들은읽히지않는텍스트를읽기위해다양한시도를함으로써독서라기보다는기실창작에가까운경험을하게된다.그러므로베케트의텍스트를경험하는것은예술작업에참여하는것이고,인생에질문을던지는것이며,자기자신을관조하는일에다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