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모자

$12.00
Description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세계는 한번 접하고 나면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질병, 혼란, 고독, 파멸, 죽음 등을 테마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대표 단편선!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죽음, 절망, 고통, 파멸의 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집 『모자』(김현성 옮김)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평범하지 않은 출생과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 고통스러운 가족사로 인해 죄의식과 저주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베른하르트는 죽음과 파멸, 고독과 절망, 정신착란 등 암울하고 음습한 어둠의 정서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내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모자』는 그의 단편소설 가운데 열 편(「두 명의 교사」 「모자」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 등)을 선별해 묶은 책으로, “한번 접하고 나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베른하르트만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베른하르트는 1957년 첫 시집을 펴낸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초기 작품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따뜻한 정서가 표현되어 있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정성은 모두 사라지고 불합리한 세계, 자연의 무자비함, 부조리한 인간 조건, 야만스럽고 냉혹한 인간성을 묘사하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질병으로 죽어가거나 자살하거나 살인하거나 살해당한다. 그의 작품에는 줄거리나 플롯 없이 다만 누군가의 죽음만 주어져 있고, 그가 죽기까지의 정신적 혼란의 과정이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그의 문장은 이 죽음과 광기에 대한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병렬과 대비로 과장하고 반복하고, 빠른 속도로 패러독스를 계속하며, 형용사와 부사는 언제나 최상급으로 사용한다. 그는 독일어 문장의 특징을 십분 발휘해 끝없이 이어지는 종속문의 사슬 속에 수많은 쉼표와 느낌표, 쌍점 등을 흩뿌려놓고, 동의어를 끝없이 반복하고, 때로는 구나 절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를 반복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정신이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나타내는 이러한 광적인 문장은 읽는 사람의 머릿속까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다.
베른하르트는 삶에 대한 어떤 기대도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삶에 환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문학에도 환상이 없다. 베른하르트는 노발리스와 카프카의 관념적인 아들로 간주되지만, 그들과 달리 어둠과 죽음을 예찬하거나 구원의 빛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베케트와도 자주 비견되지만,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삶이란 결국 모두 미치고야 말 절망인데도 미래라는 과대망상 때문에 죽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옥 속에서 더듬대고 있을 뿐, 존재론적인 질문들엔 당연히 답이 없다. 같은 주제, 같은 질문의 부조리한 반복만 불가피하다. 이를 통해 베른하르트는 이 세상이, 인간이 처한 조건이 얼마나 잔인하고, 삶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가를 집요하게 설파한다. 그의 절망적이고도 부조리한, 암울한 작품 세계는 독자를 괴롭히고 불안하게 하지만, 비평가 페터 함의 말대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세계는 한번 접하고 나면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저자

토마스베른하르트

1931년네덜란드헤이를런에서태어났다.평범하지않은출생과어머니와의애증관계,고통스러운가족사로인해죄의식과저주속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잘츠부르크에서사회당기관지에정기적으로지역문화계소식과법정기사를쓰는한편,모차르테움에서연기와연출수업을받았다.1957년첫시집을펴낸이후해마다소설과희곡을여러편씩발표하며많은작품을남겼다.질병,혼란,고독,파멸,죽음,정신착란등을테마로한그의독특한작품세계는비평가들의찬사를받았고,1989년58세로세상을떠날때에는이미현대독일어문학권에서중요한위치를차지하고있었다.주요작품으로『혼란』『바텐』『비트겐슈타인의조카』,희곡『사냥클럽』,시집『지상에서,그리고지옥에서』등이있다.게오르크뷔히너상,율리우스캄페상,메디치상등수많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두명의교사
모자
희극입니까?비극입니까?
야우레크
프랑스대사관문정관
인스부르크상인아들의범죄
목수
슈틸프스의미들랜드
비옷
오르틀러에서-고마고이에서온소식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이책에실린첫번째단편「두명의교사」는두사람이산책을하면서나누는대화의구조를띠고있다.그러나베른하르트의작품대부분이독백으로이루어져있듯이이글에서도한사람이자신의불면증에대한보고를하고있다(“나는평생끔찍한삶을살았습니다.그리고끔찍한삶을사는것은나의권리입니다.그리고이끔찍한삶은나의불면증입니다……”).베른하르트의작품에서불면증은질병,고통,광기의기호로자주등장한다.밤마다그를잠못들게했던창밖에서울부짖는짐승이무엇이었는지는끝내밝혀지지않고,그곳을떠나왔어도여전히불면증에서벗어나지못한다.
표제작인「모자」에서도예외없이두통과정신착란과어둠과공포,그리고완벽하게텅빈절망의모티프가작품전체를짓누르고있다.주인공이자화자인‘나’는어느날길에서모자를하나줍는데,그모자를버릴수도지닐수도없어서주인을찾아나선다.그러나‘나’는모자의주인을찾을수없다.만나는사람마다모두그와똑같은모자를이미갖고있기때문이다.‘나’는지쳐서집으로돌아와모자를쓰고그과정에대한글을쓴다.
「희극입니까?비극입니까?」에서는어떤여자를살해해서옥살이를하고나온미치광이가자신이죽인여자의옷을기억처럼,형벌처럼뒤집어쓰고겨울거리를돌아다닌다.살인자의삶이비극인지희극인지는알수없지만,그자신은극장에서상연되는연극이비극인지희극인지알수있다고말한다.삶이곧연극이라는오래된비유대로극장안에서나극장밖에서나연극이상연되고있다.그리고삶은,세계는,희극이라고끝맺는다.
「야우레크」에등장하는채석장과돌무더기는시시포스나강제수용소에서의중노동을연상시킨다.주인공은채석장으로올때결심한계획을실행하지도못하고그곳을떠나지도못하는데,그래서채석장에서의체류는종신형이다.소통단절과비인간적인음울한관계속에서계속살아가야만하는그는무력감에빠져우스갯소리만만들어낸다.작품속주인공의불행의원인,복수의대상은모두수수께끼로만존재하며,그의삶의목표였던복수극은아무도웃지않는코미디에자리를내주었다.
베른하르트의작품에는숲에서방향을잃고헤매거나죽는사람이자주등장하는데,이러한숲의혼란은곧내면의혼란을상징한다.「프랑스대사관문정관」의등장인물도숲에서죽음을맞이하는데,그가자살했는지살해당했는지는분명하지않다.주인공과독자모두숲의어둠,존재의암흑속에서길을잃고헤매고있을따름이다.
「인스브루크상인아들의범죄」에등장하는무자비한부모,악의에찬가족등끔찍한혈족에관한묘사는베른하르트의작품의단골소재다.비극적인유년의기억을가진화자와게오르크는빈에서만나그들의잃어버린유년기를되새긴다.그들에게빈은유배지이며거대한묘지다.게오르크는유년의기억에서끝내벗어나지못하고자살하지만,가족들은그의슬픈운명을범죄로단죄한다.
「목수」는감옥에서석방된지얼마안된목수의이야기를담고있다.처음에그는난폭하고공격적인성향의범죄자로묘사되지만,사실은비정하고굴욕스러운상황의희생자이며삶의조건자체가범죄자가될수밖에없는사람으로밝혀진다.변호사는세상자체가난폭하고비열하기때문에범죄자는환경의산물이라고생각하지만,목수는삶에대한어떠한환상도착각도품지않는다.독자들은앞으로도목수가사회적소외속에서,절망속에서,폭력의악순환속에서계속살아가리라는예감만할수있을뿐이다.
「슈틸프스의미들랜드」에등장하는슈틸프스의상속인들은이미복구할수없게되어버린농장을복구하지않은채로일상을살아간다.고의적으로예술적유산인가구와그림이썩어가도록방치하고,도서관을폐쇄한다음그열쇠를강물에던져버린다.갖가지자살방법이나열되고,절망과무력감에서,자신들도웃기는커녕지겨워하는음산한유머를되풀이한다.그들의삶은자살이나죽음으로끝맺음되지않지만,고통의끝이영원히반복되는미래로연기되기에더욱절망적이다.
「비옷」은아들을두려워하는아버지의이야기다.오스트리아의전통과누대의작업을해체하고파괴하는아들,해체와파괴를두려워하는부모세대,부모와자식간의소통불가능성이작품의주제다.또한베른하르트의작품에는죽은자의유물을가짐으로써그운명을되풀이하는인물이자주등장하는데,이글에서도투신자살한사람의유물인,강에서주워올린비옷이그옷을입은사람에게운명이된다.
「오르틀러에서」는예술가와과학자인두형제가중년이되어휴식을취할목적으로부모의유산인오르틀러농장으로향하는동안일어나는사건과대화로구성되어있다.농장으로올라갈수록그들은점점더유년기의기억에압도된다.오르틀러는부모의무자비함에쫓기던유년기의기억과삶에대한비탄,원한을되짚는도정이며,그곳이치명적인장소임을형제는알고있다.형제는온갖불행을상기시키는곳을마지막도피처로찾았으나,오두막은무너져흩어진채돌무더기만남아있다.앞으로나아가는길이나돌아가는길모두봉쇄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