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Chae Mi Hee (장현 시집)

22: Chae Mi Hee (장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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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1회 박상륭상 수상자
장현의 첫 시집

2019년 제1회 박상륭상을 수상한 장현의 시집 『22: Chae Mi Hee』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자체로 충만한 “시적 에너지”와 “단단한 이미지 세공술”을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문학적 아성을 자신만의 창작 기법으로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을 보겠다는 취지에 걸맞은 뜻깊은 수상이다.
시집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시간순으로 씌어진 시편들을 모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각종 문제들이 가시화되었으며 한국 문학장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 한쪽에 문학장 내부에서 기획한 공개 토론의 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장현이 문학장의 경계에서 시 쓰기를 수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기록들에 2020년에 씌어진 시편들까지 더해 우리는 이 시집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인의 적나라한 토로와 제언을 엿볼 수 있다. 쩍 갈라진 세계에서 반복해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도 같은 시편들이 가득하다.
저자

장현

시인장현은199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9년제1회박상륭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In2017,22
선생님께/바벨/?/산하/칠월/과학탐구/플레어스커트/마미손/아비뇽의다리위에서/미래를도모하는방식가운데/정확한자리/시간

In2018,23
내일의미미/그날/시네라리아/채미희/분갈이/네이름/누드크로키/유리병/아마존식종이접기/비/문학이냐지식이냐/강릉/채미희/공기와꿈/글을읽어드립니다/가능한주말/불한당/구의중심/이거울을돌리시면/여름방학/행복한사전/몰래카메라/폭염/이성애/채점표/세입자/카나리아/케이크/정차/작명/전염/언니/624호실/호두는몰라도돼/Mer/십이월,당신을파괴하는순간/셋/악보/패턴들

index.

출판사 서평

서로다른세계의충돌

기억해?그날기억하냐고
당연히기억하지
네가했던말

이런세계라면,이제그만무너져도되지않을까,
세계씨

[……]

지붕있는집이라면누구라도다읽지않을까물이새고번개가치니까무서워서뭐라도읽고있어야하지않겠냐세계가다이렇게쩌억벌어졌는데왜사이렌들으면그렇게들지진대피훈련은잘하지않았냐
-「비」부분

어른들은옆집사는?은이들이인사를하지않는다고말하고(「?」),젊은이들은어른들에게자신은인사성을잃어가는중이라고답한다(「선생님께」).“이런세계라면,이제그만무너져”버리라는직설적인언행에서도엿보이듯시집속의공간은지금당장무너져도의아하지않은곳이자,이미쩍갈라진세계이다.

채미희는사무실에도착하면
선임자의컴퓨터전원을켠다
아침에아버지에게서
넌말라서예쁘다는말을
들었다갈비뼈가드러나는동물은
학대를의심해보아야한다는뉴스를
읽었는데그는갈수록뉴스를이해하지못했다
-「채점표」부분

쩍갈라진세계는무엇보다2015년페미니즘리부트와2016년#문단_내_성폭력해시태그운동으로제기된한국사회와한국문학장의문제적현상들과궤를같이하며시적공간을장악한다.“넌말라서예쁘다”는말을듣는채미희,화장을지우는여자들의대열속에서화장을지울지말지고민하는채미희,“민낯쌩얼성형미인”이라는단어들에둘러싸인채미희가시집곳곳에산발적으로흩뿌려져있다.장현은여성적화자‘채미희’를등장시킴으로써시인이페미니즘이라는렌즈를통해세계를체험해온과정을그려낸다.
아마도더이상인사를받을수없는사람은이갈라진세계에서울리는사이렌을듣지못하는사람혹은외면하는사람일것이다.이런불균형속에서학생신분의시적화자가세계의저편에있는‘선생님’에게보내는편지에는존경이나애정가득한말이담길수없다.화자들에게남은말은선생님의소설을더이상단상위에서읽지말아달라는말,우리는우리자신에게집중하겠다는말(「선생님께」)뿐이다.

“네가제일앞에쓴것처럼.다시앞으로가.”
index,다양한매체를참조하는시쓰기

기억해?그날기억하냐고
당연히기억하지
네가했던말

이런세계라면,이제그만무너져도되지않을까,
세계씨

[……]

「문학이냐지식이냐」
사진찍어히스토리업로드그리고클라우드비활성화함부로삭제할지검토하지마

마치PaxAmericana
마치한국문학의지배에의한나의비명혹은나의기쁨나의질문나의도망나의혐오
-「문학이냐지식이냐」부분

위의시는앞서인용한시「비」의본문과일치한다.「비」의전문을바로뒤이은시「문학이냐지식이냐」의도입부로직접인용하는방식을취했기때문이다.텍스트하나를참조삼아다른시로변형하는과정은이시집전체에서계속되는작법중하나이다.장현은자신의시를인용하는것은물론이고학자(정희진)의논문,소설가(정지돈)의소설일부등을직접적으로시에인용하거나,시를쓰는데참조했던문헌을밝히면서시와참조문헌이연동되어독해되도록한다.
흥미로운점은시인이웹페이지,미술전시,노래등다양한텍스트를거점으로삼는다는것이다.특히한국어로씌어진시구중간에불쑥불쑥영어문장을뒤섞어놓는데이는마치두서없이다국어가배열된웹페이지화면과같은느낌을선사하면서종이라는물질로전해지는감각이상의것을전달해낸다.다양한매체를오가는직간접적인용들속에서장현은일정한기준안에서움직이기를거부하고,그밖의것을상상하는데적극적으로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