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여름휴가 (허희정 소설집)

실패한 여름휴가 (허희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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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로지 오해들로만 설명되고 싶다”

이해할 수도 장악할 수도 없는 세계에서
미세한 파편들로 빚어내는 미묘한 알리바이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허희정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2018, 19년 문지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Stained」 「실패한 여름휴가」를 포함해, ‘“오로지 오해들로만 설명”되는 텅 빈 감정과 감각의 세계’(이광호)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는 소설 7편이 수록돼 있다.
허희정은 『실패한 여름휴가』에서 “온전히 도저히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작가의 말」), 곧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적 인과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의 감각을 형식과 이미지로 구체화해낸다. 문장을 무대 장치처럼 쌓아올렸다가 부서뜨리고,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기를 거듭하면서 흔적과 파편을 층층이 겹쳐 만든 그의 소설은 섣부른 정의나 명명을 비껴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언어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쓰기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또렷이 자각하면서도 “자의식과 우울에 빠지지 않고 소설의 막다른 벽을 넘어보려는 경쾌한 몸짓”(신인문학상 심사평)을 통해 장르 구분 없는 다채로운 시도를 첫 소설집에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저자

허희정

1989년서울에서태어났다.
2016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파운드케이크
우중비행
실패한여름휴가
Stained
망가진겨울여행
인컴플리트피치
페이퍼컷

해설|사물과사랑·인아영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불안으로만든모빌

“아무도그것이무엇이라고말하지못했다
그것의정체를더이상알고싶어하지않았다”

표지의사물들은언뜻균형적으로배치돼있지만묘하게이질적이다.바로다음순간에무너져내릴것만같은불안한예감때문이다.『실패한여름휴가』에서허희정은불안을다양한방식으로형상화한다.먼저그는단언과확언틈으로빠져나가는의미에주목한다.마침표대신쉼표로문장을이어가며망설임을드러내고,소거법과가정법을교차하면서멈칫거린다.허희정작품속인물들은“한없이불안해”질때조차“이불안역시나에게할당된역할의일부일뿐”이라며거리를둔다.“스스로가아닌무엇을연기하고있다는믿음에사로잡혀”“수많은감정”을“가장하는것을두려워”하면서도정작“그어떤감정의소유자인적도없었”고“내가온전히나였던적조차없었”다며판단을의심한다(「실패한여름휴가」).끊임없는진자운동의결과일까.감정은,특히불안은마음속에깊게파고드는대신외부로빠져나와구체화된다.어느날갑자기도시의하늘에나타난매끈하고거대한투명삼각형은문득땅으로내리꽂히며세계의멸망을상상하게한다(「Stained」).어서진술서를작성하라고집요하게독촉하는종이남자의목소리와날카롭게칼질된백지의단면은종이에베인듯한고통을즉시연상시킨다(「페이퍼컷」).이처럼허희정이수집해작품속에심어놓은“두께도질량도부피도”없는불안의이미지는쌓아올려졌다허물어지기를반복하는문장들곁에서감각을자극하며이야기를장악한다.SF,판타지,스릴러,연애소설,추리소설,메타소설등여러장르가조합된『실패한여름휴가』속소설들은개별적특성을유지하는동시에불안이라는장치를통해연결된다.

흔적으로그린몽타주

“기억을믿지않는다,기억을신뢰하지않는다
기록을파기할것이다,그것을손상시킬것이다”

허희정의소설은누군가가떠나가고남은공백에서시작하곤한다.작품속인물은곁에서이미사라졌거나,사라지고있거나,곧사라질누군가에대해생각한다.우울증을앓다가떠나버린연인을기다리면서(「파운드케이크」),대재난이후지구복귀를위해파견됐던프로젝트에서실종된탐사파트너를떠올리면서(「우중비행」),친구의죽음을알게된뒤함께알던또다른친구에게뒤늦은안부를묻는편지를쓰면서(「망가진겨울여행」),록밴드해외공연티켓을양도해준팬카페회원이세상을떠나자자신의오랜불안을되새기면서(「인컴플리트피치」)이야기는시작되고,타인의흔적을침착하고집요하게되짚어나간다.그러나기억은기록이되는과정에서사실과사실아님이뒤섞인채불완전한단서가되어버린다.‘까맣게덧칠된필름,잘려나간페이지,이미섞여버린반죽’(「실패한여름휴가」)처럼,층층이쌓인흔적으로그려진그‘누군가’의모습은(혹은행방이나떠난이유는)희미할수밖에없다.결국빈자리는채울수없는미지의영역으로남는다.허희정은소설속의사람이든소설밖의사람이든“온전히도저히영원히이해할수없”다는것을이미알고있는채로쓰고,쌓고,허물고,다시쓴다(작가의말).우리는허희정의미완성을향한이러한여정에서이루어지는시도들을지켜보고예민한감각적경험을함께하면서은유로존재하던감정을새롭게느낄수있을것이다.
“함부로짐작하고멋대로확신”(「망가진겨울여행」)하는것을누구보다경계하는작가이기때문에허희정의다음소설은또다시보기좋게예측을비껴나갈것이다.무섭도록집요하고진지한동시에놀라울만큼산뜻한,허희정의소설이만들어낸도망칠수없는미로혹은미궁을겪어보길바란다.

불안은간단히해결되는성질의것이아니라아무리도망치고무시하려고해도어떤방식으로건마주할수밖에없는영속적인긴장이다.허희정의소설에는근원을알수없는그불안을모른척하거나손쉽게해소하지않고침착하고끈질기게천착하는힘이있다.인아영(문학평론가)

허희정의소설은아직까지또는언제까지고규정되거나규명되기를원치않는것처럼,자기세계를담아내기에는언어가미치는영역이비좁다는듯,쓸쓸했다가모호했다가재기넘쳤다가모험도하고실험도하고혼자다하면서자신의문장이착륙할최선의자리를탐색한다.구병모(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