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손보미 장편소설)

작은 동네 (손보미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손보미 신작 장편소설 출간!
나만 몰랐던 나의 또 다른 이야기
손보미의 신작 장편소설 『작은 동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첫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이후 3년 만이다. 작가는 “결정적인 대목을 말하지 않고” “말해지지 않은 덕에 더욱 강렬”(권희철)한 스토리 구성 능력과 “한국 소설의 미학적 지형을 흔드는 신선함”(이광호)을 갖춘 개성적인 감각으로 다수의 문학상(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중추로 꾸준한 실력을 보여왔다.
이번 소설은 교보생명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통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은 것이다. 1인칭 여성 화자를 내세워 ‘나’의 현재와 내가 살았던 ‘작은 동네’에서의 과거 이야기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었으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기억에서마저 지워진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는 추리극이다. 작가는 근래 「밤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의 추억」으로 이어지는 단편소설을 통해 ‘열 살 여자아이’로 그려지는 인물에 작가적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번 장편소설 역시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으로서 손보미의 근래 작품을 따라 읽어온 독자에게는 작가의 확장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손보미

1980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9년21세기문학신인상을수상하고,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담요」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들에게린디합을』『우아한밤과고양이들』『맨해튼의반딧불이』,중편소설『우연의신』,장편소설『디어랄프로렌』이있다.2012년젊은작가상대상,제46회한국일보문학상,제21회김준성문학상,제25회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반작용
2.지상과제
3.무신론자
4.교환
5.또다른여자
6.멋진깔개
7.우린실패한거야
8.죽은사람은말이없다

출판사 서평

말해지지않은것들
여백으로완성되는삶의진실

부정기적으로시간강사일을하고있는‘나’에겐연예기획사에서일하는남편과지난해담낭암으로세상을떠난엄마가있다.엄마가죽기전나에게자신의삶을끝도없이복기했다는사실이나를혼란스럽게했다는데에서이야기는시작한다.

어머니는너무많은이야기를했고,나는사람이죽기전에는누구나그런식으로자신의인생을복기하는건지궁금했지만,그궁금증을해결할수가없었다.부모님을잃은누군가에게“당신부모님도돌아가실때그토록자신의인생에대해많은이야기를털어놓으시던가요?그게당신을혼란스럽게하던가요?”라고질문할수는없는노릇이니까.남편이스크랩해둔그수많은글에도그런내용은없었다.어머니가돌아가신후,나는한동안어머니가내게남긴그많은이야기속에서둥둥떠다녔다.손발이묶인채로바닷속에던져진사람처럼말이다.(pp.12~13)

엄마가남긴말들이내삶을온통뒤흔들고,나는이“둥둥떠다”니는느낌에서벗어나기위해엄마와나의과거를반복적으로상기한다.사건의또다른면모는말해진것이아니라말해지지않은것에서드러난다는진실을떠올려본다면엄마가말하지않은그공백에대한힌트가우리에겐필요하다.
첫번째힌트는역시엄마가남긴말들이다.비단그가죽기직전에남긴말뿐이아니다.살아생전나에게했던수많은말들은독자가읽어낼수있는첫단서가될것이다.두번째는이소설이반복해서돌아가는장소,옛날그‘작은동네’에대한나의기억일것이다.내가가족과열한살까지살았던그동네에사건의단초가될기억들이존재한다.마지막으로는남편의스크랩북이다.남편의수많은스크랩북을‘나’는종종펼쳐보고는하는데,어쩌면이안에엄마와나의기억속에는없는또다른정보가존재하고있을지도모를일이다.
손보미의책을읽는재미는다양한인물의사연들을겹겹으로촘촘하게쌓아사건을입체적으로구성하되작가스스로는판관의위치에서벗어난채독자들을사건속으로끌어들인다는데에있을것이다.작가가노련하게배치해놓은힌트들과능숙하게치고빠지는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손보미표추리극에빠져들수밖에없다.이제이소설에던져진얘기의꼬리를추적해가며어떤힌트를길잡이삼아엄마가남겨둔말의공백을채울지를결정하는것은독자의몫이다.


“그이는사라져버렸거든요.”
사라진사람들,그들이말해주는것

“그여자아이가한물간여자가수를만나게될거라고생각하게되었어요.왜그런건지는몰라요.아마도제가요즘들어예전여성디바들의무대영상을자주봤기때문에그런걸지도모르겠어요.저는한때너무나아름다운목소리로노래를부르던그여자들이지금어떤삶을살고있는지,그리고그녀들이행복한삶을살지못하게되었다면그이유가무엇인지궁금했습니다.”_〈광화문에서읽다거닐다느끼다〉인터뷰중에서

이소설에는여자연예인두명이등장한다.한사람은남편의회사에소속된배우‘윤이소’이고다른한사람은과거작은동네에숨어지내다시피했던여가수이다.먼저윤이소.혼이나갈정도로아름답던윤이소는어느날갑자기편지한통만남기고‘사라져버린다’.그리고또다른여자,그여가수는1980년대최고의인기를누렸던인물로어린아이였던나와그작은동네에서우연히만나게된다.그는세간의시선을벗어나지내는중이었는데뜻밖의계기로나의가족은그의삶을목격한다.작가는사건하나를던져두고그의이면이될수도있는다른사건을은근하게섞어놓음으로써진짜사실과흐릿하게남은기억사이의경계를허물고독자에게고민거리를던진다.사라진윤이소는행복하게살고있을까?과거내가보았던여가수처럼행복하게살지못한다면그불행은어디에서부터시작된것일까.
현재사라진두사람에대한기억을오가며전개되는다양한에피소드들은마치내가알고있는나의삶과내가아직모르는나의또다른이야기에대응하여전개되면서서사를더욱풍성하게만든다.언뜻보기에관련이없어보이는사건들을하나하나엮어내어읽고또읽을수록숨겨진이야기가서서히모습을드러내도록하는손보미소설의장점이잘드러난부분이다.이책을읽는것은손보미가만들어놓은다수의갈림길앞에서어떤선택지를고를지,그길이다른길보다나을수있는지끊임없이의심하고밟아가는조심스럽지만적극적인독서가될것이다.